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8(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이야기)
1. 연인이 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마지막 죽음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다
오늘 알아볼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저승으로 내려가는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웅은 아버지는 인간이고 어머니가 예술의 신 '뮤즈(무사)'입니다.
뮤즈는 아홉 자매인데 예술의 여신들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인 서사시의 여신'칼리오페'의 자식으로 태어난, '오르페우스'라는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돌들과 나무들을 움직였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오르페우스는 '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노래 또한 기막히게 부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리라를 연주하며 노래를 할 때면 인간 말고도 님프에 여신들, 심지어 동물과 나무들까지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듣기 위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이렇게 수많은 팬들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합니다.
어느 날 오르페우스는 숲에 갔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보면서 감성에 푹 젖어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그의 뒤에서 이런 말이 들립니다.
'바람을 연주하는군요?'
오르페우스는 고개를 들어 말이 들린 쪽을 바라보는데, 그곳에는 아주 청순하고 아름답게 생긴 '에우리디케'라는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아봐 주는 에우리디케에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마침내 결혼을 약속합니다.
'우리 비록 같은 날에 태어나지 않았지만, 우리 마지막은 죽음까지 함께하기로 해요'
2. 결혼식 당일 새 신부 '에우리디케', 독사에 물려 죽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고, 결혼의 신이 주례를 해주기로 합니다.
결혼의 신은 축가를 불러달라는 요구에 땀만 흘리고 축가를 불러주지 않았고, 화촉을 밝히는데 불도 지펴지지 않고 불 대신 연기로 결혼식장을 뒤덮게 됩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결혼식 당일 곳곳에서 보인 불길한 예감을 애써 외면합니다.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에우리디케가 친구들을 바래다주러 밖에 나갔는데, 갑자기 그녀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에우리디케는 문 밖을 나가자마자 독사에게 물려버렸고, 그 자리에서 독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결혼식 날 죽어버립니다.
3. 오르페우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구해오기로 결심하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구해오기로 결심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의 무기인 '리라'와 함께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이며 저승행 길을 나섭니다.
마침내 그의 눈앞에 전설로만 듣던 저승으로 흐르는 '스틱스강'이 나타났습니다.
스틱스강을 건너야 저승으로 갈 수 있었고, 그곳에는 망자들을 배에 실어 나르는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아직 살아 있는 오르페우스가 온 것에 놀라며 오르페우스에게 왜 온 것인지 묻습니다.
아내를 구하러 왔다고 말하자, 뱃사공은 '산 자가 배에 타게 되면 건너다 배가 가라앉게 된다'며 태워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오르페우스는 뱃사공 앞에서 리라를 연주하며 구슬프게 노래를 하기 시작합니다.
노래를 들은 뱃사공의 눈물로 스틱스강의 강물이 불어오를 정도였고, 감동한 뱃사공은 오르페우스를 태워 스틱스강을 건너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이렇게 최초로 산 채로 스틱스강을 건너게 됩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 앞에는 저승문 앞을 지키는 머리가 3개 달린 개, '케르베로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르베로스는 오는 산 자를 막고, 도망가는 망자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다시 한번 리라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고, 그의 노래에 감동하며 울며 케르베로스도 저승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줍니다.
오르페우스는 이렇게 살아있는 자 최초로 '저승'에 입성하게 됩니다.
4. 저승에 입성한 오르페우스, 저승의 신 '하데스'를 감동시켜 에우리디케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다
오르페우스는 저승에 들어가자마자 저승의 신 '하데스'를 만나게 됩니다.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는 저승에 나타난 산 자의 등장에 다급히 망자 명부를 찾아보지만 역시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놀란 하데스 부부 앞에서 오르페우스는 다시 한번 리라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비롯해 망자들까지도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울기 시작합니다.
그들 중에는 지하 세계에 갇히게 된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아들인 '백손이 삼 형제'도 있었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1
백손이 삼 형제의 300개의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로 스틱스강에 홍수가 났고, 냉정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복수의 여신'조차도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노래를 마친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에게 진심을 다해 간곡히 말합니다.
'하데스 신이시여. 당신의 사랑 이야기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페르세포네 왕비님과 그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하나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 사랑의 감정을 떠올려서 제발 제 청을 들어주세요'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7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페르세포네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보내주자고 요청했고, 하데스는 부하에게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합니다.
하데스 명령으로 멀리서 다리를 절며 오는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를 보고 놀라, 왜 벌써 저승에 왔냐고 물었고 오르페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함께하고 싶다고 내가 말했지 않소! 우리는 마지막 죽음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잖소!'
극적으로 상봉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서로 끌어안았지만 이미 죽은 아내는 저승에서는 '영혼'뿐이라 만질 수 없었습니다.
5. 오르페우스, 하데스의 조건을 어겨 에우리디케를 두 번째 잃다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의 허락을 받고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그녀의 육체가 있는 지상으로 나가려는데, 하데스가 막아서더니 한 가지 조건을 겁니다.
'저승에서 나가는 데 그냥 나갈 수는 없지. 저승에서 지상으로 나갈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라! 에우리디케의 얼굴도 보지 말고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할 것이야! 만약 저승을 나가기 전에 뒤를 돌아본다면 에우리디케는 다시 저승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의 손을 잡고 지상을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에우리디케는 영혼이라 촉감이 느껴지지도,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자, 오르페우스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아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를 돌아 확인하고 싶었지만 하데스의 조건 때문에 에우리디케에게 말을 걸 수도, 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불안했지만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왔고, 저 앞에 햇살이 보이고 지옥의 터널을 나와서 드디어 세상에 올라서는 데 성공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참아왔던 그리움을 터트리며 돌아보는데 그 순간, 화색이 돌았던 에우리디케의 얼굴색이 갑자기 하얘지면서 '훅' 하고 빨려 들어갑니다.
에우리디케의 발 뒤꿈치가 아직 저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 두 번 죽게 된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를 원망할 만도 한데 오히려 그에게 위로와 인사를 건넵니다.
'에우리디케는 마지막으로 '안녕'이라고, 오르페우스의 귀에 거의 들리지도 않는 말을 남기고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여보, 죽은 나를 구하려고 저승까지 왔는데 같이 못 가게 됐네. 너무 고맙고 사랑해. 이제 내 생각 그만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요'
라고 에우리디케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저승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두 번이나 아내를 잃게 됩니다.
6. 오르페우스, 술에 만취한 디오니소스를 모시는 여신도들에게 사지가 찢겨 죽임을 당하다
오르페우스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아내를 구하러 지하 세계로 갑니다.
스틱스 강 뱃사공 앞에서 오르페우스가 다시 리라를 연주하려는 순간, 뱃사공은 굳은 의지로 다시는 허락하지 않겠다며 차단당합니다.
'오르페우스는 지저분한 몰골로... 강기슭에 앉았다. 근심과 마음의 비통함과 눈물이 양식이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이후 오르페우스는 눈물과 슬픔만을 먹은 채, 폐인처럼 노숙 생활을 하며 지냅니다.
다시 싱글이 되어 돌아온 상심한 오르페우스에게 여자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연신 거절합니다.
여자들은 처음에는 오르페우스 거절에도 그간 사연을 상기시키며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하다가, 거절이 계속되자 슬슬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오해가 계속 돼 점점 오르페우스를 싫어하는 여자들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축제가 열렸고 술의 신을 모시는 여신도들이 술을 마시다 결국 만취를 하고 맙니다.
오르페우스의 거절에 상심하여 술에 취한 디오니소스 여신도들이 길을 걷다, 오르페우스가 리라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는 오르페우스의 뺨을 때립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여신도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오르페우스를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술에 만취한 여신도들이 광기에 차 몰려와 오르페우스를 폭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밭을 갈던 농부들이 농기구를 놓고 도망쳤습니다.
여신도들은 급기야 농부들이 놓고 간 낫과 곡괭이를 들고 연주하고 있는 오르페우스의 사지를 절단합니다.
그렇게 여신도들은 오르페우스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 죽입니다.
7. 망자가 된 오르페우스,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다시 만나 불멸의 사랑을 이어가다
' 오르페우스의 혼령은 지하로 내려갔고 이전에 봤던 장소들을 전부 다시 알아봤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이렇게 망자가 된 오르페우스가 드디어 다시 에우리디케를 만나러 가게 되었고, 다시 만난 스틱스강의 뱃사공이 망자가 된 오르페우스를 흔쾌히 태워 저승 입구에 내려주었습니다.
그곳에서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마저 다시 만난 오르페우스를 격하게 반겨 줍니다.
오르페우스는 한 번 다녀온 저승으로 가는 길이 낯설지 않았지만 수없이 많은 망자들 속에서 에우리디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수많은 망자 속에서 그야말로 이 잡듯이 뒤져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찾아냅니다.
'오르페우스는 때로는 앞서가는 부인을 뒤따르고, 때로는 그가 앞서서 이끌며, 이제는 에우리디케를 위험 없이 뒤돌아보았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광활한 저승의 황금 들녘에서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와 두 손을 꼭 잡고 거닙니다.
이제 오르페우스는 하데스의 조건을 신경 쓰지 않고, 에우리디케의 손을 꼭 잡고 마음껏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면서 마주 보며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불멸의 사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8. 디오니소스의 상징, '티르소스'
술의 신 '디오니시스'를 모시는 여신도들은 '바쿠스 여신도'라고 합니다.
여신도들은 디오니소스를 상징하는 솔방울 모양의 '티르소스'라는 막대기를 들고 다닙니다.
세계적인 그룹 'BTS'의 디오니소스 무대에서도 '티르소스'를 사용하여 퍼포먼스를 한 바 있습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BTS뷔
그림 속 사람들이 디오니소스의 여신도인 것을 상징하려고 '티르소스'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9. 하데스가 오르페우스한테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한 까닭은?
오르페우스 이야기의 맥락상 감동적인 노래를 했기 때문에 하데스 마음은 오르페우스의 소원을 들어줘야겠다는 마음이 충만해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죽음도 가르지 못한 사랑을 보여주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보내주기로 결정하고서는, 하데스는 굳이 왜 심술을 부리는 것처럼 부활에 조건을 걸었던 것일까요?
하데스는 저승의 신으로서 그의 직무는 망자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다시 지상으로 보내준다는 것, 즉 부활을 시켜준다는 것은 하데스 입장에서는 저성의 법을 거스르는 일이라 일종의 직무 유기였던 것입니다.
또한 저승을 한 번 왔다 간 인간들에 의해 부활 방법이 알려질 수 있는, 기밀 누설의 위험이 있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하데스입장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지상으로 보내주기는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하여 오르페우스의 시선에 최대한 제약을 두어 저승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신화적인 해석 말고 우리 삶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신화라는 것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하는 인생의 지침 내지는 지혜를 담아낸 교육의 콘텐츠라고 본다면, 오르페우스 신화에서는 인간들이 '항상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라'라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님을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살면서 맨날 뒤를 돌아볼 수도 없고 계속 뒤돌아 보느라 오히려 과거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입니다.
삶이 어려운 것은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때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를 구별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잘 분별하는 사람이 진정한 삶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때로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0. 오르페우스, 세이렌이 영웅들을 홀리지 않도록 노래 대결에서 이기다
황금 양털을 찾아가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 이야기 중에 '이아손'이라는 영웅이 있습니다.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가면서, 영웅들을 모읍니다.
자신의 권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험으로 이용된 것이 '황금양털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가져오면 힘을 인정해주고,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아손은 혼자 가기 어려우니 영웅들을 모았고, 트로이아 전쟁에서 활약했던 영웅 헤라클레스, 오르페우스 등 여러 영웅이 참여한 대모험이 시작됩니다.
그리스 본토에서 출발해서 동쪽 끝 흑해가 도착지점이었는데, 굉장히 오랜기간 항해를 해야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배의 노를 저으면서 지칠때마다 나타나서 리라 연주를 하며 노래를 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오르페우스가 일종의 노동요를 불러주며 모험에 참여한 영웅들이 지치지 않도록 독려를 해줍니다.
그리고 그 배가 세이렌이 사는 지역을 통과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때 세이렌의 노래에 사람들이 홀리게 되는데 세이렌이 사람들을 홀리려 노래를 하려는 순간,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시작합니다.
이떄 배에 탄 영웅들이 오르페우스 노래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 세이렌을 피해 목적지로 다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설민석/신들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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