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라바조는 어떤 사람인가요?
악마의 재능을 가진 화가로 알려진 카라바조는 독보적인 그림 실력을 가진 천재였습니다.
하지만 이단아 기질로 인해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카라바조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흑사병으로 돌아가시고 13살 때부터 생계유지를 위해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짠하다''불쌍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계유지가 될 정도로 출중했던 13살 소년의 그림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밀라노 인근 지역에서 그림을 그리던 카라바조는 1592년 21세가 되던 해에 당대 다른 주요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예술의 중심지인 로마로 상경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무작정 상경을 한 탓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사기꾼, 매춘부, 도둑 등 그 당시 가장 하층민들이 살고 있었던 무법천지의 빈민가를 전전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거기서 주로 봤던 도박꾼, 점쟁이, 거리의 악사들이 카라바조의 초기 그림이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카라바조는 이른 성공을 이룬 뒤에 그린 그림만 보면 겸손하고 자제력 있는 모습을 가진 화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가 살았던 인생을 보면 거만의 끝판왕, 성격파탄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카라바조는 그야말로 인생을 막삽니다.
무전취식, 폭행, 도난 마지막에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7번 이상의 투옥생활도 하게 됩니다.
무수한 전과로 수사만 약 15번가량을 받게 됩니다.
카라바조는 그야말로 막장화가로 몰락하게 됩니다.
그가 마지막에 살인을 저지른 것도 테니스 경기를 하다 내기에서 져서 분을 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죽여버렸다는 이야기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대최고의 화가를 뜻했던 교황의 초상화도 그렸던 카라바조는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을 저지른 후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탈옥해 도망자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몰타, 시칠리, 나폴리 이곳저곳을 떠돌며 망명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객사하게 됩니다.
바로크 화풍 창시자 카라바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시선을 확 끄는 독특한 표정과 자세를 그린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이라는 작품은 바로크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023년 6월 2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의 하이라이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네이버 예약 - 거장의 시선,사람을 향하다. 영국내셔널갤러리명화전 (naver.com)
바로 '바로크'라고 하는 미술 사조를 탄생시켰다고 할만한 화가가 그린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바로크 창시자로 불리는 '카라바조'입니다.
당대의 가장 혁신적인 화가로 '빛과 어둠의 대가'이며 극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예술사에 혁명을 일으킨 작가입니다.
카라바조는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로 이탈리아 내에서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급의 국민작가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그림이 전반적으로, 직관적으로 봤을 때 아름다운 느낌이 아니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인 화가로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알면 알수록 숨은 거장의 품격이 느껴집니다.
작품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면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림 속 도마뱀은 과일 속에 숨어 있었고 탐스러운 과일을 먹으려고 하는 순간 그 안에 숨어있었던 도마뱀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소년의 손가락을 무는 그 찰나의 순간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뭔가에 물려 깜짝 놀라게 되면 놀라서 어깨가 한껏 웅크려지게 되고 몸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손가락도 세우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물린 아픔에 미간도 찡그리고 있습니다.
꼼꼼한 관찰이 낳은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입니다.
고통스러운 찰나의 순간을 스냅사진 찍듯이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도마뱀에 물린 것에 담긴 교훈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보통 고전주의 화가들은 그림을 그릴 때 '점 하나도 허투루 찍지 않는다'할 만큼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 그렸습니다.
그렇게 그림에 메시지를 많이 담았습니다.
그렇다면 카라바조는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을 통해서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림 속 과일의 의미는 '유혹, 쾌락'을 뜻합니다.
도마뱀은 뱀의 일종으로 이 또한 '유혹'을 의미합니다.
즉 '쾌락을 탐하다 따라온 고통'을 표현한 것으로 '쾌락과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생동감 넘치는 강렬한 표현은 카라바조의 파격 기법에 기인한 것입니다.
카라바조는 그림을 그리면서 빛과 그림자(어둠)의 극적인 명암 대비를 활용했습니다.
마치 어두운 연극 무대에서 핀 조명이 켜진 듯한 조명의 명암효과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피사체에 조명을 비추듯 명암 효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핀 조명 화법은 바로크 시대 이후에 나타난 화법입니다.
이전 시대에는 흔치 않던 명함 기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것이 바로 카라바조입니다.
또한 꽃병에 비친 빛 너머로 보이는 창문까지도 표현할 만큼 카라바조는 굉장히 정교하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메두사의 머리>
카라바조가 그린 <메두사의 머리>는 기괴하고 충격적인 비주얼, 메두사의 상징인 뱀들의 야생적인 움직임, 비명을 지르는 듯 크게 벌린 입, 공포가 느껴지는 광기 어린 카라바조의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카라바조의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카라바조는 사실적인 표현을 구사하기 위해서 참수형 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다고 합니다.
목부분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에서도 전달되는 비극적으로 표현한 카라바조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에 아이러니하게도 극찬이 쏟아졌습니다.
화가로서 성공하기 전과 후를 그린 자화상 <병든 바쿠스>와 <바쿠스>
그의 그림은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유명세를 떨치며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카라바조가 로마에 상경한 직후에 그린 초기의 자화상이 있는데 그의 인생을 예측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바로 술의 신 바쿠스를 주제로 한 <병든 바쿠스>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같은 주제의 또 다른 그림인 <바쿠스>입니다.
과연 이 두 그림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을까요?
<병든 바쿠스>를 먼저 그렸는데 그림을 그리던 당시 카라바조는 병에 걸려 실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가난에 찌들고 병에 걸린 본인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황달이 올 정도로 초췌하고 창백하게 표현한 얼굴과 퀭한 눈동자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와중에 양손으로 소중하게 포도송이를 쥐고 있습니다.
바쿠스는 술의 신이자 쾌락과 풍요의 신입니다.
이것은 지금은 비록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쾌락만은 포기 못한 본인의 모습을 바쿠스에 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도가 영글어 와인이 되듯 지금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성공해서 언젠가는 풍요를 누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병든 바쿠스>를 그리고 난 후 약 2년 뒤에 화가로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당시 바티칸의 최고 권력자였던 델 몬테 추기경의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와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병든 바쿠스>를 그리고 3년 후에 그렸던 또 다른 <바쿠스>라는 그림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비어있었던 과일은 넘칠 듯 해지고 시들어가던 포도도 먹음직한 와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바쿠스>라는 그림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래쪽 과일을 확대해서 보면 과일이 썩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물화에 자주 사용되는 메시지로는 전도서 1장 2절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가 있습니다.
현재는 영광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국 시간 앞에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기 때문에 "거만하게 생각하지 말고 겸손함을 잃지 말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자 신분으로 살았던 말년에는 후회를 하며 그림을 하나 그립니다.
바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입니다.
그림 속 다윗과 골리앗 모두 카라바조의 자화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추악한 모습의 현재와 영광스러운 시절 순수했던 모습의 과거를 담고 있습니다.
죄 많은 자신을 스스로 처단하는 이중 자화상인 것입니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 참회의 그림을 그려 사면을 얻고자 교황에게 그림을 보내게 되었지만 전달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그는 사면받지 못하고 타지를 전전하다가 39세의 나이로 객사를 하게 됩니다.
카라바조 그림에 영향을 끼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천재 예술가였던 카라바조는 그의 작품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다 갔습니다.
카라바조는 바로크 시대의 최고 실력자이다 보니 당대의 라이벌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카라바조 스스로 라이벌이라고 여겼던 화가가 한 명 정도는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카라바조에게 영향을 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입니다.
카라바조의 작품을 보면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처음으로 만든 원조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꼽고 있습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이라는 작품에서 볼 수 있듯 꽃병에 반사되어 보이는 창문까지 정교하게 묘사한 느낌들이 다 빈치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존재합니다.
[월 10만 원 그림 투자 재테크] 책 리뷰 (tistory.com)
<출처: 선을 넘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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