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형벌이라 여겨진 병(2) 페스트(흑사병)
1. 페스트(흑사병)란?
11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한센병이 유럽을 휩쓴 이후 14세기 유럽은 또다시 새로운 세균의 등장으로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한센병에 이어서 또다시 신의 형벌이라 여겨진 병의 정체는 바로 '페스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법정 1급 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페스트는 림프절을 통해서 혈관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혈관을 공격해 주요 장기에 출혈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괴사가 시작되면서 검게 변한 피부는 사람들로 하여금 신의 형벌처럼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페스트균의 공격에 의해서 피부에 출혈이 생기게 되면 통증이 심해지다가 검게 변한 말단 부위들은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페스트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60% 이사이 3~5일 만에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이렇게 신체 일부가 검게 썩어가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는 뜻에서 검은 죽음의 병이라는 의미로 '흑사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14세기 당시 페스트균은 높은 치사율과 치명적인 감염률로 단숨에 유럽에 퍼져나가게 됩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한센병
2. 14세기 페스트가 단 7년 만에 전유럽으로 확산된 이유
2. 1 몽골침략
당시 이렇게 빠른 속도로 페스트균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던 것도 결국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1346년부터 1347년 무렵에 몽골군은 흑해에 있는 크림반도에 남부 무역항인 카파를 포위해서 공격을 시작합니다.
이때 중앙아시아 등지에 풍토병으로 퍼지고 있던 페스트가 크림반도에 들어오게 되었고, 1347년 10월에 카파에 살던 이탈리아인들이 몽골군의 공격을 피해 시칠리아로 피난을 떠나게 되는데 이때 페스트균도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이후 페스트균은 이탈리아를 넘어서 프랑스, 독일, 영국까지 단 7년 만에 전유럽을 집어삼키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2. 2 쥐벼룩
단 7년만에 전유럽으로 페스트균이 퍼지게 된 대에는 쥐벼룩의 영향도 컸습니다.
페스트균은 숙주가 없이도 흙에서 살 수 있고 이 흙을 통해 쥐들이 페스트에 걸린 후 그 쥐를 쥐벼룩이 물고 또 그 쥐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사람에게 페스트균을 빠르게 전파시켜 나갔던 것입니다.
이처럼 쥐가 많은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전염률이 높아진 것입니다.
2. 3 비말로 전파된 것
페스트균이 강력한 전염성을 보인대에는 사람과 사람 간 비말 즉 침방울로 전파되는 성질 때문이었고, 기침과 함께 공기 중으로 빠르게 확산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당시 페스트균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으며 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지역에 따라 인구의 약 80%가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페스트균으로 중세 유럽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약 2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 페스트의 공포를 담은 그림
당시 유럽에는 페스트로 많은 피해를 입다 보니 페스트의 공포를 담은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피터 브뤼겔이라는 화가가 그린 <죽음의 승리>라는 작품입니다.
그림 가운데에는 멀리 원경으로 죽음으로 인해 불타고 있는 마을이 보이고 좌측 상단에는 죽음의 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른쪽 하단에는 죽음의 파도가 사람들을 덮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4. 당시 유럽인들은 페스트를 신의 분노로 여기다
당시 유럽인들은 한센병과 마찬가지로 페스트 역시 그 원인을 신의 분노라고 생각했으며 이를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날카로운 죽음의 화살이 세상에 떨어져 인간을 급살 하라고 명했다. 남녀노소 없이 어떤 누구도 신의 징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능한 신의 울부짖는 창은 모든 곳을 공격했고 인류 전체에는 자비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 기록을 통해 당시 참담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5. 당시 페스트 치료법
5. 1 채찍질 고행단, 스스로 채찍질하며 신께 용서를 구하다
당시 유럽인들은 신이 분노를 해 내린 형벌인 만큼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더욱더 종교에 의존하며 신께 기도를 합니다.
페스트에 감연된 독실한 신자들 가운데는 '채찍질 고행단'이라는 것을 구성해서 상의를 허리까지 내리고 끝에 금속이 달린 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피가 흐를 때까지 때리면서 행진하기도 했고 이렇게 자해를 해서라도 신께 용서를 구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 피까지 흘리며 다니는 채찍질 고행단 때문에 오히려 더 페스트균이 퍼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5. 2 피를 뽑는 치료
당시 피를 뽑는 사혈 치료가 성행했는데 과다 출혈과 세균 감염으로 이 또한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5. 3 동물 치료
한 의사가 고안한 동물 치료는 뱀을 토막에서 환부에 붙이거나 묶어 놓았습니다.
5. 4 대변 치료
나름의 논리를 통해 대변을 발라서 치료를 하기도 했는데 잘못된 치료법으로 페스트를 더 악화시켰습니다.
6. 페스트, 중세 유럽 봉건제도 몰락의 계기가 되다
이렇게 전유럽이 치명적인 페스트의 공격을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페스트가 중세 유럽의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페스트로 인해 사망자가 많아 일손이 줄자 농장주들이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그 때문에 노동자들이 원하는 농장에 가서 일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지위가 상승하게 되면서 봉건제도가 몰락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7. 페스트, 종교 개혁과 인본주의 등장으로 중세시대 막을 내리게 하다
그리고 신에게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해도 페스트가 끝나지 않자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서 종교 개혁의 불씨가 지펴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본주의가 시작되는 단초가 마련되며 사회적 변혁을 불러오면서 페스트 이후 중세시대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출처: 벌거벗은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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