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9(아프로디테, 피그말리온, 아도니스)
1. 아프로디테, 키프로스섬의 수호신이 되어 사랑을 독려하다
1대 신들의 왕은 '우라노스'입니다.
우라노스는 자신의 아들인 크로노스에게 낫으로 거세를 당하며 권력에서 물러납니다.
이때 신들이 사는 하늘(우주)에서, 낫으로 잘린 우라노스의 주요 부위가 지중해에 빠졌고, 이것이 둥둥 떠다니며 일으킨 피거품에서 여신이 탄생하는데 바로 '아프로디테(영어식 발음, 비너스)'입니다.
아프로디테는 이처럼 바로 남성의 생식을 담당하는 주요 부위에서 태어난 것이라, 태어날 때부터 생식에 본능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본능적으로 자손을 번성시키려면 사랑을 해야만 하기에, 아프로디테는 성적 욕망과 생식을 관장하는 사랑의 여신이 됩니다.
사랑을 하려면 이성을 유혹하는 권능이 있어야 하기에 아름다움까지 타고난, 아프로디테는 보는 즉시 매료되는 압도적인 미모를 가져 미의 여신이기도 했습니다.
작고 날래가 달린 사랑의 신 에로스는 아프로디테를 호위하며 그녀의 옆에서 날아다닙니다.
둘은 '키프로스섬'에 도달하게 되었고 아프로디테가 섬에 발을 디딘 순간, 꽃들이 피고 '봄'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사랑을 봄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게 아프로디테는 운명처럼 키프로스섬에 수호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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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프로디테가 말하는 사랑의 한계는?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섬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사랑의 신답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도록 독려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의 사랑은 '육신'의 사랑을 말합니다.
'족제비는 잘생긴 청년을 사랑하게 되자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을 여인으로 바꿔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여신은... 예쁜 소녀로 바꿔 주었다'
<아이소포스 作 '우화들'>
아프로디테는 불륜이나 바람까지도 허용하며, 도덕적 관념에 구애 없는 파격적인 사랑을 권장합니다.
심지어 아프로디테는 동물이 사람을 사랑하는 등의 종전환까지 허용하여, 키프로스섬은 그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섬이 됩니다.
지금 우리의 윤리적 잣대나 법적 잣대로 봤을 때는 너무나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신에 의해 모든 것이 바뀐 키프로스섬은 나이, 국경, 인종 모든 것을 다 넘어서서 마음껏 사랑하라는 것이 그것이 정의, 미덕, 윤리, 법인 세상이 된 것입니다.
3. 아프로디테, 사랑을 거부하는 처녀들에게 무제한의 욕정을 선물했고 그 처녀들은 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며 '매춘'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사랑 독려를 못마땅해 한 처녀들은 사랑을 거부하며 아프로디테를 모욕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모욕하는 처녀들을 가만 둘 수 없어 사랑을 거부하는 처녀들을 향해 최악의 저주를 내리게 되는데, 그녀들에게 '무제한의 욕정'을 선물하는 것이었습니다.
처녀들은 주체할 수 없는 정욕을 느끼며 남자들과 관계를 했었고, 이를 원하는 남자들을 줄 세우게 됩니다.
'그 결과 여신의 분노로 인해 그들은 최초로 자신들의 아름다움과 몸을 팔았다고 전해진다'
<아이소포스 作 '우화들'>
마침내 처녀들은 매춘(賣春, 팔 매, 봄 춘)을 시작하게 됩니다.
'매춘'을 직역하면, '봄을 판다'는 뜻입니다.
매춘이라는 단어는 바로 키프로스섬에 아프로디테 신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아프로디테는 이 숭고한 사랑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분노해 그 처녀들을 결국 '돌'로 만들어 버립니다.
4. 키프로스 섬의 예술가 남자, 상아로 자신만을 사랑해 줄 이상형의 여인을 조각하다
먼발치에서 이 상황을 한 남자가 보고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왕이라는 설도 있고, 예술가나 조각가라는 설도 있는데 예술가라고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남자는 처녀들이 욕정을 돈벌이로 사용해 아프로디테의 분노로 저주를 받아 돌이 되는 것을 보고는, 그는 자신만을 사랑해 줄 여인을 만나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하고 자신의 연인을 찾아 나섭니다.
남자는 자신만을 사랑해 줄 여인을 찾아 여기저기 구애를 하고 다니지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남자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면, 돌로 인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비싼 코끼리의 상아를 가지고 여인을 조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남자는 자신만을 사랑해 줄 여인을 자신의 스타일로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완벽한 이상형의 모습을 갖춘 조각상을 완성하게 됩니다.
남자는 아름다운 장신구와 드레스로 조각상을 치장해 줬고, 조각상과 모든 일상을 공유합니다.
남자는 조각상과 함께 누울 침실의 침대보를 '보라색'으로 준비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보라색 염료를 얻기 어려워 손바닥만 한 보라색을 얻기 위해서는 조개 1만 5천 개를 깨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귀한 보라색 침대보를 사느라 남자는 가사를 탕진하기에 이르렀지만, 조각상을 마치 진짜 사람처럼 대하며 같이 잠도 자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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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남자를 미친 사람 취급합니다.
5. 아프로디테, 조각상이 진짜 여인이 되게 해 달라는 예술가 남자의 기도에 조각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다
남자는 속상한 마음에 조각상이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줄 이는 아프로디테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아프로디테 축제날 신전으로 찾아갑니다.
'조각상인 나의 아내를 사람을 만들어 주소서'
남자는 이렇게 기도하고 싶었지만, 차마 이 기도제목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어 이렇게 기도하고 맙니다.
'조각처럼 피부가 하얀 여인을 아내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남자는 용기가 없어 말만 더듬다 이 정도 수준에서 기도를 끝내버립니다.
하지만 남자의 기도는 아프로디테에게 전달됩니다.
조각을 사람으로 만들어달라고 하며, 오직 그녀와만 사랑을 하겠다고 기도하는 남자의 기도를 들은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사랑법칙에는 위배되지만 남자의 정성과 기도, 신실함 그리고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프로디테의 심장을 뛰게 합니다.
아프로디테는 남자집으로 강림해, 조각상에 다가가서 코에다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그가 만지자 상아는 부드러워지고 단단함이 사라져서 그의 손가락에 눌렸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프로디테에게 기도 후 집으로 돌아온 남자가 조각상을 만졌는데 조각상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고, 남자를 안아줍니다.
'조각이었던 제가 당신의 기도와 사랑에 사람이 되는 기적을 이뤘어요'
남자는 사람이 된 조각상을 보고 바로 아프로디테에게 감사 기도를 올렸고, 아프로디테도 매우 흡족해합니다.
아프로디테는 그 둘의 결혼식에 참석까지 했으며, 이런 이에게는 축복을 내려줘야 한다면서 남자를 왕국의 왕까지 만들어 줍니다.
굳어 있는 조각상을 끊임없는 믿음과 기도와 진실함으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기적을 일으킨 이 남자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그는 바로 '피그말리온(Pygmalion)'입니다.
간절히 원하고 원하면 이루어질 수 있고,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개인의 능률이나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우리는 흔히 피그말리온 효과 (Pygmalion effect)라고 합니다.
이런 '칭찬의 힘'이 이 피그말리온 신화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칭찬 한 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고, 주변 또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남이 아닌 자 자신을 향한 칭찬과 긍정적 자기 암시가 더 나은 나를 만들고 나아가 사회 전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6. 신화 속 불편한 이야기
그런데 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몹시 불편하고 거북할 수 있고, 듣기 힘들 수 있는 적나라한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내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하겠다'
저자인 오비디우스가 이렇게 말하며,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라는 말로 시작됩니다.
오비디우스는 만약 이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고, 만에 하나 믿어진다면 이런 일이 벌어진 다음에는 반드시 신의 천벌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책의 서두에 명시합니다.
7. 피그말리온 외손자 키니라스 왕, 딸 믜르라의 미모를 가호신 아프로디테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다니다
피그말리온과 조각에서 여인이 된 부인이 아프로대테의 가호 아래 왕국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때는 피그말리온의 외손자 '키니라스' 왕 통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프로디테를 모시는 집안답게 키니라스 왕 부부 또한 금슬 좋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키니라스 왕 부부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예뻐도 너무 예쁘고, 심지어 착하기까지 한 '뮈르라' 공주님입니다.
키니라스 왕은 너무나 아름다운 딸 믜르라의 미모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아프로디테를 3대째 모시고 있고, 조상인 피그말리온대에 상아조각상을 사람으로 만들어줬던 집안의 가호신인 아프로디테를 모독한 것입니다.
키니라스 왕은 그야말로 불경스러운 말을 입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올림포스 미모 3 대장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전쟁의 여신 아테나, 결혼의 여신 헤라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꼽을 수 있는 데 그중에서도 최고의 미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아프로디테였으니 키니라스 왕의 불경스러운 말은 아프로디테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8. 아프로디테, 키니라스 왕에게 저주를 내려 딸 믜르라가 아버지를 사랑하게 만들어 버리다
신들 중에서도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아프로디테에게 한낱 인간이 자신보다 더 예쁘다고 한 것이고, 심지어 자신을 모시는 집안에서 이런 일이 있자 아프로디테의 신뢰는 한순간 무너지고 맙니다.
'네 딸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그럼 네 딸과 사랑을 하면 되겠구나!'
단단히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에로스를 불러 딸 믜르라에게 황금 화살을 쏘게 했고, 그대로 믜르라의 가슴에 화살이 관통하고 맙니다.
그때부터 딸 믜르라 공주의 짝사랑의 대상은 아버지 키니라스 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키니라스는 그녀의 미모에 몰려드는 구혼자를 맞느라 분주했고, 믜르라의 마음도 모른 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느냐며 물어댑니다.
9. 믜르라 공주의 유모, 믜르라가 아버지 키니라스 왕을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주에 대한 잘못된 애정으로 계략을 꾸미다
믜르라는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믜르라의 유모가 이를 발견하고 놀라 뛰어와 믜르라를 말리며 왜 그런지 이유를 묻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복도 많지!'
믜르라의 이 말을 들은 유모는 소름이 돋고 오싹하면서 백발이 다 곤두섭니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분과 사랑에 빠졌습니까?'
믜르나는 유모의 물음에 눈물만 흘렸고, 유모가 말합니다.
'그 어떠한 선택도 죽음보다는 낫겠지요'
10. 뮈르라, 아버지 키니라스 왕과 금기의 선을 넘어버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왕국에서는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의 제사가 열리는 날이 다가옵니다.
이 축제에는 유부녀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키니라스 왕의 왕비 또한 참석합니다.
드디어 왕은 왕비 없이 혼자만 궁에 남게 됩니다.
그날 밤 믜르라의 유모가 키니라스 왕을 찾아가 계속해서 왕에게 술을 권하였고, 왕의 취기가 점점 오르자 유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하의 사랑이 하늘을 찔러서 왕국의 수많은 여인들이 전하를 흠모하고 있습니다. 오늘 왕비가 없는 틈을 타서 어여쁜 여인으로 하여금 성은을 내릴 수 있도록 잠자리를 모시게 하겠습니다'
유모는 믜르라에 대한 뒤틀린 애정으로 계략을 꾸민 것입니다.
'금빛 달은 하늘에서 달아났고, 시커먼 구름이 별들을 숨겼다. 밤은 자신의 빛을 잃었다... 암흑과 어두운 밤이 믜르라의 수치심을 덜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유모가 믜르라를 키니라스 왕에게 데려가는데 하늘에 별이 하나도 없고, 달빛마저 구름이 가리는 암흑이 믜르라의 수치심과 자존심을 가려주었습니다.
아프로디테의 끔찍한 저주에 믜르라의 몸과 마음이 따로 놀며 괴로운 와중에, 유모가 키니라스 왕이 있는 방으로 믜르라를 들여보냅니다.
그 암흑 속에서 결국 죄 많은 남자와 여자 둘만 남게 되었고, 불길한 부엉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금기의 선을 넘어 버립니다.
11. 믜므라,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몰약나무가 되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힘든 법이라 한번 넘어가버린 금기의 욕망은 멈출 줄 몰랐고, 다음 밤도 그다음밤도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키니라스 왕은 매일밤 자신을 찾아오는 여인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동불을 들었는데, 그때서야 그 여인이 딸 믜르라인 것을 알게 됩니다.
키니라스 왕은 가문을 더럽힌 딸에게 분노하여 그토록 사랑한 딸을 칼을 들어 죽이려 하자, 믜르라는 두려움에 암흑 속으로 도망을 나옵니다.
믜르라는 그 길로 아홉 달이나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다가,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신이시여. 저는 도대체 왜 태어나서 이런 죄의 씨앗 잉태하게 되었나요?'
믜르라는 결국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서 산 자들을 모독하고 죽어서 죽은 자들을 모독하지 않도록 양쪽 영역에서 추방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변신시켜 제게서 삶도 죽음도 물리쳐 주십시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믜르라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욕되지 않게, 명예롭게 죽은 자들에게 욕되지 않게,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존재를 만들어 달라고 기도하고 신은 이 기도를 들어줍니다.
신은 만삭인 믜르라를 나무로 변신시켜 주는데, 그 나무가 바로 '몰약'나무입니다.
12. 아도니스, 몰약나무가 된 믜르라의 배를 가르고 열 달째 되던 날 태어나다
문제는 배 속에 태아는 계속해서 자라나 열 달째 되던 날, 나무 기둥을 가르며 아이가 태어납니다.
이 사내 아내가 오늘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 '아도니스'입니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인해,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할아버지이고, 어머니가 누나인 불쌍한 아이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아도니스는 날개와 활만 있으면 딱 에로스와 닮은 꼴인 너무나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고, 님프들이 아름다운 미모에 반하여 아도니스를 키웁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도니스가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잘 생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 나르키소스와 가니메데스인데, 그들에게 버금가는 미소년이라고 보면 될 만큼 아도니스는 잘생긴 청년으로 자랍니다.
13. 아프로디테, 에로스의 화살을 맞고 아도니스에게 사랑에 빠지다
미소년 아도니스의 취미는 사냥이었고, 밤낮없이 사냥을 하러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활을 쏘며 놀다 아프로디테가 그만 에로스의 화살에 맞아버립니다.
아프로디테는 에로스의 화살을 맞고 처음으로 보는 것과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화살을 맞자마자 곁에 있었던 에로스부터 멀리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아무것도 보지 않도록 노심초사하며 눈을 감은 채 신전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돌부리에 걸린 아프로디테가 넘어지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아프로디테를 붙잡아 줍니다.
놀란 아프로디테는 눈을 떴고 그 앞에는 잘생긴 아도니스의 얼굴이 마주하고 있었고, 아프로디테는 그 순간 아도니스에게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사랑에 빠진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냥밖에 모르는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마음은 몰라준 채 사냥에만 매진합니다.
하는 수 없이 아도니스를 위해 아프로디테는 사냥을 같이 하러 다니는데, 함께 사냥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사냥이 위험해 어느 날 아도니스에게 태어날 때부터 날카로운 발톱과 이를 가진 짐승은 사냥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합니다.
그 이후로도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사냥터 데이트는 계속되는데,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합니다.
'천 번의 키스가 내 마음을 살 수 있어요. 값은 느긋하게 치르세요... 갚지 못해 빚이 두 배가 될지라도 이천 번의 키스가 뭐 문제겠어요?'
<셰익스피어 作 '비너스와 아도니스'>
'당신의 붉은 입술로 내 입술에 인장을 찍어줘요. 나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모두 당신에게 팔고 싶어요. 값은 천 번의 키스로 대신해 주세요. 한 번씩 한 번씩 아주 천천히 갚아주세요. 나를 가져주세요 '
아프로디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도니스를 유혹하기 위해 애끓는 구애를 합니다.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애끓는 구애에 사냥하듯 사랑도 하자며 사랑을 나눈 후, 아도니스가 한 첫마디는 이러했습니다.
'이제 됐죠? 다시 사냥 가요'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 미쳐 있었기에 그가 원하는 대로 사냥을 하며, 그와 사랑을 나눕니다.
문제는 사랑의 여신이 일은 하지 않고, 아도니스에게만 미쳐 있으니 세상에서 사랑이 사라져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를 지켜본 제우스가 분노하여 아프로디테를 호출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올림포스로 돌아가며 아도니스가 혹여 사냥하다 다칠까 염려하며, '인간을 보고 도망가는 짐승만 사냥하기'로 약속합니다.
아도니스에게 당부를 하고는,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끄는 마차를 타고 올림포스로 돌아갑니다.
14. 아프로디테가 올림포스로 간 사이, 아도니스 멧돼지 엄니에 찔려 죽다
홀로 남은 아도니스는 여느 날처럼 사냥을 하러 나갔고, 은은한 광기가 느껴지는 엄니가 거대한 멧돼지와 마주치게 됩니다.
아도니스는 덤비는 멧돼지에게 창을 던져 몸통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하지만, 흥분한 멧돼지는 아도니스에게 달려들어 아도니스의 사타구니를 날카로운 엄니로 관통시켜 버립니다.
이를 발견한 아프로디테는 놀라 황급히 되돌아오는데, 이미 아도니스의 몸은 사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그의 몸은 피웅덩이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니다.
'흉측한 폭군이여, 보잘것없이 여윈 추악한 자여, 사랑을 갈라놓는 혐오스러운 자여'라며 여신은 죽음을 꾸짖었다'
<셰익스피어 作 '비너스와 아도니스'>
아프로디테는 마차에서 내려 죽어가는 아도니스의 모습 앞에서 저승을 신들에게 저주를 퍼붓더니, 갑자기 아도니스를 데려가지 말라며 울부짖습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의 영역이 아니기에, 아도니스는 서서히 죽어갑니다.
15. 결국 아프로디테 자신이 재린 저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사랑하는 아도니스를 죽이고 아프로디테는 비로소 사랑의 고통을 알게 되다
'넌 왜 태어나서 날 이렇게 힘들게 해'
아도니스의 탄생에 얽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결국 만나게 된 것은 아프로디테 자신의 분노였습니다.
아프로디테 자신이 내린 저주가 비극의 부메랑이 되어 이렇게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아도니스는 싸늘한 주검으로 남았고, 정신을 반쯤 잃은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고통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아도니스를 추모하며 신들의 음료 넥타르를 아도니스의 피에 붓습니다.
아도니스의 피에 넥타르가 닿으면서 그 자리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데, 이 꽃은 바람만 불어도 꽃잎이 떨어졌습니다.
아도니스의 피에서 피어난 꽃은 바로 '아네모네'입니다.
아네모네가 훅 불어도 꽃잎이 떨어지는 이유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아도니스를 표현한 것이고,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입니다.
이 사건 이전까지 아프로디테는 사랑이 이렇게 아픈 것인지 몰랐습니다.
이전까지는 사랑은 그저 즐기는 것이고 육체적 기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비로소 마음으로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너무 아파, 마음으로 하는 사랑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되면 이런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사랑에 마법을 겁니다.
그래서 사랑이 기쁘기도 하지만, 아프기도 한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랑의 달콤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동반되는 질투, 의심, 집착하게 되고 사랑이 깨졌을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고통이 찾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묻는 아도니스 이야기였습니다.
16. 신들도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일까요?
세상을 바라보면 인간을 움직이는 힘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이냐 했을 때,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들의 계보> 저자인 헤시오도스가 이야기를 만들 때, 태초의 신 카오스(텅 빈 공간)가 있었고, 가이아(대지의 여신)가 스스로 태어나고, 이를 비롯해 타르타로스(지하 세계)와 에로스(사랑의 신), 에레보스(어둠의 신), 닉스(밤의 여신)가 최초의 신으로 등장합니다.
이중 사랑의 신 에로스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표현합니다.
에로스의 로마 신화 이름 큐피도(Cupodo)는 '욕망'이라는 표현도 되고, '사랑'이라는 표현도 됩니다.
신화가 인간 상상의 산물이라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뭘까? 에 대해서도 말했을 것입니다.
세상에 공간이 있고 가이아처럼 원초적인 물질만 있으면 세상에 움직임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사랑을 뜻하는' 에로스'를 최초의 신으로 상상했던 것이고, 그런 점에서 그들도 신화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단순히 애정 행각이나 성적 욕망 그 이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영어식 이름은 '비너스(Venus)'이고 이것을 라틴어로는 '베누스'라고 읽습니다.
베누스가 일반명사로 쓰일 때는 '사랑, 매력'이라는 뜻입니다.
에로스의 영어식 이름은 큐피드(Cupid)이고, 로마 신화 이름은 쿠피도(Cupido)입니다.
큐피도를 일반명사로 사용하면 '욕망, 애욕'이라는 뜻입니다.
에로스는 욕망을 불어넣고, 아프로디테는 매력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욕망과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사랑이란, 애정행각이나 성적 욕망을 넘어선 그 이상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보통 에로스라고 하면 현대에 와서는 육체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질되었지만, 이러한 선입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규정해 놓은 사랑은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고, 바라지 않고 상대를 아껴주어야 하는 등 다양한 조건이 따르지만 그리스, 로마인들이 과감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종류의 사랑도 정제되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인정해 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넘쳐나는 불륜과 같은 속상한 사랑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숭고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신화 속에 집어넣고 사랑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편견과 윤리, 틀과 싸우는 싸우면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17. 꽃이 된 아도니스가 상징하는 의미는?
시대를 불문하고 어린아이들은 각종 질문을 쏟아냅니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넘치는 질문들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나 과학이 없었던 시절 혹은 합리적인 설명이나 과학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통해 설명이 가능합니다.
신화학에서는 이런 식의 모든 설명을 '아이티올로지(aetiology)'라고 표현합니다.
그리스 말에서 온 것인데 'aetia'라는 말은 '원인'이라는 뜻이고, 'aetiology'는 '어떤 것의 원일을 설명하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과 모든 존재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신화의 기능입니다.
아이티올로지로 본 아도니스가 아네모네 꽃이 된 의미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네모네가 붉은 이유는 아도니스의 피와 아프로디테의 슬픔 때문이야'라고 말입니다.
18.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란 세상을 상상력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현상과 존재를 설명하려고 했던 인류의 시도입니다.
그런 정의가 신화 존재의 의미이자 깊은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말하기를 신화는 자연을 물건이나 지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 그윽한 사연이 숨겨져 있고 자연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깊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존중하는 마음을 길러준다고 까지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란 지구를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이론입니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가 단순한 물건이나 유기물이 아니라, 지구의 구성 물질 하나하나가 신이 나 여신이 깃든 것처럼 생명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야 할 자연을 '나의 친구, 나의 이웃, 나의 신이다'라고 대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19. 아도니스의 또 다른 이야기
아도니스가 어릴 때부터 너무나 아름다워서 아프로디테도 사랑에 빠졌지만, 아도니에게 사랑에 빠진 여신이 또 있었습니다.
바로 '페르세포네'입니다.
페르세포네와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두고 삼각관계였습니다.
삼각관계의 결론은 공평하게 아도니스를 나누어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3분의 1은 아프로디테와 지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페르세포네와 지내고, 다른 나머지 3분의 1은 아도니스의 선택권을 주기로 합니다.
아도니스의 선택은 아프로디테였고, 아도니스가 꽃이 된 이유를 이 신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의 결과 꽃이 된 아도니스의 꽃씨가 땅에 묻히면 땅 속에서 일 년에 3분의 1이 있다가, 봄이 되면 싹이 트고 겨울까지 살아있게 된 것입니다.
아도니스가 아프로디테와 1년에 3분의 1은 같이 지내고, 지하에서 페르세포네와 너머지 3분의 1을 같이 지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20. 델피의 파르나소스산 중턱에 위치한 '아폴론 신전'에 얽힌 이야기
델피의 파르나소스산 중턱인데 이곳은 아폴론 신전이 있는 곳입니다.
아폴론의 어머니 레토가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 질투에 눈이 먼 헤라가 '피톤'이라는 괴물을 보냅니다.
나중에 피톤과 아폴론이 싸워서 아폴론이 피톤을 쓰러뜨리는데 그 죽은 피톤이 묻힌 곳이 아폴론 신전 아래였습니다.
실제로 아폴론 신전의 지하에서 황산 가스가 나온다고 하며, 이것을 신화적으로 해석하면 피톤이 썩어서 나는 냄새가 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폴론 신전은 아폴론 신과 9명의 뮤즈 여신들이 가무를 즐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3
21. 그리스의 '엘레우시스'에 얽힌 이야기
그리스의 '엘레우시스'라고 하는 곳인데, 얕은 언덕에 보이는 동굴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페르세포네가 일 년에 한 번씩 지상으로 올라와서 어머니 데메테르를 만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이 언덕 너머에는 데메테르 여신의 신전터가 남아 있습니다.
데메테르 여신이 신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딸 페르세포네가 올라올 시점이 되면 엘레우시스의 동굴로 가서 딸을 맞이한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설민석/신들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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