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7(그리스 로마 신화/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야기 )
1.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에게 위협이 되는 제우스의 딸들
미와 사랑의 여신은 바로 '아프로디테(비너스)'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고 날개를 단 '에로스'가 함께 합니다.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사람들이 사랑을 많이 할수록 권능이 빛이 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가장 좋아하는 신은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하늘과 땅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사랑을 뿌리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우스 못지않게 바다에서는 제우스의 형이자,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사랑을 뿌리고 다닙니다.
포세이돈은 수많은 바닷가의 섬마을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제우스와 포세이돈과 같은 사랑이 넘치는 신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의 권능에 위협이 되는 신들도 있었습니다.
바로 제우스의 딸들입니다.
첫 번째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입니다.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순결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순결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하지 않으면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에게는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입니다.
아테나와 아르테미스는 '순결' 동맹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 여신들을 숭배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이 아르테미스와 아테나를 따라 순결 동맹에 가입을 합니다.
순결은 그야말로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의 적인 것입니다.
2. 아프로디테와 에로스, 순결 동맹을 맺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와 순정파 지하의 신 하데스를 맺어주기로 하다
수많은 제우스의 부인들 중에 네 번째 부인인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곡식과 농경을 돌보고 있는데 로미 신화에서의 이름은 '케레스(Ceres)'이고 여기에서 나온 영어가 '시리얼(cereal)'입니다.
'데메테르'의 딸이 '페르세포네'인데 그녀 또한 순결 동맹의 일원입니다.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이것을 지켜보며 다른 여신들도 순결을 맹세할까 걱정이 되었고, 둘은 지하 세계에도 사랑을 전파하자고 생각을 합니다.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는 제우스 6남매 중에 맏형으로 다른 동생들과는 DNA 자체가 달랐습니다.
하데스는 도통 여자에 관심이 없는 순정파였습니다.
아프로디테는 에로스에게 하데스의 심장에 사랑의 황금 화살을 쏴서 하데스를 사랑에 빠지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하데스의 사랑의 상대는 데메테르 여신의 딸 페르세포네였습니다.
지하 세계에 있는 하데스가 지상으로 올라와야 페르세포네와 만날 수 있었는데, 하데스는 정기적으로 지상으로 올라오곤 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섬, 시칠리아에 살고 있었습니다.
'망자들의 왕 자신도 두려워했다. 땅이 갈리지고 큰 틈새가 벌어지면 햇빛이 들어와서 겁먹은 망령들을 위협할까 봐'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하데스가 가끔 지상에 올라는 것은 땅이 갈라지면 그 틈으로 햇빛이 들어와 지하의 망자들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지하세계 사람들을 위해서 갈라진 틈을 메꾸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 날, 하데스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상으로 올라와 갈라진 땅의 틈을 메꾸고 돌어가려 하는데, 저 멀리 꽃을 따고 있던 페르세포네를 보게 됩니다.
'에로스는 천 개의 화살 중 하나를 골라 뽑았는데, 그보다 더 예리하고 더 정확하면서 더 활에 순종하는 화살은 없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이때 에로스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하데스의 심장에 자신이 가진 천 개의 화살 중 최고의 예리함과 정확함을 가지고 있는 사랑의 '황금' 화살을 쏩니다.
에로스의 화살에 제대로 맞은 하데스는 처음 본 이성인 페르세포네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3
3. 하데스, 장인 제우스의 허락을 받고 페르세포네를 지하 세계로 납치해 가다
옛날 그리스에서는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장인어른에게 허락을 받는 문화가 있었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의 아버지가 자신의 막내 동생 제우스인 것을 알고는 제우스를 찾아가 허락을 구합니다.
순결 동맹에 가입한 페르세포네를 걱정하고 있던 제우스는 흔쾌히 허락하며 넷째 부인 데메테르에게 걸리지 않도록 강하게 페르세포네를 제압해 데리고 가라고 하데스에게 일러줍니다.
꽃을 따고 있던 페르세포네가 꽃에 정신이 팔려 있던 그때, 하데스는 부지불식간에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미리 준비한 지하로 타고 갈 마차에 강제로 태웁니다.
이때 용기 있게 하데스를 막아선 님프가 등장합니다.
바로 '샘의 님프'였습니다.
하데스는 샘의 님프가 막아서자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샘을 내리쳤고, 샘이 갈라지며 지하 세계로 가는 통로를 열어 그곳을 통해 페르세포네를 실은 마차와 함께 사라집니다.
'하지만 퀴아네는... 자기 샘의 권리가 멸시받은 데 슬퍼하며... 눈물로 완전히 기진맥진했고... 그 물에 녹아들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샘의 님프는 예상치 못하게 폭력적이었던 하데스에 대한 절망과 실망으로 우는데, 눈물에 눈코입부터 온몸이 녹아버려 샘의 일부가 되어 버립니다.
페르세포네가 납치될 때 차고 있었던 그녀의 '허리띠'만 샘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미궁에 빠지게 됩니다.
4. 데메테르,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사실을 알고 분노하다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는 밀로 엮은 관을 쓰고 다닙니다.
딸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는 없겠지만, 데메테르는 특히 딸 페르세포네를 애지중지 키웁니다.
그런 데메테르의 사랑하는 딸이 사라졌으니 그녀는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딸을 본 목격자들이 있는지 묻고 다닙니다.
하지만 목격자들은 하데스의 보복이 두려워 데메테르의 물음에 차마 사실대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데메테르는 낮에는 비를 맞고 밤에는 이슬을 맞고 다녔고, 새벽의 여신도 저녁별의 남신도 그녀가 잠시도 잠을 자는 것을 보지 못할 정도로 미치광이가 되어 딸을 찾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데메테르는 돌고 돌아 다시 사건 현장인 시칠리아섬의 샘에 도달합니다.
이때 샘물이 된 님프가 데메테르를 발견하고 자신이 목격한 상황을 말하려고 하지만 샘물이 되어 말을 할 수 없었고, 샘의 님프는 페르세포네의 허리띠를 샘 위로 띄워 올립니다.
페르세포네의 허리띠를 발견한 데메테르는 이 자리에서 페르세포네가 사라졌음에도 딸의 행방을 모른 척한 시칠리아섬의 모든 자들에게 분노하며, 데메테르는 이곳의 모든 땅에 저주를 겁니다.
'데메테르는 농부들과 밭을 가는 소들을 죽였으며, 밭들로 하여금 위탁받은 것을 저버리게 하고 씨앗을 말라죽게 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지금부터 이 대지에 그 어떤 씨앗도 싹을 띄우지 못할 것이며, 설사 싹이 난다 해도 새들이 다 쪼아 먹을 것이며, 소가 이끄는 쟁기의 날이 부러질 것이고, 그 소의 다리가 다 부러질 것이다. 온갖 독초와 엉겅퀴가 세상을 뒤덮고 농업용수로 쓰일 강물과 샘은 모두 메말라 버릴 것이다. 이곳은 땅 위의 지옥이 되리라 '
데메테르가 납치된 딸을 모른 척했던 모든 땅에 저주를 내리고 분노에 차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또 다른 샘의 님프 '아레투사'가 와서 그녀에게 말을 겁니다.
'저는 원래 인근 강에 살다가 강의 신이 저를 범하려 해 무서워 지하수로 스며들었습니다. 지하 세계의 스틱스강을 따라 흘러가던 중 우연히 저승을 엿보았습니다. 그곳에 데메테르 여신님의 딸 페르세포네가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데메테르는 남편 제우스를 찾아가서 말합니다.
'당신 형 하데스가 우리 딸 잡아간 거 몰랐어? 내 딸 데려와~~~!!!!!!'
분노한 데메테르에게 제우스가 설득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라, 실은 사랑이오. 하데스는 우리에게 수치스러운 사위가 되지 않을 거요'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제우스는 하데스만 한 사윗감은 없다며 데메테르를 설득하지만 분노한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뭔 소리야! 당장 페르세포네를 데려오지 않는다면 지상을 다 황무지로 만들어 버릴 거야!!'
데메테르의 분노에 당황한 제우스는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뒤치다꺼리해 주러 다녔던 아들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러 말합니다.
'하데스를 올림포스로 올라오게 하거라'
5. 하데스, 페르세포네를 제우스의 제안으로 1년에 절반은 지하에 또 다른 절반은 지상에서 지내도록 허락하다
하데스는 지하세계에서 납치한 페르세포네에게 구애를 합니다.
'페르세포네, 당신이 나와 결혼해 주면 저승의 여왕자리를 주겠소. 지하세계에는 금, 은과 같은 보석과 철이나 희토류와 같은 자원이 무궁무진하다오. 석유까지 다 당신 것이 될 것이오 '
하데스의 말을 들은 페르세포네는 이렇게 말합니다.
'금, 은... 저는 그런 것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꽃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그리고 과일을 좋아해요. 그리고 꿀을 좋아해요. 그러니 저를 그냥 지상 세계로 보내주세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대화 도중에 헤르메스가 도착했고, 헤르메스는 사정을 말하며 하데스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입니다.
올림포스로 올라간 하데스는 장인 제우스, 장모 데메테르와 삼자대면을 하게 됩니다.
제우스가 먼저 제안합니다.
운명의 여신이 정한 법에 의하면 '저승의 음식을 먹은 자는 이승으로 올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며 이 원칙대로 하자고 제안합니다.
저승 세계에 내려갔으나 저승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하데스의 허락을 받고 다시 지상 세계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데메테르의 생각으로는 신들은 잔치를 할 때 신의 음료와 음식인 '넥타르나 암브로시아'를 먹지만, 인간처럼 배가 고프지 않으니 삼시세끼 밥을 챙겨 먹지 않고 또한 페르세포네는 납치돼 가뜩이나 입맛도 없어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데메테르는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페르세포네가 지하 세계에서 먹은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헤르메스가 지하세계로 내려갔는데, 그녀는 이미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어 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헤르메스가 전하자, 분노한 데메테르는 저주를 퍼붓습니다.
'엉겅퀴와 독초가 세상을 덮으리라'
예상보다 더 강한 데메테르의 분노에 당황한 제우스는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은 페르세포네는 운명이 여신이 정한 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이기에 지하세계에서 살수 밖에는 없었고, 데메테르의 분노를 잠재워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제우스는 절충안을 내놓습니다.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1년 중에 반년은 지하 세계에서 살고, 나머지 반년은 지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고 하데스도 이를 받아들입니다.
하데스는 약속대로 페르세포네를 마차에 태우고 지상으로 데려다줍니다.
'어머니와 반년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시오. 나는 지하세계에서 열심히 일을 하며, 반년 뒤에 이 자리에서 기다리겠소'
지상 세계로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어머니 데메테르와 극적 상봉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비로소 시칠리아 땅에 싹이 돋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시칠리아섬에는 반년 동안 페르세포네가 어머니 데메테르를 만나러 지상으로 올라오는 시기에 새싹이 싹트기 시작하고, 반년 뒤 페르세포네가 다시 지하로 내려가면 더 이상 식물들이 자라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페르세포네가 아마도 봄쯤에 올라오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내려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지역마다 다를 것이며, 이렇게 '계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6. 저승의 신 하데스가, 지상에 온 까닭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애초에 만나지 않았다면, 페르세포네가 납치당하지 않았을 텐데 하데스가 시칠리아섬 지상 세계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데스는 자기 구역인 지하세계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 그 어떤 신보다도 본인 역할을 충실히 했던 신입니다.
하데스는 갈라진 땅에 빛이 들어오면 망자들이 힘을 잃기 때문에 땅이 갈라졌는지를 항상 시찰했던 것이며, 제일 문제가 된 곳이 바로 시칠리아섬 지금은 시실리섬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화산인 '에트나 화산'이 타오르고 있고, 수시로 땅이 갈라지는 시칠리아섬은 하데스의 1순위 감시 구역이었던 것입니다.
제우스는 권력을 잡은 후에 평탄하게 권력을 유지하지는 못합니다.
제우스를 무너뜨리려는 세력들이 존재했던 것인데, 그중 거인족 기가스(Gigas)가 있었고 이것을 영어로 표현하면 'Giant'가 됩니다.
거대한 몸집의 기가스족이 제우스에게 덤벼든 적이 있었는데, 올림포스 신들이 그것들을 다 제압하지만 마지막에 '튀폰'이라는 엄청난 괴물이 나타납니다.
'튀폰'은 한 번 일어났다 하면 머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였고, 기지개를 켜면 오른손은 동쪽 끝, 왼손은 서쪽 끝에 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몸집을 자랑했습니다.
튀폰이 한번 움직이기만 해도 세계가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한번 불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어마어마한 강풍이 불어올 때 그것을 '태풍'이라고 하는데, 태풍이 튀폰과 연결되어 있는 말입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태풍'이라고 부르고 그리스어로는 '튀폰'( Typhon), 영어로는 '타이푼'(Typhoon)이 됩니다.
그렇게 왕좌를 놓고 제우스와 튀폰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제우스가 거의 죽을 뻔하다가 전세를 역전하고 튀폰을 때려잡게 되는데, 마지막에 제우스가 튀폰을 들어서 이틸리아반도 쪽에 넣고 산으로 덮은 것이 시칠리아섬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시칠리아섬의 에트나 화산이 불을 뿜고 있는 이유는 튀폰이 그 속에서 불을 뿜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연으로 땅이 수시로 갈라지는 시칠리아섬이 하데스가 가장 신경 써야만 했던 감시 1순위였던 것이며, 그곳에서 페르세포네를 만나게 되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7. '하데스'는 순정남이었을까요?
하데스는 저승의 신이기도 하고, 페르세포네와 관련된 이야기가 다소 폭력적이라 무섭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데스는 일을 사랑한 순정남입니다.
티탄족과 올림포스신들의 전쟁 '티타노마키아'에서 제우스를 선봉으로 하는 올림포스신들이 승리를 거둔 후, 권력을 잡아 놓고 올림포스에서는 제우스와 함께 올림포스 12 신이 권력을 분배하기 위해 '제비 뽑기'를 합니다.
거기서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뽑았고 하데스는 '지하'를 뽑습니다.
지하를 뽑은 하데스는 불만을 제기할 법도 하지만 불평하지 않고 깔끔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포세이돈만 하더라도 바다를 뽑고 바다를 다스리겠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우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던 것과 비교가 됩니다.
하데스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끝끝내 가장 궂은 자리라고 할 수 있는 땅을 계속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에 주어진 몫이 불만이라고 계속 불만을 가지다 보면, 불만이 쌓여 숨겨진 장점을 잊기 마련입니다.
하데스를 통해 자기 일에 충실하다 보면 숨은 장점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애의 관점에서 봐도 하데스는 참 멋진 모습을 보입니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의 '첫사랑이 아닌 사실 두 번째 사랑'입니다.
하데스의 첫사랑은 '레우케'라는 님프였고 둘은 순수한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레우케는 님프였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 속 사후 세계를 이상향의 모습으로 표현한 천국과 같은 장소인 '엘리시움(Elysium)'에 레우케를 보내줘 그곳에서 살게 합니다.
하데스는 죽은 후까지 사랑하는 레우케를 챙기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순정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8. 의료분야의 상징으로 쓰이는 헤르메스의 지팡이
의사협회나 약사협회 등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로고입니다.
처음 사용한 것은 1920년대 미국 군의관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의사를 대표하는 것은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 신이어야 하고, 그가 가지고 다닌 지팡이는 뱀이 한 마리만 감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일까요?
뱀이 두 마리가 감긴 헤르메스 지팡이를 사용한 것이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헤르메스는 '죽은 자의 혼련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사용한다면 '환자를 저승으로 인도하겠다'는 뜻이 될 수 있어서 이러한 착각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위독한 환자의 한쪽에는 뱀 두 마리가 감긴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가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뱀 한 마리가 감긴 지팡이를 든 아스클레피오스가 있어, 헤르메스는 환자를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고 저승으로 가고 싶지 않은 환자는 의술의 신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상황이 됩니다.
의료 분야 협회들은 뱀이 한 마리냐 두 마리냐에 따라서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 만약 실수나 착각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그것을 인정하고 로고를 바꿔야 하는데 지금도 뱀 두 마리가 감긴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계속 쓰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협회 쪽에서는 이렇게 답변을 합니다.
'아폴론이 헤르메스에게 선물로 준 지팡이이기 때문에, 헤르메스의 지팡이도 의술을 관장하는 아폴론에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폴론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버지이면서 자신 또한 의술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의술을 관장하는 아폴론이 선물해 준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도 치유의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변명이 상당히 궁색하기는 합니다.
보통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뱀'은 땅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뱀은 겨울잠을 자다가 봄이 되면 깨어나게 되는데 이때 그냥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허물을 벗고 새로운 모습을 하고 나타납니다.
사람들이 보기에 허물을 벗은 껍질을 보면 뱀은 죽은 것인데, 새로운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 뱀을 보고 '죽음의 허물을 벗고 새롭게 소생한다'는 의미에서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라,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도 어쨌건 그런 부활을 의미하는 뱀이 두 마리나 있으니 그 의미만 가져다가 그것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9. '에르메스 가문'의 이름, '헤르메스' 신을 차용하다
대부호 '에르메스 가문'의 시조 되는 사람들이 가문의 이름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 고른 것이 '헤르메스'입니다.
일반적으로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이기도 하지만 도둑, 상업, 부의 신'이기도 합니다.
'도둑들을 가호'하는 수호신 헤르메스가 상업의 신으로 연결을 된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의 눈에 장사꾼들이 다 도둑놈 같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에서 따온 가문이름을 정한 것은 아마도' 부를 쌓고자'하는 염원에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대부호가 된 '에르메스 가문을 헤르메스 신이 진정 가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10. '페르세포네' 이름의 뜻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이름은 '새싹, 씨앗'을 뜻하는 '코레'입니다.
코레는 새싹, 씨앗하고 통할 수 있는 인간으로 치면 '소녀, 아기' 등을 뜻합니다.
어머니들이 자신의 딸을 부르는 애칭으로 코레를 사용했습니다.
페르세포네의 이름에서도 코레의 뜻을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스 신화 자체가 그리스 농경 사회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식으로 쌀을 먹지만, 그리스인들은 밀과 보리를 먹었습니다.
밀과 보리는 가을이나 겨울이 깊어갈 무렵에 씨를 뿌리고, 봄에 수확을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페르세포네 신화를 통해 겨울철이 되기 전에 무언가를 땅속에 심어 놓고 봄에 솟아난다는 이 이미지를 페르세포네에게 집어넣은 것입니다.
그리스의 특별한 농사 환경과 관련이 된 신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르세'라는 앞에 있는 말이 '페로', '페레오' 이런 표현에서 왔는데, 이것은 '곡물의 이삭'이라는 뜻입니다.
'포네'는 '포타'라는 동사에서 왔는데, 이것은 '때리다, 타작하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페르세포네라는 이름은 '이삭을 타작하다'라는 뜻입니다.
봄에 헤르메스의 인도를 받아서 땅에서 나와 데메테르를 만나는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데 봄이 되면 지상에서 만나는 것이 바로 페르세포네인 것이고, 이것을 우리나라 말로 하면 '타작의 아가씨가 올라왔다'라고 해석될 수 있는 이름인 것입니다.
11. '오비디우스'와 '아라크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비디우스는 이 책에서 아라크네 이야기에 자신의 모든 혼을 담아냅니다.
오비디우스가 활동하던 시기가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로마 제국을 지배하던 시기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도덕성, 정의로움, 신성함을 추구하면서 제국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비디우스는 사랑을 노래하던 시인이었습니다.
'인생은 너무나 재밌는 것이다. 당신은 인생이 재미없나? 인생이 재미없는 것은 사랑할 줄 몰라서이다'
이렇게 말하는 오비디우스는 사랑의 얘기를 해준다면서 정작 했던 이야기는 아라크네가 베를 짜며 그려 넣었던 신들의 어두운 면이었습니다.
오비디우스는 신들이 인간들을 사랑하고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고, 영웅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신들의 만행과 불륜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오비디우스는 '사랑에 금기가 어디 있느냐, 내가 저 사람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인생의 특권'이라고 노래합니다.
오비디우스가 쓴 책중에는 <사랑의 기술>이 있는데 인생을 재밌게 살려면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걸리지 않고 양다리 걸치는 법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변신 이야기>는 신화를 등장시키고 표현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오비디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에게 상상의 자유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상상하라. 이것을 통해 인생을 즐기라'
하지만 오비디우스의 이야기를 보고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자신의 사상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분노합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오비디우스로 인해 로마의 사상과 기틀이 무너지고 결국 로마 제국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유피테르', 영어로는 '주피터'입니다.
그 당시에 아우구스투스의 체제를 찬양하는 시인들도 있었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시인이 '단테'에도 나오는 '베르길리우스'입니다.
'로마 제국은 당연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가 황제가 되는 것은 수천 년 전부터 유피테르께서 계획하신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오비디우스가 쓴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오비디우스를 로마의 끝자락인 흑해로 유배를 보냅니다.
그저 사랑을 노래했을 뿐인데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오비디우스는 억울했고, 아라크네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투영하여 이야기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라크네는 오비디우스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글, 문서는 '텍스트(TEXT)'라고 합니다.
직물의 감촉, 질감을 '텍스쳐(TEXTURE)'라고 합니다.
'내가 짜는 나의 시는 아라크네의 직물과 같다'
두 단어는 어원이 같고, 오비디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비디우스는 유배지에서 결국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2018년이 오비디우스가 죽은 지 2천 년 되던 해였는데 이탈리아 로마 시의회에서 오비디우스를 위한 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바로 오비디우스의 유배령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고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로마 시장은 '자유로운 예술의 표현을 인정하는 바이다. 2000년 전에 돌아가신 오비디우스에게 미안하고 이를 통해 그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다'라고 공포합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6
<출처: 설민석/신들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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