결핵, 산업혁명의 욕망이 확산을 일으킨 감염병
1. 결핵이란?
장 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폴린 비르지니 오노의 초상>와 제임스 티소의 <명상하는 여인>이라는 그림의 모델에게는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과 눈가의 어두운 그림자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 그림의 모델인 두 여성은 지난 200여 년 동안 약 10억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 '결핵'에 걸려 사망했습니다.
결핵균은 약 1만 년 전쯤부터 인체에 침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한센균과 함께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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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결핵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산소'입니다.
결핵균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소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숨을 내쉴 때 공기 중에 비말로 퍼져 전파됩니다.
폐로 감열 될 경우 폐결핵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심한 기침과 오한이 있거나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심하면 가래와 피를 토하기도 합니다.
결핵균은 이런 증상들을 통해서 사람을 완전히 소모시켜 극도로 쇠약한 상태로 몰고 가기 때문에 19세기에는 '소모병'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2. 각종 장기에 침투하는 결핵균
결핵균은 신체 중에 침투하지 못하는 부위가 거의 없어 다른 장기에도 침범하게 되는데 결핵균이 림프샘에 침범하면 붓고 고름이 차오르기도 하고 뼈에 침투할 경우 '결핵성 골수염'이 발병하기도 합니다.
위 사진은 고대 로마 시대 로시인 폼페이에서 화산 폭발로 사망한 남셩의 요추뼈인데 이 척추 중 하나에서 '결핵성 척추염' 흔적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뼈에 수많은 구멍이 뚫려 납작하게 내려앉은 상태로 이렇게 결핵균은 척추뼈에 침투할 경우 뼈를 갈아먹어 뼈가 부러지게 하고 내려앉게 해 심한 신경통증과 척추 변형을 일으켜 감각 이상증상으로 신체를 마비시켜 버립니다.
결핵균은 뇌에도 침투해 뇌수막염을 일으켜 심한 두통과 발작, 의식 저하 등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3. 산업혁명 시기에 결핵균이 확산된 이유는?
결핵은 산업혁명 시기 '자본주의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감염병입니다.
산업혁명 시기 수많은 노동자들이 도시로 몰려왔고 이들이 비좁은 공장에서 오염된 공기를 마시며 일해야 했고, 특히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 석탄을 채굴하는 광산에서는 햇빛과 바람이 통하지 않은 갱도에서 수많은 광산 노동자들이 분진을 들이마시며 일해야 했습니다.
결핵균은 자외선에 약해 햇빛을 받으면 전염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햇빛과 바람이 통하지 않은 갱도나 비좁은 공장과 같은 열악한 근로 환경은 결핵균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강도 높은 노동과 충분하지 못했던 영양 상태에 처해 있던 노동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어 결핵의 발병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핵을 '가난한 자들의 질병'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19세기 초에는 유럽 인구의 무려 7분의 1이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로 결핵균의 확산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페스트
4.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미인상과 맞아떨어져 결핵 환자의 외모를 따라 하다
결핵은 피를 토하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이 질병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당시 사람들은 핏기 없이 창백하고 가녀린 결핵 환자의 외모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미인상과 맞아떨어졌고 처음 본 그림들처럼 결핵 환자를 아름답게 미화해 그리곤 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창백한 얼굴, 야윈 몸, 구부정한 자세 등 결핵 환자의 모습을 따라 하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얀 피부톤과 빨간 입술로 연출하는 화장법이 유행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더 창백하게 보이기 위해 얼굴에 쌀가루를 끼얹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핵 환자의 모습은 '미의 상징'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결핵은 산업혁명이 퍼뜨린 '하얀 페스트'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이렇듯 결핵균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들은 인간이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인해 그 진실이 왜곡되어 버린 경향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결핵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 결핵에 걸린 채 창백한 얼굴로 잔기침을 하며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진정한 천재 예술가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영국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이 남긴 말이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왕 죽을 거라면 결핵으로 죽고 싶다. 그래야 모든 여성들이 '저 불쌍한 바이런 좀 봐요. 죽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라고 할 것이 아닌가
당시 결핵은 노동자 이외에도 집에 틀어박혀 작업하는 예술가들도 쉽게 걸렸는데 <폭풍의 언덕>을 슨 '에밀리 브론테'도 자신의 동생이 결핵을 앓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내 생각에 결핵은 아름다운 질병이야!
에밀리 브론테는 동생이 앓는 결핵을 아름답다고 말한 뒤 자신도 결핵에 걸려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과 작국가 '쇼팽'도 결핵으로 요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핵이 걸렸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보니 결핵이 걸린 이후에 죽어가는 동안 폭발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결핵에 걸리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라는 이미지로 인해 결핵은 천재들이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5. 대한민국,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1위
중요한 것은 이렇게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결핵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1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결핵 환자 수는 약 1,060만 명에 달했으며 OECD 국가 결핵 발생률 1위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2만 명 이상 결핵에 걸리고 사망자는 1천300명가량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하루 3~4명가량이 결핵으로 사망한 다는 것으로 2021년 기준 국내에서 감염병 부문에서는 코로나 19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 정도는 잠복결핵에 감염되어 있고 이는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여전히 결핵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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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벌거벗은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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