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터디 위드 돈벌러

신들의 사생활 6 (그리스 로마 신화/신에게 도전했던 인간 '벨레로폰테스' , 아라크네 이야기)

반응형

신들의 사생활 6 (그리스 로마 신화/신에게 도전했던 인간 '벨레로폰테스' , 아라크네 이야기)

1. 반신반인의 영웅 펠리세우스를 동경한 벨레로폰테스,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이웃나라로 추방되다

'코린토스'라는 왕국에 왕자 '힙포노오스'가 살았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포세이돈이라는 원전도 있고, 인간인 왕의 아들이라는 원전도 있습니다.

오늘은 인간인 왕의 아들이라는 원전으로 이야기를 각색해 보겠습니다.

힙포노오스는 메두사의 목에서 탄생한 전설의 페가수스를 타는 페르세우스처럼 될 것이라는 꿈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힙포노오스'라는 이름은 '말을 사랑하는 자, 말을 잘 타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페르세우스처럼 되고 싶지만 혈통 자체가 달랐습니다.

페르세우스는 아버지가 제우스인데, 힙포노오스는 아버지가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페르세우스 같은 영웅이 되고 싶었던 힙포노오스에게 불운이 찾아오게 됩니다.

힙포노오스가 실수로 사람, 그것도 '참주'를 죽이게 됩니다.

절대적인 통치자, 군주를 말하는 참주를 실수로 죽여버린 것입니다.

당시에는 사람을 죽인 사람은 '~를 죽인 자 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바꿔 살아야 했고, 이것은 주홍글씨와도 같았습니다.

힙포노오스도 그가 죽인 참주의 이름이 '벨레로스'라는 사람이라, 살인자를 뜻하는 '폰테스'가 뒤에 붙어, '벨레로스를 죽인 살인자'라는 뜻을 가진 '벨레로폰테스'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벨레로폰테스라는 이름으로 그 당시 그리스 풍습에 따라,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이웃나라로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웃 나라의 권력자에 의해서 일종의 정화 의식과 같은 의식을 거치면, 그 죄가 사하여지는 풍습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5

 

신들의 사생활 5(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페르세우스)

신들의 사생활 5(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페르세우스) 1. 아그로스 왕, 신탁 때문에 딸 다나에는 청동방에 가두다 고대 그리스는 여러 작은 왕국으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그중 '아르고스'라는

donbuller.tistory.com

2. 벨레로폰테스, 추방된 티린스 왕국 왕비의 모함을 받게 되다 

벨레로폰테스는 이런 과정을 거쳐 고향에서 쫓겨나서 이웃 나라인 '티린스'로 가게 됩니다.

성격 좋아 보이는 티린스의 왕 '프로이토스'와 왕비는 벨레로폰테스 극진히 환대해 줍니다.

그런데 왕비가 잘생긴 벨레로폰테스를 유혹하였고 당황한 벨레로폰테스는 왕비를 피해 방으로 들어옵니다.

왕비는 방까지 쫓아와 벨레로폰테스를 유혹했지만, 그는 왕비를 정중히 거절합니다.

'프로이토스여, 당신이 죽든지 벨레로폰테스를 죽이든지 하세요. 그는 제가 원하지도 않았건만 사랑으로 잠자리하길 원했어요'

<호메로스 作 '일리아스'>

왕비는 벨레로폰테스에게 거절당하자 수치심에 분노가 폭발하여 남편을 찾아가서 도리어 벨레로폰테스가 자신을 방으로 유혹해서 술을 먹이고 강제로 끌어안으려 했다며 거짓으로 고합니다.

왕비의 거짓에 속은 왕은 벨레로폰테스를 죽이고 싶었지만, 손님을 박대하면 안 된다는 그리스 풍습 때문에 죽일 수 없자 한 가지 계략을 세우게 됩니다.

3. 티린스 왕, 장인어른이 왕인 이웃 나라 리키아로 벨레로폰테스를 보내 죽이려 하다

티린스의 왕은 장인어른인 또 다른 이웃나라 리키아 왕국의 왕에게 편지를 씁니다.

'당신의 딸이자 나의 아내를 지금 편지를 가져가는 이놈이 강제로 희롱을 했습니다. 편지를 읽는 즉시 죽여주십시오'

티린스 왕 프로이토스는 벨레로폰테스를 장인어른이 왕으로 있는 리키아로 편지 심부름을 보냅니다.

리키아왕은 딸과 사위가 보낸 벨레로폰테스를 환대하며 그를 위해 9일 동안 파티를 열어줍니다.

10일 차가 되던 날, 리키아왕은 벨레로폰테스가 가져온 편지를 그때서야 읽게 됩니다.

리키아 왕은 벨레로폰테스를 죽이려 하지만 9일 동안 대접을 한 손님이라 그 또한 그리스 풍습 때문에 죽이지 못하게 됩니다.

4. 벨레로폰테스, 리키아 왕의 계략에 넘어갔지만 예상과 달리 키메라를 물리쳐 버리다 

벨레로폰테스는 근심하고 있는 리키아 왕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키메라(키마이라)
키메라(키마이라)

리키아 왕은 리키아 왕국의 위협이 되는 사자의 얼굴을 하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몸통은 염소이고, 꼬리가 뱀인 괴물 '키메라(키마이라)'를 누가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영웅 페르세우스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벨레로폰테스는 리키아 왕의 말을 듣자, 자신의 롤모델인 페르세우스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페르세우스도 처음에는 궤짝에 떠다니던 난민이었다가 메두사의 목을 베고, 바다 괴물을 물리치면서 차근차근 영웅이 된 것이라 믿었던 벨레로폰테스는 자신도 키메라라는 괴물을 물리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리키아 왕의 계략에 넘어가 자신이 키메라를 죽여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벨레로폰테스에게는 페르세우스와는 달리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언자를 찾아가 키메라를 잡기 위해서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물었고 이런 답을 듣게 됩니다.

'아테나 신전에 가서 잠을 자게'

벨레로폰테스는 예언자의 조언대로 전쟁의 여신 아테나 신전을 찾아가 기도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듭니다.

잠든 벨레로폰테스 앞에 아테나가 나타났고, 벨레로폰테스는 키메라를 물리칠 방법을 아테나에게 묻습니다.

아테나는 잘린 메두사의 목에서 태어난 페가수스를 잡아서 예술의 여신들에게 잘 길들이게 했다며, 페가수스를 벨레로폰테스에게 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코린토스의 페이레네 샘
코린토스의 페이레네 샘

아테나는 꿈에서 벨레로폰테스의 '고향 코린토스의 페이레네 샘'에 가면 날개를 단 하얀 페가수스가 물을 마시고 있을 것이고, 자신이 준 황금고삐를 이용해 페가수스에게 재갈 물려 길들여 키메라와 싸운다면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줍니다.

잠에서 깬 벨레로폰테스 옆에 정말로 황금 고삐가 놓여 있었고, 아테나의 조언대로 고향 코린토스의 페이레네 샘으로 찾아가니 꿈에 그리던 페가수스가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벨레로폰테스는 페가수스에게 황금 고삐를 던졌고, 마법처럼 페가수스에게 재갈이 물렸습니다.

재갈이 물린 페가수스는 거짓말처럼 벨레로폰테스 앞에 꿇어앉았고, 벨레로폰테스는 페가수스에 올라탑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대결에 앞서 원거리 전투에 활용할 '활과' 근접 전에 사용할 '납으로 된 창'을 챙겨서 꿈에 그리던 전설의 페가수스를 타고 키메라를 찾아갑니다.

키메라를 만난 벨레로폰테스는 그것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붓지만 유연한 키메라는 화살을 족족 피하였고 활이 떨어지자 비장의 무기인 납으로 된 창을 들어 키메라에게 겨눕니다.

이때 키메라가 불을 뿜기 위해 산소를 빨아들였고, 벨레로폰테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납으로 된 창을 키메라의 입속에 꽂았고 창이 기도를 막아 입안에서 불이 나오다가 막혀 입안에서 불타오르게 됩니다. 

입안에서 불길에 납이 녹으면서 그것이 키메라의 식도를 따라 위장으로 들어가게 되어 키메라는 '기도 막힘으로 인한 호흡곤란 및 납중독'으로 죽게 됩니다.

벨레로폰테스는 그렇게 키메라를 물리치고 리키아 왕을 찾아갔습니다.

리키아 왕은 놀랐지만 왕국의 골칫거리인 키메라를 잡아 준 것이라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당황스러운 리키아왕의 표정을 보고 그에게 또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인지 묻습니다.

5. 벨레로폰테스, 리키아 왕국에 위협이 되는 솔리모이와 아마조네스 부족까지 승승장구하자 위협을 느낀 리키아 왕이 살해 계획을 세우다

리키아 왕은 왕국을 위협하는 솔리모이 부족을 누군가 정벌해 주면 좋겠다며 하소연하자, 명예욕 넘치는 야망남 벨레로폰테스는 의기양양 또다시 나서서 솔리모이 부족을 물리쳐줍니다.

리키아 왕은 이번에는 또 다른 부족 여전사들의 아마조네스를 물리쳐줬으면 하고 바라자, 벨레로폰테스는 아마조네스 부족까지 물리치며 연이은 승리로 기세등등해집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리키아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물리쳐 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리키아왕에게는 이제 너무 힘이 강해진 벨레로폰테스가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리키아 왕은 전국에서 최강 강철 부대를 동원했고, 벨레로폰테스가 돌아올 때 '물같이 침투해서 불같이 타격하고 바람처럼 퇴출해 벨레로폰테스를 죽이라'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는 집으로 가지 못했소. 고귀한 벨레로폰테스가 그들 모두를 죽였으니까'

<호메로스 作 '일리아스'>

벨레로폰테스는 실전 전쟁에서 터득한 촉을 발동해 자신을 향하는  살기를 느끼고 리키아의 강철부대를 전멸시켜 버립니다.

리키아 왕은 벨레로폰테스가 이미 자신의 상대가 아니고,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라는 판단을 하고는 사위가 보낸 편지를 벨레로폰테스에게 보여주며 그간의 일을 고합니다.

6. 벨레로폰테스, 리키아 왕의 오해를 풀고 그의 또 다른 왕과 결혼하여 왕이 되는 꿈을 이루다

벨레로폰테스는 자신이 리키아 왕의 딸을 희롱한 것이 아님을 해명을 했고, 사실을 확인 한 리키아 왕은 벨레로폰테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키메라, 솔리모이, 아마조네스까지 모두 정벌해 주니 자네야 말로 인간의 피를 지녔지만 페르세우스 이상의 영웅이라고 생각하네. 내가 사과의 뜻으로 나의 또 다른 딸과 결혼을 시켜 주고 나의 왕관을 자네에게 주겠네. 리키아 왕국의 왕이 되어주게' 

벨레로폰테스는 '어려운 위기가 닥쳤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바꿔서 극복할 때 페르세우스와 같은 영웅이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는 리키아 왕의 또 다른 딸과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라고 끝맺음을 하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또 시작됩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내가 진짜 인간의 혈통이 맞는지, 인간이면 어떻게 괴물이며 최강 부족들을 물리칠 수 있느냐'며 오만해지기 시작하며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페가수스에게 신들이 사는 올림포스로 가자고 명령합니다.

벨레로폰테스는 그의 명령을 선뜻 따르지 않는 페가수스를 황금 고삐로 강제로 조정하여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제우스는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어여쁜 공주와 결혼하고 왕좌까지 거머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가지게 된 벨레로폰테스가 만족을 하지 못하고 신을 넘보자 벨레로폰테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등에
등에

제우스는 파리과의 '등에'를 한 마리 보내 페가수스 뒷목을 톡 하고 쏘게 합니다.

벨레로폰테스는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가다가 등에에 물려 몸을 일으켰고, 이에 놀란 페가수스 때문에 낙마를 하게 되고 지상으로 추락하게 되는데, 떨어진 곳이 하필이면 가시덤불이었습니다.

이렇게 한때 명예로웠던 벨레로폰테스는 초라한 몰락을 하게 됩니다.

벨레로폰테스는 복숭아뼈부터 시작해서 정강이, 허벅지까지 모든 뼈가 산산조각이 나고 가시덤불에 두 안구를 깊숙이 찔리게 돼 두 눈도 멀게 됩니다.

'하지만 벨레로폰테스조차 모든 신에게 미움을 받게 되자, 홀로 알레이온 평원을 떠돌아다녔소'

<호메로스 作 '일리아스'>

결국 벨레로폰테스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엉금엉금 기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평생 구걸하면서 비참히 게 살다가 죽게 됩니다.

7. 페르세우스와 벨레로폰테스, 두 영웅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벨레로폰테스의 롤 모델은 페르세우스였습니다.

그렇다면 벨레로폰테스와 페르세우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벨레로폰테스도 키메라를 무찌르고 리키아 왕국을 위협하던 종족들을 무찌르면서 영웅적 능력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벨레로폰테스는 페르세우스와는 달리 '명예 회복'에만 그치지 않고 '보상'을 바랐고 왕좌를 거머쥡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벨레로폰테스는 인간의 한계와 선을 넘고자 신에게 도전합니다.

8. 벨레로폰테스, 이름의 두 가지 의미

폰테스는 '사람을 죽이다' , '살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벨레로폰테스라는 이름은 '벨레로스를 죽인 자'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그리스어에서 '벨로스'라는 단어가 있는데,  '창' 또는 '던져서 상대를 제압하는 무기 일체'를 말합니다.

그래서 벨레로폰테스가 벨로스폰테스 즉 '창을 던지는 자'라는 의미의 변형된 형태라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벨레로폰테스가 '실수로 사람을 죽인다'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가 활약하는 과정에서 '창을 써서 적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자기의 이름에 담긴 주홍글씨를 완벽하게 씻어내게 됩니다.

자기 실수를 씻어 내면서  '벨레로폰테스'에서 '벨로스폰테스'가 된 것입니다.

따라서 벨레로폰테스는 자신의 죄를 정화받기 위해서 키메라를 무찌른 것이 됩니다.

 

그리고 오만해진 벨레로폰테스가 신의 세계로 올라가는 것은, '이 정도면 나도 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의 자격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인간이 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생각을 그리스에서는 '윤리학적'으로 개념화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선을 넘는다'라는 것을 그리스어로 '휘브리스를 범한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몫, 한계'로 주어진 것을 '모이라(moira)'합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몫에 충실하면 잘 사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그 몫을 넘어설 때 '휘브리스를 범했다'라고 하고, '선을 넘는 자는 반드시 신이 응징한다'라고 하며 응징 또는 응보를 '네메시스(nemesis)'라고 합니다.

그리스 말로는 '모이라(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휘브리스(선을 넘게)를 범하게 되고, 휘브리스를 범하면 신의 '네메시스'(응징)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리스식 윤리 덕목으로 '인간은 선을 지켜야 한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에서도 벨레로폰테스가 자기 몫을 넘어서면서 신의 응징을 받아 파멸하게 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사에서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분수를 지켜라'라고 가르치는 또 한편으로는 '선을 넘어라,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마라, 너를 뛰어넘어라'라고 교육을 하고 독려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들은 혼돈과 혼란이 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하나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신에 도전해 선을 넘으려 한 것이 과연 그냥 나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벨레로폰테스가 그로 인해 몰락했던 것을 과연 그냥 나쁘게만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꼭 선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의문도 제기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벨레로폰테스는 이야기 속에서 제우스에게 도전하는 저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묘사되곤 합니다.

그리고 전달하는 사람이 '한번 해보는 것은 어때? 몰락했지만 저 높이 갔던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짜릿했겠어?'라는 식으로 전달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비록 실패했고 몰락했더라도 저 도전 자체는 굉장히 아름답다는 것을 깨쳐주기도 했습니다.

즉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한편, 현실에 만족하고 선을 넘지 않고 오만하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자고 가르칩니다.

과연 무엇이 맞는 것일까요?

9. 아라크네, 가난한 염색공의 딸로 태어나 신의 경지에 이른 '베 짜기' 실력을 자랑하다

리디아라는 나라의 가난한 집안에  '아라크네'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라크네의 어머니는 그녀가 어릴 때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직업은 '염색공'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인 콜로폰 출신의 이드몬은 포카이아에서 난 자줏빛 염료로 흡수력 좋은 양털을 염색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라크네의 아버지 이드몬은 보라색 염료를 얻는 일을 했는데 당시에는 이 보라색을 얻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한 손바닥만큼의 보라색을 얻기 위해서 조개를 만 오천 개를 깨야해야 했습니다.

그 작업을 하면 손이 마치 썩은 물고기처럼 흉측해지고, 악취에 피부도 상하는 당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천대받았던 직업이 염색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탁월한 베 짜기 실력으로 이름을 날립니다.

아라크네는 베 짜기에 있어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른 직물 장인이었습니다.

10. 아라크네, 직물 짜기에 있어서는 자신이 아테나 여신을 넘어선다고 생각하다

이웃 아낙네들이 와서 아라크네의 베 짜기 실력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아라크네의 감탄스러운 작품을 보기 위해 님프들은 종종 자신들의 티몰루스산에 있는 포도원을 떠났고, 팍톨루스의 님프들은 자신들의 물을 떠났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라크네가 베를 짜면 그해 포도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고 강물도 말랐습니다.

포도원과 강의 님프들이 아라크네의 베 짜는 모습을 보기 위해 그곳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베 짜기 능력이 신의 경지에 이른 아라크네를 향한 시기와 질투의 시선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아라크네는 그런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베를 짰습니다.

'저것은 인간의 능력이 아니고 신의 능력이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재능을 아라크네가 이어받은 것 같아. 아테나 여신의 도움 없이 불가능한 기술이야'

사람들은 신의 경지에 이른 아라크네의 베 짜기 기술은 아테나 여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아테나와 베 짜기는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자 지혜의 여신인데, 지혜의 덕목 중  '공예'와 '직물'이 속했고 아테나는 올림포스에서 직물 짜기 최고봉이었던 것입니다.

아라크네는 이런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는 매우 언짢았고,  아테나 보다 직물 짜기에 있어서는 자신이 최고라고 반박했습니다.

11. 아라크네, 신을 조롱하는 작품으로 아테나와 베 짜기 경쟁을 하다 아테나의 노여움을 사고 저주를 받아 거미가 되다

아라크네의 이런 말은 아테나 여신의 귀에도 들리게 되었고, 아테나 여신은 아라크네를 타이르기로 결심하고 할머니로 변신한 후 지상으로 내려갑니다.

'이보게 처녀, 겸손치 못하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다가 신의 노여움으로 벌을 받게 될 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아테나 여신에게 잘못했다고 빌도록 해'

할머니로 변신한 아테나는 좋은 말로 아라크네에게 사과할 것을 권유합니다.

할머니로 변신한 아테나 여신의 권유를 들은 아라크네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대는 노령으로 쇠진하여 정신이 나간 채로 내게 오는군요. 지나치게 오래 사는 것은 해롭답니다... 나는 나 자신의 사리판단으로도 충분해요'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라크네는 나이 많은 노인이 노망이 난 게 분명하다면서, 아테나 여신에게 자신 있으면  직접 겨뤄보자고까지 말했습니다.

분노한 아테나는 본모습을 드러냈고, 놀랜 사람들이 여신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아라크네는 얼굴빛이 잠시 발그레해지더니 이내 냉정을 되찾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안 그래도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인류 역사 상 최초로 인간과 신의 베틀 전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현란한 기술의 아테나가 먼저 베 짜기에 돌입합니다.

이에 질세라 아라크네 또한 베 짜기 신공을 보여줍니다.

아테나는 탄탄한 내공을 지닌 아라크네를 의식했지만, 아라크네는 아테나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베를 짜 내려갑니다.

아테나는 하늘에 있는 무지개를 떼어다가 하나하나 날 실로 찢어서 화려하게 수를 놓았습니다.

'작품의 마무리를 장식한 것은 니케였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테나의 화룡정점은 바로 '니케'였습니다.

아테나는 인간에게 교훈을 줄 생각으로 귀퉁이에 신들에게 덤볐다가 낭패를 본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수놓기도 했습니다.

신에게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아테나의 작품은 그야말로 신들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라크네는 아테나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제우스의 유혹을 피해 섬이 되었던 별의 여신 아스테리아가  변해서 생겼다는 델로스 섬과 그 위에 제우스를 상징하는 독수리가 섬이 된 아스테리아를 범하려 하는 모습과 청동 감옥에서 황금 비를 맞는 다나에 그리고 안구가 돌출되고 멧돼지의 엄니를 하고 머리카락이 뱀인 메두사와 메두사에게 추파를 던지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까지 수를 놓았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3

 

신들의 사생활3 (그리스 로마 신화, 제우스의 아내들)

신들의 사생활 3 (그리스 로마 신화, 제우스의 아내들) 1. 제우스, 왕이 되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나눌 최고의 협력자인 자식을 낳기 위해 결혼할 상대를 찾아다니다 모든 것이 신

donbuller.tistory.com

군중들은 아라크네의 작품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아테나의 작품에서 얻었던 신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이 아라크네의 작품 하나로 산산이 부술 만큼 역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대결의 승부는 가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우스를 포함한 신을 조롱하는 듯한 아라크네의 작품을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가 본 것입니다.

아라크네의 작품을 본 아테나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손에 있는 북을 움켜쥐고는 아라크네의 머리채를 잡고 아라크네의 작품을 훼손시키기 시작합니다.

대결의 승부가 갈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작품조차 훼손되자 아라크네는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합니다.

아라크네는 올가미를 매달아 목에 걸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됩니다.

아라크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테나가 올가미를 잘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테나는 아라크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머리카락이 모조리 뽑히고 팔이 늘어나고 몸이 줄어들면서 '평생 실이나 짜다 죽으라'며 거미를 만들어버립니다.

이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인간의 재능과 노력으로 신에게 맞섰다가 거미가 되어버린 아라크네 이야기입니다.

12. 아라크네, '신에 도전해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으로 표현되다

사람들은 아라크네 이야기를 들으며, 아테나의 만행 또는 갑질에 결국 거미가 되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 아라크네에게 공감합니다.

아라크네의 입장이라면,  분노도 느끼고 억울하기도 하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의문점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인간은 힘 있는 자에게 당하기만 하지?

그리고 사람들은 아라크네의 이야기를 통해 아라크네를 더 멋지게 표현하곤 했습니다.

아라크네 이야기는 인간은 분수를 지키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와 교훈을 줍니다.

하지만 능력이 있고 해낼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권위에 겁먹지 말고 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다른 관점에서의 해석도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신화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신화라는 것은 신과 영웅을 빗대어 인간을 표현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신화 속 인물 하나하나가 인간 삶의 어떤 것을 상징적으로 이미지화시킨 것이라는 것이고 이것을 이야기로 엮어서 풀어낸 것이 바로 신화입니다.

신의 이야기이고 영웅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인간들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신과 영웅의 존재를 믿다가 점점 '신과 영웅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인간 본연으로 회귀하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화의 시대가 저물면 역사, 철학, 학문이 나오고 신화의 마지막은 신화 속에  인간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원래는 신화가 어차피 인간의 이야기였다는 것과 인간의 자각이 신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라크네는 비록 저주를 받아 거미가 됐지만, 아라크네의 도전 의식 자체는 굉장히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전하는 자',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나아가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신과 영웅 보다 인간이 더 멋있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