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생물 무기로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
1. 인류 최초로 규명된 병원균, 탄저균
오랜 시간 원인도 모른 채 세균 감염병들로 고난을 겪은 인류는 대체 언제부터 세균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일까요?
수천 년간 세균에 대해 무지했던 인간의 눈을 뜨게 해 준 것은 바로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서입니다.
고흐는 1872년 현재 폴란드 영토인 독일 뵐슈타인 지역에 정착을 했는데, 당시 4년간 의문의 감염병으로 500여 명의 사람과 5만 6천여 마리의 가축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는 먼저 원인을 찾기 위해 아내가 선물해 준 현미경으로 감염병에 걸린 가축을 관찰하였고 이때 막대 모양의 입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이것들이 혈액뿐 아니라 림프샘, 비장 등에서까지 관측되자 살아서 증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제의 입자를 몸 밖으로 분리해 키워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배양에 성공합니다.
그 결과 감염병을 일으키는 막대 모양의 입자가 살아있는 세균이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땅에서도 증식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실험 결과로 고흐는 인류 최초로 감염병이 세균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고흐가 발견한 의문의 감염병의 원인은 탄저균에 의한 탄저병이었습니다.
인류 최초로 규명된 병원균인 탄저균은 탄저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피부 등을 통해 침입해 급성 감염을 일으킵니다.
탄저는 '숯 탄'(炭) 자에 '부스럼 저'(疽) 자를 써서 '숯처럼 검은 부스럼'이라는 의미입니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피부에 적갈색 돌기가 생기기 시작하고 이 돌기가 물집으로 변한 뒤 터지면서 그 자리에 검은 딱지가 생기면서 심해지면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병입니다.
코흐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서 1876년에 탄저균이 탄저병의 원인임을 규명한 후 이어서 1882년에는 결핵균, 1884년에는 콜레라균등을 차례로 밝혀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05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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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의 탄생
코흐의 연구 이후 세균학 분야는 급격하게 발전했고 이 과정에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불리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까지 손에 넣게 됩니다.
이때 항생제를 발명하는 커다란 계기가 된 사건은 바로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 사망자 수는 약 900만 명에 달했고 군인들이 사망한 가장 큰 원인은 상처로 인한 세균 감염이었습니다.
이때 경상이라도 상처를 통해 세균 및 기타 미생물에 감염돼 심한 중독 증상이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병사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영국의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망'(1881~1955)은 전쟁 당시 군부대에서 일하며 죽어간 수많은 군인을 보며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1918년 전쟁이 끝나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 있는 자신의 실험실로 돌아와 세균 감염 치료법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28년에 인체를 비롯한 자연환경에 널리 존재하는 세균 중 하나로 식중독과 폐렴 따위를 일으키는 원인균인황색포도상구균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휴가를 보낸 후 돌아온 플레밍은 황색포도상구균 배양 접시에 핀 곰팡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곰팡이 주변에만 세균이 자라지 않은 것을 발견했고 이를 본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라고 직감을 했고 푸른곰팡이의 학명인 페니실륨에서 추출한 물질이라고 해 '페니실린'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렇게 1928년 인류 최초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탄생하게 됩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포함한 다른 미생물들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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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페니실린 대량 생산이 안되었던 시기, 페니실린을 투여한 환자의 오줌을 재사용
안타깝게도 당시 페니실린의 사용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량 생산기술의 부족으로 페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의 패혈증을 치료하기 위한 페니실린을 얻기 위해서는 곰팡이 배양액 2천 리터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연구진은 고민 끝에 페니실린 치료를 받은 환자의 '소변'을 받아 페니실린을 추출한 뒤 재사용하는 방법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충당했다고 하며, 이에 대한 당시 연구 참여 의사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내 동료는 모든 환자의 소변을 모았습니다. 주사된 페니실린 중 거의 95%에 가까운 양이 소변으로 배출되었습니다. 소변을 담은 유리병을 뉴저지의 제약회사 실험실로 배달했습니다. 환자는 살아남았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페니실린은 투여 후 4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이 소변으로 배출되었는데 환자의 소변을 모아 정제 후 재사용한 것입니다.
4.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페니실린 대량 생산이 시작되다
페니실린의 대량 생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에서 다친 젊은 미군들을 살리기 위해 제약 회사들은 페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게 됩니다.
그 결과 1941년 진주만 공격 열흘 후에 굴지의 제약 회사들이 페니실린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시켰고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인류는 세균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까지 발명하고 이제는 곰팡이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대량 생산기술이 개발되면서 세균 감염병을 제압할 수 있는 밑거름을 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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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계대전이 낳은 생물무기, 탄저균
그런데 세균학 발전이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균을 악용해 무기를 개발했고 제1, 2차 세계대전은 실제로 신무기의 실험장이 되었고, 마침내 탄저균을 이용한 생물 무기가 탄생합니다.
이때 탄저균으로 생물 무기 실험을 을 한 영국은 섬 하나를 통째로 잃어버리게 됩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에 영국 북부스코틀랜드 연안의 그뤼나드라는 섬에서 탄저균 폭탄 투하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작전명은 '채식주의자'로 그뤼나드 섬의 목초지에 60마리의 양을 묶어두고 섬의 상공에서 탄저균 폭탄을 투하했고 3일 뒤 양 떼는 몰살당하게 됩니다.
이 작전은 독일 소의 사료에 탄저균을 살포해 인구의 절반 이상을 굶주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영국군은 실험 성공을 기뻐하며 무기 사용 준비를 마쳤지만 연합군이 전쟁에서 승리하며 탄저균 무기는 실제 전쟁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영국 정부는 1986년에 그뤼나드 섬의 탄저균 박멸을 위해서 포름알데히드가 섞인 바닷물을 1년 동안 살포했지만 탄저균이 모두 박멸됐을지는 미지수이며 여전히 그 섬은 사람이 살지 못한 채 버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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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다면 왜 하필 탄저균을 생물 무기로 활용한 것일까요?
바로 '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탄저균은 막대 모양의 입자에서 극한 환경에서는 포자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했고 포자 모양으로 변한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더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숙주가 죽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내생포자라고 하는데 극한 환경에서 일부 세균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는 견고한 구조물로 휴면 상태로 있다가 조건이 좋아지면 다시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흙으로 돌아간 탄저균은 포자 형태로 100년까지도 거뜬히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탄저균은 동물과 사람 모두를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균'이라는 점이며 이것을 동결 건조하면 쉽게 분말로 만들 수 있어 냄새나 맛을 느끼지 않게 음식이나 물에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전쟁 중인 상대의 동물과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살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균 무기의 위험성을 깨달은 인류는 1972년에 세균 및 독소 무기의 개발과 생산 금지에 관한 협약인 생물무기금지협약( BWC)을 시작해 현재까지 185개국이 비준 및 가입을 해 국제적으로 생물학 무기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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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탄저균 무기가 활용된 9.11 테러사건
하지만 2001년 9월 11일 탄저균 무기를 악용한 알카에다의 항공기 자살 테러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미국은 3천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테러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2001년 9월 18일, 9.11일 테러 일주일 후 5곳의 언론사에 5통의 의문의 편지가 도착했고 그로부터 3주 후인 10월 9일에 상원 의원 2명에게도 비슷한 편지가 전달됩니다.
당시 편지에는 이런 편지글과 함께 탄저균 분말 2g이 함께 들어있었고 양은 적지만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2001년 10월 4일 플로리다의 한 남성이 탄저균에 감염됐고 같은 해 10월 9일 사망했으며 그의 동료 또한 탄저균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고, 10월 17일 미국 하원은 23일까지 사무실을 폐쇄하고 탄저균의 흔적을 철저히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톰 대슐 상원의원 사무실 직원 29명은 탄저균 노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우편물 배달원 등 22명이 탄저병에 걸리고 그중 5명이 사망하고 맙니다.
탄저균 편지를 보낸 유력한 범인은 미 국방부 생화학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브루스 아이빈스'였는데 그는 기소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탄저균 테러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이처럼 여전히 세균을 전쟁이나 테러의 무기로 악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탄저균뿐 아니라 천연두, 페스트, 야토병 등 세균과 바이러스를 무기로 한 생물 무기가 수십 종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극소량으로도 인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생물 무기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8. 정리
세균은 때로는 인류에게 아주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했고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세균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면 인류의 삶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없어지면 안 될 중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감과 조화의 자세로 세균을 제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출처: 벌거벗은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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