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2-3(그리스 로마 신화/디오니소스)
1. 제우스, 자신을 모시는 신전의 여사제와 사랑에 빠지다
제우스 신전을 지키는 여사제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바치기 위해 소를 한 마리 잡습니다.
여사제는 난생처음으로 소를 잡다 보니 서툴러서 피를 잔뜩 뒤집어쓰게 됩니다.
마침 신전 옆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고 여사제는 흐르는 강물에 몸을 씻고 있었습니다.
마침 기도를 듣고 제물을 받으러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던 제우스가 강물에 몸을 씻고 있는 여사제를 보게 되었고, 아름다운 여사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제우스는 여사제에게 사랑 고백을 했고, 제우스를 모시던 여사제는 자신이 모시는 제우스가 감히 자신에게 관심 가져주는 것에 감사해하며 제우스의 고백을 받아들였고, 제우스와 여사제는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정실부인 헤라에게 들키면 큰일 나기 때문에 제우스는 여사제에게 둘의 관계에 대해 입단속을 시킵니다.
2. 여사제 세멜레, 제우스와의 관계를 떠벌이고 다니다 헤라에게 들켜 그녀의 계략에 넘어가다
여사제는 입이 간질거려 참지 못하고 자신의 두 언니에게 가서 제우스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두 언니들은 여사제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급기야 여사제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자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고, 헤라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게 됩니다.
질투심에 사로잡혀 좀 더 잔인하게 죽여주리라 마음먹었던 헤라는 고심하던 끝에 여사제의 유모로 변신하여 여사제에게 접근합니다.
제우스와 사귀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여사제에게 유모로 변신한 헤라는 말합니다.
'아가씨, 요새 제우스를 사칭해서 여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일을 벌이는 사기꾼들이 엄청 많대요. 그가 제우스라는 증거라도 가지고 있나요? 하늘의 헤라에게는 집도 주고 다 줬는데 아가씨에게는 제우스가 무엇을 주었나요?'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2-2
'그가 윱피테르(제우스)이길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일이 두려워요(...) 사랑의 징표를 달라고 하세요'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생각해 보니 여사제는 제우스에게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었고, 유모로 변한 헤라는 여사제에게 다음에 제우스를 다시 보거든 제우스의 상징인 '번개'를 보여달라고 하라고 귀띔해 줍니다.
3. 제우스, 번개를 보여달라는 여사제의 요구에 이미 스틱스 강에 맹세을 해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다
어느 날 여사제를 다시 만나러 온 제우스에게 그녀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제우스는 흔쾌히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여사제가 그 말을 맹세할 수 있냐고 하자 제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스틱스 강에 맹세할게'
'일 년 내내 거대한 병을 치르더라도 또다시 다른 훨씬 험난한 고역이 뒤따른다'
<헤시오도스 作 '신들의 계보'>
'9년 동안 영원한 신들과 떨어진 채 지내며 회의에도 식사 자리에도 결코 함께 있지 않는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스틱스 강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강으로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하면 신의 경우라도 함부로 말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스틱스강에 한 맹세를 어긴 신은 1년간 혼수상태에 빠져 몸져눕게 되고, 9년 동안 구금되어 신으로서의 권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맹세를 어길 경우 사실상 10년간 신의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아무리 신들의 왕 제우스라도 스틱스강에 맹세했다면 무조건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제우스님 번개를 보여주세요'
제우스는 인간이 제우스의 번개를 보게 되면 그 빛이 너무 강해서 눈이 멀고, 피부가 녹아내릴지도 모른다며 거부하자, 여사제는 제우스에게 스틱스강에 맹세했으니 부탁을 들어달라고 강력히 요구합니다.
4. 제우스, 번개를 여사제에게 건네자 온몸이 불타고 그녀의 배 속에 자라나고 있는 아이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어 기르다
궁지에 몰린 제우스는 일단 올림포스로 올라가서, 자신의 무기창고를 열어서 그중 가장 작고 가는 바늘만 한 크기의 번개를 발견합니다.
'높은 하늘로 올라가서 명령으로 구름에게 끌어 모았고, 폭풍과 번개와 바람, 거기에 천둥과 피할 수 없는 벼락까지 더하였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제우스는 이 정도 크기의 번개정도는 보여줘도 크게 문제가 없겠지 생각했고 심지어 번개를 구름, 안개, 바람에 싸서 그 강도를 최대한 줄이려 합니다.
제우스는 그렇게 꽁꽁 싸서 온 번개를 여사제의 손에 안겨줬는데 갑자기 여사제의 온몸에 불이 붙습니다.
제우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고, 여사제는 번개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불에 타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제우스의 눈에 더 끔찍한 장면이 목격되는데, 여사제의 배 부위가 녹아내리면서 뱃속에 아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사제는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지 6개월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란 제우스는 아이를 재빨리 여사제의 배 속에서 꺼내 취약하디 취약한 6개월 된 아이를 들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허벅지 속으로 아이를 넣어버립니다.
5. 제우스, 자신의 허벅지에서 키운 아들을 출산하다
허벅지에서 아이를 키운 제우스는 출산일이 임박해 오자,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러들여 헤라에게 들키지 않도록 망을 보게 했고, 마침 제우스의 형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제우스를 찾아와 망을 보던 헤르메스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헤르메스: 방금 출산했어요. 포세이돈
포세이돈:... 우리 몰래 자웅동체가 된 건 아니지?
헤르메스:... 태아를 자기 허벅지에다가 품고 있었어요'
<루키아노스 作 '신들의 대화' 제6장 -포세이돈과 헤르메스->
포세이돈은 수많은 바람을 피우고 다니더니 이제는 아이까지 낳는 거냐며 제우스를 타박합니다.
드디어 제우스는 허벅지에서 아이를 탄생시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관에서는 신과 신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신'이고,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영웅'이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낳은 이 아이는 인간인 여사제가 6개월을 품고, 신인 제우스가 3개월을 품은 일종의 '변종'으로 영웅도 신도 아닌 정체불명의 아이가 태어난 것입니다.
6. 헤라, 제우스의 아들을 키워준 이모에게 광기를 불어넣어 자신의 친자식을 죽게 만들고 그녀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하다
제우스는 헤라에게 들키지 않게 키우기 위해 여사제의 둘째 언니를 찾아가 아이를 맡기게 됩니다.
아이의 이모는 헤라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신분세탁에 돌입합니다.
아이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장을 하며 여자로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모 또한 아이의 친어머니처럼 입이 간지러워 견디지 못하고 아이의 출생에 대한 일을 동네방네 소문내기 시작했고, 당연하게도 헤라의 귀에도 이 사실이 들어갑니다.
분노한 헤라는 아이를 직접적으로 죽이기보다 더 잔인하게 아이의 주변부터 정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헤라는 아이를 키운 이모에게 광기를 불어넣었고, 그녀가 자신의 친자식을 펄펄 끊는 가마솥에 삶아버리게 합니다.
이모가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친자식이 죽은 후였고, 제정신으로 살 수 없었던 이모는 자신의 죽은 아이와 함께 바닷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7. 홀로 남은 아이를 '니사 산'의 님프들에게 맡겨지고,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을 얻다
다행히 홀로 남은 제우스의 아들은 헤라의 눈을 피해 재빨리 헤르메스가 구출해서 데려갔고, 헤라가 절대 찾지 못하게 '니사'(nysa)라는 산에 아이를 숨겼고 산의 님프들에게 아이를 맡기게 됩니다.
아이는 니사 산에 도착하면서 이름을 얻게 됩니다.
'제우스의'라는 그리스어는 '디오(Dio)'이며 '제우스의 아이'라는 뜻으로 '디오'에, 이 아이가 자란 곳은 니사 산으로 '니사 산에서 자란 사람'을 뜻하는 '니소스(nysos)'를 붙여 아이의 이름은 '디오니소스'로 붙여집니다.
8. 디오니소스, 첫사랑 친구가 죽어 묻힌 나무에서 열린 포도 열매로 포도주를 만들어 친구의 생전 소원이었던 사람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기 위해 나서다
디오니소스의 성격은 밝고, 쾌활하고 너무나 맑았는데 어떻게 이런 고난과 역경을 겪고도 그럴 수 있었을까요?
산에서 디오니소스가 스승인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염소인 반인반수의 산 할아버지 '실레노스'를 만났는데, 어느 날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에게 인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습니다.
실레노스는 디오니소스에게 인생은 '기쁨'이며 '행복'이고 '파티'(party)이라고 가르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고, 매일매일 즐기면 우리 인생 자체가 즐거운 거 아니겠니?'
디오니소스는 스승님이 가르친 대로 즐겁게 인생을 살게 되었고, 인생을 즐기며 살던 어느 날, 자신과 같이 인생을 즐기는 한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디오니소스는 어느 날부터 친구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친구 앞에만 가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도 뛰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디오니소스는 남자임을 숨기고 여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고백을 망설입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친구에서 고백하러 간 디오니소스 앞에 친구는 나무 아래 이미 죽은 모습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친구는 황소 사냥을 갔다가 황소에 밟혀 죽어버렸던 것입니다.
디오니소스는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며, 그는 태어나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고 친구를 나무 아래 땅에 묻어주고 몇 날 며칠을 친구가 묻힌 나무아래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버지 제우스는 아들 디오니소스의 슬픔을 달래주고자 친구가 묻힌 나무에 넝쿨을 한 줄기 감아주었고 시간이 흐른 후 넝쿨에서 처음 보는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됩니다.
디오니소스는 열매 하나를 따서 유심히 관찰하였고, 사랑했던 친구의 눈동자 색과 닮은 검붉은 색이라 놀라며 열매의 껍질을 벗기고 입에 댄 순간 친구가 죽기 전 디오니소스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한테 큰 기쁨을 주고 싶어. 그리고 슬픈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싶어. '
친구는 디오니소스에게 이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디오니소스는 친구의 이야기에게 달콤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런데 달콤한 그 친구의 음성이 혀끝에서 느껴졌던 것입니다.
'너구나. 네가 이렇게 나에게 돌아왔구나'
디오니소스는 포도 열매를 다 따서 집으로 가져와 떠나간 친구를 떠올리며 포도를 한 송이씩 먹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포도를 집으려는데 손이 '푹'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냉장시절이 없던 당시에 짓눌려 버린 것인데 상하지 않았는지 냄새를 맡았으나 상한 것 같지 않았고, 맛을 보기 위해 열매를 입에 대자 발효된 포도에 취해버립니다.
디오니소스는 친구를 잃은 슬픔만큼 취해갔고, 마치 그 친구가 환각처럼 나타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바로 이것이 포도주의 기원이 됩니다.
디오니소스는 친구가 입버릇처럼 말했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슬플 때 위안을 주겠다는 친구의 꿈과 소망을 자신이 이루어주겠다며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디오니스소의 상징인 지팡이와 포도 종자가 들어있는 봇짐을 메고 세상을 한 걸음 내딛게 됩니다.
9. 디오니소스, 자신이 남자임을 알리고 포도주를 만방에 알리며 그를 추종하는 여인들의 셀럽이 되다
'향기로운 긴 고수머리 금발에 두 눈에는 아프로디테의 포도줏빛 매력이 넘친다고 하며... 자신의 환의의 비의로 그들을 유혹한다더군'
<에우리피데스 作 '바쿠스 여신도들'>
디오니소스는 남자임에도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뺨치게 아름다웠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남자임을 만천하에 선포하고 사람들에게 포도나무 종자를 나눠주고 나무 재배법, 양조 방법 등을 알려주고 다닙니다.
그리고 디오니소스는 술을 마신 사람들의 첫 반응이 궁금했는데 그야말로 초 대박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기뻐하고 슬픔을 위로받았고, 술을 만든 디오니소스를 추종하기 시작합니다.
디오니소스의 추종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는데, 디오니소스의 잘생긴 외모 덕분도 있지만 당시 그리스 여성들의 삶이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억압받았던 마치 우리나라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삶과 같아서 무시당하고 기쁠 일이 좀체 없었는데 술만 마시면 알딸딸 해지면서 고달팠던 여성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 추종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로 디오니소스는 그리스의 셀럽이 됩니다.
10. 디오니소스, 사랑하는 아내가 늙어서 죽음을 맞이하자 비로소 영생은 저주임을 깨닫다
어느 날, 디오니소스가 깜짝 결혼 발표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이때가 아마 디오니소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는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붉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디오니소스에게 상상도 하지 못할 끔찍한 일이 생기고 맙니다.
디오니소스를 덮쳤던 불행의 정체는 바로 '늙어감' 그로 인한 '죽음'이었습니다.
디오니스소를 추종하는 여성들뿐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도 시간이 흐르자 늙고 병들어 갑니다.
디오니소스 자신은 신이라 늙지 않는데, 여성 추종자들은 세월에 따라 나이가 들어갔고 마침내 그들의 죽음과 더 직면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이 계속되었고, 문제는 추종자뿐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까지도 늙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아내는 늙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고 거동도 불편해지고 이제는 남편인 디오니소스를 잘 알아보지도 못하게 되었고, 이제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디오니소스는 첫사랑 친구를 잃고 나무로 만났을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깊은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아내는 죽어가며 디오니소스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내가 죽거든 내 생각하지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요.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어요'
아내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디오니소스는 아내를 잃고 깨닫게 됩니다.
'영생은 저주구나'
11. 디오니소스, 자신과 술을 모욕한 공주들을 즐기지 못하고 밤낮없이 일만 하도록 박쥐로 만들어 버리다
디오니소스는 아내가 죽은 후 인간 세상에서는 새로운 여자를 만나지 않고, 온 세상을 누비면서 술을 전파하는 데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초창기에는 술 먹고 즐기는 잔치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며 점점 체계화되어 시스템과 매뉴얼이 만들어져 모임을 만들고 나름대로 상황극을 만들면서 인류 최초의 연극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가 만들어집니다.
3일 밤낮을 쉬지 않고 열리는 디오니소스 축제는 세력을 키우며 날로 위상을 높여갑니다.
문제는 술을 만인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술을 싫어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어느 날, 디오니소스는 한 나라를 지나고 있었고 그 나라의 왕에게 그의 책사가 전합니다.
'전하! 지금 디오니소스가 우리나라를 지난다고 합니다. 우리도 디오니소스 축제를 개최하시어...'
왕은 책사의 이야기를 물리며, 술을 마셔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이 많아 가정의 신 헤라가 디오니소스를 엄청나게 싫어하고 있다며 디오니소스를 모욕하려 하자 책사가 말리며 이야기합니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는 헛것을 보이게 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환영, 환각, 정신 조작에 변신까지 가능한데, 이웃의 테베왕이 디오니소스를 모욕했다가 테베 왕의 가족들에게 환영을 일으켜 가족들 눈에 테베왕이 멧돼지로 보이게 해 가족들에 의해 테베왕이 산채로 찢어서 죽었다고 합니다'
책사의 말을 들은 왕은 디오니소스를 위한 축제를 속전속결로 진행합니다.
문제는 왕의 딸이 세 명 있었는데 그들 모두 술과 디오니소스를 싫어했습니다.
공주들은 디오니소스 축제를 즐길 생각에 들뜬 공주의 시녀들에게 악담을 퍼부으며 궁에 감금하여 일을 시켰고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합니다.
성벽 너머로 들리는 흥겨운 소리에 울며 일하고 있는 시녀들의 상황은 모른 채 디오니소스 축제는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어둠이 내려 주변은 어둡고 무대만 밝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성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디오니소스는 사람들을 통해 공주들의 만행을 전해 들었고, 공주들이 있는 성안에서는 공주들의 디오니소스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공주들의 방에 몰래 들어왔고, 놀란 공주들이 디오니소스를 내쫓았지만 굴하지 않고 같이 축제를 즐기자고 공주들을 설득합니다.
'결국 일하고 돈 버는 것은 행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인데, 왜 수단에 매몰되서 목적을 버리세요. 지금 그 행복이 우리 문 밖에 있어요. 같이 나가서 즐겨요'
디오니소스의 설득에도 공주들이 험담을 이어가자 디오니소스는 순순히 돌아서서 가려하는데 이 순간 공주가 해서는 안될 말을 합니다.
'디오니소스 추종자인듯한데 그에게 전하세요. 이상한 묘약이라고 하는 물을 팔고 다니는 거 같은데 내가 볼 때 그것은 마약이요. 사람들이 그것을 마시고 가정을 파괴하고 일도 게을리하며 병들게 하는 마약이란 말이요. 디오니소스 보고 술 먹고 싶으면 제발 혼자 산에 쳐 박혀서 주정뱅이로 살라고 그러라고'
공주는 눈앞에 남자가 디오니소스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디오니소스와 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고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디오니소스가 돌아서서 이야기합니다.
'내가 디오니소스인데 나를 욕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술을 모독하는 것은 아니지! 술이 마약이라고? 그렇게 놀지 않고 일만 하고 싶어? 그럼 평생 일하게 해 줄게! '
디오니소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들고 온 지팡이를 고쳐 잡았는데, 이때 싸우는 소리를 듣고 구경 온 시녀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멀쩡하던 공주들이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며 헛소리를 늘어놓았고, 디오니소스가 공주들에게 환영을 보게 만든 것입니다.
'자매들은 어두운 곳을 찾는 동안 얇은 피부 막은 조그마한 사지로 퍼져나갔으며 가느다란 날개로 팔을 감쌌다. 그들은 빛을 싫어하여 밤 동안에 날아다녔으며 '늦은 밤'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져왔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결국 디오니소스에게 평생 밤에 잠도 못 자고 계속 일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들은 박쥐로 변신시켜서 날려 보냈습니다.
12. 디오니소스, 인간이 인정한 최초의 신이자 올림포스 12 신에 등극하며 신들도 인정하는 신들의 신이 되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부풀려지면서 신화가 만들어집니다.
이후 디오니소스의 행보는 그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쁨과 행복과 축제를 주는 구원의 대상이 되며 인간들에 의해서 신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다뤘던 모든 신들은 신들이 인정한 신이었다면, 최초로 인간이 인정한 신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하늘에서 제우스는 아들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지켜보며 태어나기 전 불타는 어머니의 몸에서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 이후 헤라의 질투로 말 못 할 고난의 세월을 보냈는데, 지상에서 인간들에게 신으로 인정을 받은 디오니소스를 올리포스로 데려올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며 올림포스로 디오니소스를 불러들입니다.
당당히 디오니소스가 올림포스의 12 신 자리에 등극합니다.
이로서 디오니소스는 인간이 아니니 신들도 인정한 진정한 신이 됩니다.
13. 디오니소스, 죽은 아내를 별자리로 죽은 어머니를 여신으로 만들어주다
디오니소스는 올림포스의 신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한 일이 있습니다.
그동안 세상사람들의 기쁨과 위안만을 신경 썼었는데 그가 사랑하는 죽은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친구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첫사랑은 포도나무가 됐으니 방법이 없었고, 죽어서 저승에 있는 아내와 어머니의 영혼을 데려오기 위해서 디오니소스는 저승으로 갑니다.
죽은 아내를 찾으러 간 오르페우스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 오르페우스 이전에 이미 디오니소스가 지하 세계에서 영혼을 데려온 바 있었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저승에서 죽은 어머니와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평생 자신의 옆에 두기 위해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왕관자리'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여신으로 만들어줍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8
오늘 하루의 삶이 아주 팍팍하고 힘들었을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다 보면 디오니소스처럼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교훈을 디오니소스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전해주고 있습니다.
14. '뱀'과 '디오니소스'가 연관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뱀을 신비로운 존재로 여깁니다.
뱀은 겨울이 되면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나타나서 활동하고 그때 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허물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당시 그리스 로마 사람들은 '죽었던 것이 새롭게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벰에게 '부활'의 이미지를 부여합니다.
디오니소스도 불타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것을 그가 '부활'한 것이라고 여겨, 디오니소스와 뱀이 연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디오(Dio)'는 그리스어로 '제우스의'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뜻으로 '두 번째'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을 '두 번 태어난 신'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작품에도 제우스는 자신의 허벅지에서 자라고 태어난 아이에게 '뱀 관'을 씌워줬다고 나오는데 이때 제우스가 씌운 뱀 관의 의미 또한 '부활'일 것입니다.
또한 디오니소스를 따라다닌 여신도들을 일컬어 '마이나데스'라고 하는데, 마이나데스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직접 잡은 뱀으로 자신을 치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구찌'라는 가방의 로고로도 쓰이는 뱀은 '명품으로 부활함'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명품도 그 배경지식을 알고 소비해야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5. 미술 작품 속 디오니소스의 모습
첫 번째 작품은 '루벤스'가 그린 <바쿠스>라는 그림입니다.
디오니소스는 앞서 살펴본 바대로 아프로디테 버금가게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다고 했지만, 작품 속에서는 비대한 몸을 가진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학문의 대상이며, 최소한 자기가 관심이 있어서 찾아서 공부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학문'이라기보다 '문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 사람들은 디오니소스가 풍요의 신이자 술의 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디테일게 원문의 내용을 공부하며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기 때문에 아마도 풍요와 신의 술이기 때문에 푸근한 이미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또한 화가가 이렇게 비대하게 디오니소스의 이미지를 표현한 것은 그가 제대로 된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즉 화가는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바로크 시대 위대한 화가 '카라바조'가 가른 <바쿠스(디오니소스)>라는 그림입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카라바조
작품 속에 남자는 '포도와 넝쿨'로 만들어진 관이라는 이름표를 통해, 그가 디오니소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풍요로운 과일바구니를 통해 그가 '풍요의 신'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 손으로는 와인 잔을 들고 독자에게 한잔 권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 그가 '술의 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카라바조'의 <병든 바쿠스>라는 그림입니다.
사실 카라바조는 바쿠스(디오니소스)를 주제로 또 다른 그림 한 점을 더 그렸습니다.
<병든 바쿠스>라는 작품으로 <바쿠스>라는 작품을 그리기 3년 전에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 속 디오니소스는 황달이 가득 올라온 수척한 병든 얼굴과 테이블 위에는 텅텅 비어 있고, 시든 포도송이 하나를 들고 있는 모습니다.
두 작품은 한 작가가 그렸다기에는 하나의 인물을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병든 바쿠스>라는 작품은 카라바조가 로마에 막 상경해서 힘들었던 무명 시절의 자기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림 속 남자가 포도송이를 들고 있는 것을 통해 디오니소스가 포도를 바탕으로 와인을 만들어서 풍미와 쾌락을 느꼈듯 지금은 이렇게 가난하고 힘들지만 포도가 영글어 와인이 되듯 언젠가는 반드시 디오니소스처럼 성공을 해서 그와 같이 쾌락과 풍요를 누리겠다고 하는 다짐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카라바조의 바람대로 <병든 바쿠스>를 그린 지 2년 만에 화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그린 그림이 바로 <바쿠스>였던 것이며, 이처럼 카라바조의 성공 전 후 확 달라진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통해 화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6. 디오니소스,
유럽 사람들에게 와인이라는 존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듯, 그들에게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도 특별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디오니소스는 신화로서도 재미있고 의미가 있지만, 역사적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원전 534년 경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아테네의 권력자인 참주 중에 '페이시스트라토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권력을 잡고 민중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당시 대부분의 서민들이 농사일을 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포도 농사를 했는데, 페이시스트라토스는 그들이 봄이 오면 마을마다 '디오니소스 축제'를 벌이는 것을 알게 됩니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으로 디오니소스 축제를 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즐기게 하려 '대 디오니소스 제전'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서민들이 이것에 열광했고, 이를 토대로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자신의 권력을 더욱더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대 디오니소스 제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열광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비극 경연 대회'였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프로메테우스
반원 모양의 공간을 '오르케스트라'라고 하며. 이 단어는 지금의 오케스트라의 기원이 됩니다.
오케스트라의 원래 뜻은 '무도장'입니다.
이후 그곳에 악단이 들어가면서 '악기 연주자의 장소'라는 뜻으로 바뀌었고, 현재는 '관현악단'을 뜻하는 말이 됩니다.
비극경연대회의 무대는 처음에는 '천막' 하나 쳐져 있었습니다.
'천막'을 지칭하는 그리스 말은 '스케네'로 이를 영어식으로 쓰면 '신'(scene, 장면)으로, 신이라는 단어가 유래된 곳이 바로 비극 경연 대회인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객석'을 '바라보는 자리'라는 뜻을 가진 '테아트론(theatron)'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현재 시어터(theatre, 극장)의 어원이 됩니다.
이렇듯 디오니소스 제전은 수많은 공연 예술에 쓰이는 명칭들의 어원이 됩니다.
특히 공연 예술의 기원에 디오니소스와 관련된 것들이 많아, 그런 점에서 '디오니소스가 공연예술의 주관자다 또는 주창자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빼면 유럽 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문화에 신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디오니소스는 그중 공연 예술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대한 신으로 현재에도 우리 삶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출처: 설민석/신들의사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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