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감염병, 매독

인간의 성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감염병, 매독

1. 매독이란?

 

'매독'은 인간의 성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질병으로 그 증상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고름이 가득한 물집이 둥근 띠 모양으로 번져 나가고 온몸에서 악성 피부 낭창이 발견된다. 이런 질병은 두창이 있는 사람이 전날 누웠던 침대에 눕거나 함께 누워도 생길 수 있고 특히 다른 사람과 색욕의 죄를 저질렀을 때 생긴다. 

 

 

매독균

뱀같이 특이하게 생긴 형태를 지닌 매독의 병원체인 매독균은 학명이 '트레포네마 팔리둠' 입니다.

매독균은 코르크 마개를 따듯이 조직을 파고들며 한번 조직 속에 들어오면 면역 체계를 피해 가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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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형벌이라 불렸던 한센병(나병)

2. 매독의 증상

매독에 걸리면 총 3단계의 증상으로 진행됩니다.

1기 매독 무통성 피부 궤양

혀에 생기는 무통성 무진

잠복기를 거쳐 1기 매독 증상이 생기는데 주로 성기 주변으로 1~2센티미터가량의 무통성 피부 궤양이 발생합니다.

1기 매독 증상은 3주 안에  통증이 없는 피부 궤양에서부터 시작하는데 크기도 크지 않고 통증도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갈 수 있습니다.

2기 매독 피부 발진

2기 매독은 수주에서 수개월 후에 생길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에 광범위하게 피부 발진이 생기게 됩니다.

매독균으로 인한 궤양으로 내려앉은 코

이후 3기 매독부터는 내부 장기에 침범하면서 중추신경계, 눈, 간, 신장 등 많은 부위에 침범할 수 있는데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 치매, 환각, 망상, 골수염 등 다양한 증상이 발현될 수 있으며 결국 사망에 이르는 아주 무서운 질병입니다.

매화꽃과 비슷한 매독의 피부 궤양

이 세균의 이름이 매독인 이유는 피부의 궤양이 매화꽃과 비슷하다고 해서 매화나무 매(梅)에 해로울 독(毒) 자를 써서 '매독'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3. 매독은 성적 접촉으로만 전염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후천성과 선천성 매독이 있는데 후천성 매독은 약 90% 이상이 성 접촉으로 감염됩니다.

선천적 매독 수포성 발진

하지만 매독에 걸린 어머니가 낳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매독에 감염되는데 이때 아이는 수포성 발진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선천성 매독의 발병률은 거의 100%에 이르고 사산 또는 신생아 사망률은 40%로 아주 치명적입니다.

4. 15세기, 콜럼버스의 대항해로 매독이 전 유럽에 퍼지다 

15세기에 이렇게 치명적인 매독균이 유럽에 퍼지게 되는데 당시 약 5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위세를 떨치게 됩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미지의 세계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대항해 때문에 급속도로 매독이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됩니다.

콜럼버스의 교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후 유럽과 고역이 이뤄지면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는 천연두가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는 매독이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것을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부릅니다.

결국 대륙 발견과 문명의 교류가 질병 교환의 통로가 된 것입니다.

5. 목동과 라마의 성관계로 매독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

라마

매독이 첫 발생한 원인은 인간의 욕망 때문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는데 첫 시작이 되었던 것은 바로 당시 신대륙에서 많이 키우던 라마입니다.

라마를 키우고 있는 목동들이 목초지를 찾아 오랜 기간 이동하던 과정 속에서 목동이 암컷 라마에게 욕구를 해소하면서 라마가 가지고 있던 균이 인간에게 옮겨갔던 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매독균을 유럽으로 옮겨왔다는 증거는 

콜럼버스가 매독균을 유럽으로 옮겨왔다고 추정하는 근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콜럼버스와 귀환한 선언을 진찰한 스페인 의사의 기록 때문입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제독은 섬에 머무는 동안 주민들과 관계를 가졌다.  그가 그 섬을 발견하고 돌아온 후, 원래 래 전염력이 강한 이 병(매독)은 아주 빨리 퍼졌으며 머지않아 콜럼버스의 함대에도 환자들이 생겨났다.

 

이후 선언들 중 한 명이 스페인에 돌아온 후 매독으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전 유럽으로 매독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6. 프랑스의 이탈리아 침공으로 매독이 전유럽으로 확산되다 

이때 매독이 확산되는데 기여한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됩니다.

샤를 8세

1495년 당시 프랑스와 샤를 8세는 약 6만 5천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이탈리아 침공했고 이에 위기를 느낀 이탈리아는 지역끼리 동맹을 결성하면서 전투가 벌어지는데 이때 프랑스병들을 치료하던 의무병들이 이상한 증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온몸에는 고름으로 뒤덮여 괴로워하는 병사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매독에 걸린 여인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군내에서 매독균이 퍼져가면서 군사들의 수가 급속도로 줄어들자 결국 샤를 8세는 프랑스군의 퇴각을 명령합니다.

이후 프랑스 시민의 약 3분의 1이 매독에 감염되었고 게다가 전 유럽으로 매독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당시 프랑스군은 프랑스뿐 아니라 스페인, 스위스, 독일, 영국, 폴란드 등 다양한 국가의 용병이 참여했고, 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N차감염을 일으키며 매독이 전 유럽을 덮쳤던 것입니다.

매독 치료 모습

후대 독일의 책에 당시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군대나 대도시에서 10명의 청년 중에 1~2명은 전염의 희생양이 되고 있었다. 빈의 거리를 지나면 6~7집마다 피부병과 성병 전문의라는 간판이 보였다. 

당시 성병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병원들이 생겼을 정도로 그만큼 많이 매독이 퍼져나갔던 끔찍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7. 매독에 걸린 유명인들

교황 율리우스 2세

교황 율리우스 2세마저 매독에 감염되었으며 그의 주치의는 이렇게 기록을 남겨놓았습니다.

교황의 신체 중 음란한 정욕의 상징으로 덮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매독으로 인한 피부발진 때문에 자신의 발을 내놓을 수 없어 신도들이 교황의 발에 입을 맞추는 의식을 금지시켰고 실망한 신도들은 발길을 돌렸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모파상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은 음란한 사생활로 이름을 날렸었는데 본인의 심각한 매독 증상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 놓기도 했습니다.

내 뇌는 점점 물렁물렁해지고 있습니다. 밤이면 뇌가 끈적끈적한 액체 상태로 변해서 제 입과 코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모파상은 매독으로 정신 착란에 시달렸고 당시 예술가들 중 매독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대부분이 매독에 감염되었습니다.

반 고흐 作 <생레미의 생 폴 정신병원의 정원>

빈센트 반 고흐는 정신착란에 가까운 모든 증상들이 매독에 의한 것이 아니었나 하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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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마네 作 <목발 짚은 남자>

<풀밭 위의 점심>으로 유명한 에두아르 마네 역시 매독에 걸려 나중에는 발이 썩어 들어가서 절단까지 하게 되었고, 매독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8. 매독이 감염된 것을 감추는 방법

감염되면 온몸에 나타나는 매독 증상으로 매독에 걸린 것을 쉽게 들키게 되어 낙인이 찍히게 되었고 환자들은 자신의 몸을 숨기기 게 바빴습니다.

두피에 침범한 매독균

매독균은  두피에 침범해 궤양을 만들기도 했으며 당시 풍성한 머리카락이 건강과 권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머리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기도 했으며 향이 나는 파두더를 가발에 뿌려 냄새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9. 매독 환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

반면에 매독 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등과 앞가슴이 많이 파인 드레스를 입어 피부를 보여주었습니다.

10. 당시 매독 치료법

당시 병원에서는 매독균에 감염된 환자들의 다리와 머리에 수은을 발라주었습니다.

수은은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로 존재하는 독성이 강한 중금속인데 이것을 피부에 발랐으니 치료는커녕 수은 중독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질식, 현기증, 정신 착란 등을 유발하게 됩니다.

매독 치료법 중 훈증 요법

수은을 이용한 최악의 치료법은 20~30일간 수은 증기를 들이마시는 '훈증 요법'이었는데, 수은을 들이마시게 되면 급성 중독으로 피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때 매독을 일으키는 나쁜 성분들이 배출된다고 믿었습니다.

가뜩이나 매독은 부끄러운 병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엉터리 치료법까지 더해지면서 더 위험해지게 됩니다.

11. 대항해시대 무역항로를 통해 전 세계로 매독균이 퍼지다

당시 매독은 제대로 된 치료법도 없었던 음지의 병이었고 유럽에서부터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자합니다.

대항해시대 무역의 항로를 따라 아시아까지 빠른 속도로 전파된 매독균

콜럼버스 이후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무역의 항로를 따라 인도를 거쳐, 아시아까지 매독균은 빠른 속도로 전파됩니다.

1495년 유럽에 확산된 매독이 불과 30년도 안 된 1521년쯤에는 명나라를 거쳐 조선에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12.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 매독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간 부끄러운 병 매독은 각 나라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리병', 이탈리아에서는 '프랑스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일본에서는 '중국병',  조선에서도 중국에서 온 병이라 하여 '당창, 당옴, 광둥창'이라고 불렸습니다.

13. 매독의 신대륙 기원설과 유럽 내재설이 여전히 논쟁 중

매독균이 이렇게까지 퍼지게 된 것은 단순히 '콜럼버스의 항해'때문일까요?

최근에는 신대륙 발견 이전부터 이미 구대륙에 매독균이 있었다는 설들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매독이 신대륙에서 왔는지 또는 원래 유럽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양쪽 다 충분한 근거가 없기에 여전히 논쟁 중인 상황입니다.

14. 최근 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가 만나는 것이 가능해지며 급증하는 매독

일본 매독 발생 추이

국내 매독 발생 추이

지금은 매독에 대한 약도 있고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에 매독이 줄어들었을 것 같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매독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 약 10배 정도가 급증해 성병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며 우리나라도 최근 3년간 매독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져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데이트앱이나 SNS등 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의 만남이 증가하게 되면서 젊은 층에서 매독환자가 급증하게 됩니다.

이러면서 질병청이 지정한 의료 기관에서만 신고하던 매독이 2024년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매독을 진단, 발견하면 24시간 내에 신고를 하도록 관리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렇듯 매독균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편승해 인류를 위협해 온 아주 교활한 세균인 것입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페스트

신의 형벌이라 여겨진 병(2) 페스트(흑사병)

 

<출처: 벌거벗은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