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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활 2-4(그리스 로마 신화/이상한 변호사 아테나와 앙숙 포세이돈, 최초의 피고인 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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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활 2-4(그리스 로마 신화/이상한 변호사 아테나와 앙숙 포세이돈, 최초의 피고인 아레스)

1. 아테나,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이 되기로 하다

 

지금으로부터 몇천 년 전일지 헤아릴 수도 없는 아주 아주 오래전에 남부 그리스의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을 중심지에는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언덕을 '아크로폴리스'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한 리더의 등장으로 도시국가로 변화하게 되는데, 그 리더는 바로 '케크롭스'라는 왕이며 그는 성군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막강한 정치력을 가졌습니다.

케크롭스는 왕이 되어 도로를 만들고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관혼상제를 관장하며 개선합니다.

성인이 되면 소유권을 인정해 주었고, 기존에 일부다처제의 혼인문화를 일부일처제로 바꿉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기존에는 유기했던 시체를 땅에 묻는 매장문화를 만들었으며, 제사를 지낼 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을 해왔던 것을 없애고 사람이 아닌 제물로 바꿔서 하도록 합니다.

케크롭스왕은 그야말로 문명국가의 기틀을 만들었고 마을 이름을 케크롭스가 다스리는 나라라고 하여 '케크로피아'라고 부르게 됩니다.

도시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된 케크로피아의 케크롭스 왕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가의 '수호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당시 신들 사이에서는 각 지역의 수호신이 되는 것이 일종에 유행처럼 퍼집니다.

예를 들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에서 태어나서 밀려나면서 닿게 된 섬 '키프로스'의 수호신이었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헤라가 던져 떨어지며 다리가 부서졌던 '렘노스 섬'의 수호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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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신 아레스는 전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파르타'의 수호신입니다.

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수호신 덕분에 든든함을 느끼게 되어 신과 인간 모두에게 모두 이득인 제도였습니다.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을 찾고 있던 케크롭스 왕 앞에 나타난 신이 바로 아름답고 기품이 넘치는 전쟁의 신이자 지혜의 신 '아테나'입니다.

아테나는 케크로피아가 비록 척박한 땅 때문에 농사짓기가 어려웠지만, 성군인 케크롭스와 발전 가능성을 보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을 자처한 것입니다.

2. 아테나, 앙숙 포세이돈과 케크로피아 수호신 자리를 두고 격돌하다

이렇게 아테나가 순조롭게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으로 수순을 밟고 있던 때, 갑자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나타나 케크로피아는 자신의 관할지역이라며 막아섭니다.

포세이돈은 제우스에게 일종의 2인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우스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여신과 여성, 님프를 가릴 것 없이 그 사이에서 자식들을 낳아 자신의 편으로 삼자, 포세이돈도 이에 질세라  자신이 관장하는 바다의 수많은 섬 마을 여성들과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고 다닙니다.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헤라의 관할구역에 도전했다가 쫓겨나기도 하는 등,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스타일로 정평이 난 신입니다.

이런 성격의 포세이돈은 이번에는 아테나의 구역에 탐이 났던 것입니다.

포세이돈은 당황한 주민들 앞에 나타나 자신의 상징 삼지창으로 땅을 가르자, 건조하고 척박했던 땅에서 샘이 만들어지게 합니다.

포세이돈은 자신을 수호신으로 인정하면 마을 곳곳에 샘을 만들어주면 풍요롭게 농사짓는 것이 가능하다 공약합니다.

아테나는 이에 질세라 나무 하나를 심어주는데, 이것이 바로 영양이 풍부해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올리브'나무입니다.

'사람들이 말하길 그(케크롭스)가 다스리던 시기에 신들은 각자 고유한 숭배를 받아야 하는 도시들을 지배하기로 했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3. 아테나와 포세이돈, 케크로피아의 수호신이 되기 위한 인류 최초의 선거를 치르고 아테나가 승리를 거두다

아테나와 포세이돈 두 신 중에서 수호신을 선택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놓인 현명했던 케크롭스 왕은 이렇게 말합니다.

'케크로피아의 작은 일은 왕인 제가 결정하지만, 이렇게 큰 일은 국민들이 결정합니다. 민심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이렇게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인류 최초의 선거가 실시됩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아고라'라는 광장이 있었습니다.

그 광장에서 아테나와 포세이돈 두 사람의 열띤 유세가 시작됩니다.

 

먼저 아테나는 '승리의 여신 니케'와 짝을 이루어  이웃 나라 침략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준다며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국방에 대한 공약을 합니다.

그리고 척박한 케크로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인적 자원이며 지혜의 여신인 자신을 수호신으로 인정해 준다면 전국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의 머리에는 지식을 담아주고 가슴에는 의식을 담아주겠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나선 포세이돈은 바다에서 타고 다니는 말을 시민들에게 공급해 줄 테니 이 말로 전차를 만들어 저 언덕과 산을 넘어서 그리스 전역을 접수해 시민들에게 주겠다고 공약을 합니다.

또한 바다의 신답게 지중해 대부분의 수산자원을 케크로피아 인근 해역으로 몰아주겠다고 합니다.

 

아테나는 유세가 끝나고 주민들의 투표에서 포세이돈에게 밀리는 상황이 되자, 목이 탑니다.

아테나는 척박한 땅이라 물이 없던 케크로피아에 포세이돈이 만든 샘물을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 되자, 자존심이 상했지만 먹을 물이라고는 이것뿐이었기에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샘물은 다름 아닌 바닷물이었고, 아테나는 바닷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음을 주민들에게 어필하여 전세를 한순간에 역전시킵니다.

결국 케크로피아의 초대 수호신으로 아테나가 선정됩니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으로 왕의 이름을 따서 그동안 '케크로피아'로 불렸다면, 이제는 수호신 '아테나'의 이름을 따 '아테나'라 불립니다.

4. 포세이돈, 선거에 패배해 아테네를 물바다로 만들고 파르테논 신전에 삼지창을 꽂다

뒤끝작렬로 유명한 포세이돈은 바다의 신으로서 강물의 신들까지 관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포세이돈은 분노하고 광분하여 트리아시온 평야를 범람시키고 아티카 지방을 바다에 잠기게 했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포세이돈은 강물의 신에게 아테네에 흐르는 강물의 상류를 막게 하여 물을 불린 후, 포세이돈의 신호로 한 번에 강물이 쏟아지게 만들어 아테네가 물바다가 됩니다.

포세이돈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고,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세워놓은 파르테논 신전에다가 자신의 삼지창을 내리꽂고는 올림포스로 올라가 버립니다.

그런데 그때 포세이돈이 찍은 삼지창 자국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5. 아테네 강가에서 아레스 딸을 겁탈하려 하던 포세이돈 아들이 아레스에 의해서 목숨을 잃다

이 선거로 인해서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철천지 원수가 되며 두 신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포세이돈은 수호신으로 선정되는 선거에서 진 후에도 돌아가지 않고 아테네 주변을 얼쩡댑니다.

평소에 행실이 나빴던 포세이돈이 어슬렁거린다는 소문이 퍼지고, 포세이돈이 어슬렁 거린다는 아테네의 강가는 우범지대로 변해 인적이 끊기게 됩니다.

이때 강의 님프와 눈이 맞은 포세이돈은 사랑을 나누고 둘 사이에 아이를 낳게 됩니다.

포세이돈의 아들은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 포악해 도끼를 들고 다니는데 올리브 나무를 보이는 족족 베어버립니다.

아테네 수호신인 아테네 입장에서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포세이돈 부자의 소란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 아프로디테의 내연남이기도 한 전쟁의 신 '아레스'는 과거에 아테네 지역을 지나다가 아테나의 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사랑의 결실로 둘 사이에서 딸이 태어납니다.

어느 날, 잘생긴 아빠 아레스의 유전자만 쏙 빼닮아 아레스의 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두려움이 없었고, 포세이돈부자가 출몰한다는 강가로 나들이를 갑니다.

어쩌다 보니 시녀와 헤어져 홀로 일행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아레스의 딸은 지나가던 포세이돈 아들의 눈에 띄게 게 되었고 포세이돈 아들은 아레스 딸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포세이돈의 아들이 도끼를 들고 다짜고짜 다가와 고백했고, 아레스의 딸은 이를 무시하고 돌아섭니다.

포세이돈 아들은 돌아서는 아레스딸 손을 강제로 잡았고, 그녀는 뿌리치며 걸크러시답게 단칼에 포세이돈 아들의 고백을 거절합니다.

포세이돈 아들은 주변에 인적이 없자 아레스 딸에게 겁탈을 시도합니다. 

아레스 딸은 위급한 상황에서 다급하게 절규를 하며 아버지 아레스를 부릅니다.

딸의 부름에 다급하게 날아온 아레스는 자신의 딸을 덮치고 있는 포세이돈 아들에게 바로 공격합니다.

포세이돈 아들은 한대 얻어맞은 후 이제야 전쟁의 신 아레스를 발견하고 다급히 아버지 포세이돈을 부릅니다.

그런데 다급히 달려온 포세이돈 눈앞에 전쟁의 신 아레스와 그의 딸이 보였고, 그의 아들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누워있었습니다.

'포세이돈과 님프 에우리테의 아들인 할리로티오스는 그녀를 강간하려다가 아레스에게 발각되었고 죽임 당했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포세이돈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아들이 불러 현장에 도착했으나, 자신의 아들이 죽어 있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 분노한 포세이돈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아레스를 향해 공격을 하려 합니다.

그때 아테네가 그녀의 상징인 투구를 쓰고 창을 들고 하늘에서 내려와 포세이돈을 제지합니다.

아테나는 자신의 관할구역인 아테네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 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던 것이고,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포세이돈, 더 이상의 폭력은 안 돼요. 만약 당신이 여기 있는 아레스를 벌하고 싶으면 정식으로 고소를 하십시오'

우리는 조금 전 인류 최초의 선거를 경험했고, 지금부터는 그리스 로미 신화 속 인류 최초의 형사 재판을 경험하게 됩니다.

선거와 재판, 이 모든 것이 선진적으로 아테네에 도입되어 시작된 것입니다.

6. 아테네 파르테논신전에서 피고 아레스와 그의 변호사 아테나, 원고 포세이돈의 재판이 열리다

공판은 아테네 파르테논신전 북서쪽에 언덕에서 열리게 됩니다.

신이 신을 고소한 사건이라 재판장이나 배심원 모두 신으로 구성됐고, 이 사건으로 인해 하늘에서 올림포스 12 신들이 내려오게 됩니다.

판사는 신들의 왕 제우스가 맡았고, 아테네의 수호신 아테나가 그 곁에서 보좌합니다.

원고는 포세이돈, 피고는 아레스 그리고 배심원석에는 수많은 신들이, 방청석에는 수많은 아테네 시민이 자리했고 일종의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재판이 진행됩니다.

 

포세이돈이 먼저 자신의 아들이 겁탈하려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항의합니다.

그리고 포세이돈은 아레스를 향해 전쟁의 신이면서 전쟁터를 무단 이탈하여 직무 유기를 한 데다가 살인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아들을 죽이는 현장을 내가 보았기 때문에 내가 증인이고 죽은 아들의 시신이 곧 증거라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포세이돈은 재판장에게 아레스를 직무유기 및 살인의 혐의를 물어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합니다.

이에 아레스는 눈물을 흘리며 딸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모두 자백하고 인정합니다.

위기에 처한 아레스를 지켜보고 있던 아테나는 재판에서 이길 경우 더 기세등등하게 아테네를 휘젓고 다닐 포세이돈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했고, 더 큰 문제는 아테네의 수호신으로 지내다 보니 수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보고도 신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번 재판은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테나가 제우스에게 이야기합니다.

'재판장님 여기 있는 아레스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변호를 맡고 싶습니다. 

아테네의 제안을 받은 제우스는 피고인 아레스에게 아테나에게 변호할 권리를 위임하겠는지 의사를 물었고, 아레스는 아테나의 진실한 마음을 받아들여 이 제안을 수용합니다.

그렇게 아테나가 아레스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원고 포세이돈이 자신의 아들이 아레스 딸을 겁탈한 증거가 있냐고 물었는데, 그 없는 증거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발각하지 않는 이상, 여성들에게 '행실을 어떻게 했길래 그런 일을 당하느냐'며 오히려 피해를 당하고도 이것이 모두 피해 여성들의 탓으로 치부되어 손가락질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때 가정의 여신 헤라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분노하며 증거 없다고 덮는 행태에 제우스에게 항의를 합니다.

이어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여성의 인권이 짓밟히는 현실에 대해서 항의했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도 합류하여 겁탈과 사랑은 엄연히 다르다며 헤라와 아르테미스의 의견에 힘을 보탭니다.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까지 등장하여, 자신의 딸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된 순간을 떠올리며 '증거가 없다면  증거를 찾아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명명백백히 처리해서 재발방지를 해야지, 없었던 일처럼 묻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른 여신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을 합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신들의사생활7

 

신들의 사생활 7(그리스 로마 신화/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야기 )

신들의 사생활 7(그리스 로마 신화/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야기 ) 1.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에게 위협이 되는 제우스의 딸들 미와 사랑의 여신은 바로 '아프로디테(비너스)'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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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여신들이 나서 억울했던 피해자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해 줍니다.

제우스는 흥분한 여신들을 잠재우려 재판을 멈추었고, 휴정한 사이 아테나는 아레스에게 다가가 이제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테니 무조건 '딸을 살릴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하라며 입단속을 시킵니다.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아테네는 아레스에게 '폭행으로 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지' 물었고, 아레스는 아테네가 시키는 대로 '딸을 살릴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아테네는 '아레스, 당신은 폭행으로 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았던 거군요'라고 물었고, '절대 그런 적 없다'며 아레스는 아테나가 시킨 대로 착실하게 답변을 이어갑니다.

7. 변호사 아테네, 수많은 약자들을 위한 변호를 하며 아레스의 승소를 이끌다

아테네가 변론을 이어가려던 찰나에 갑자기 아레스가 말합니다.

'그런데 내 마음을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 딸을 겁탈한 포세이돈 아들을 산채로 다 찢어 죽이고 싶었어요!'

아레스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아테나는 빠른 시간 내에 말을 주워 담습니다.

'재판장님, 지금 피고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들 중에 만약에 나의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범죄자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러나 그런 마음은 종교나 윤리적으로는 비난받을 수는 있으나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

포세이돈은 이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머리로 생각을 했든 마음만 먹었 든 죽여버린단 생각은 했잖소! 이것은 명백한 살인입니다. 재판장님! 아레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물어주십시오!'

제우스가 포세이돈의 이의를 인정한다고 하자, 아테네는 불현듯 묘안이 떠올라 '증거를 제출합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아테나가 품에서 시뻘건 돌부리 하나를 꺼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건이 있었던 당일로 돌아가, 아테나는 현장에서 모두를 돌려보내고 면밀히 현장 검증 및 수사에 들어갑니다.

시신의 발 밑에 의문의 골이 파여있고, 시신의 머리 부근에 돌이 하나 박혀 있는데 검붉은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아테나는 돌을 머리에서 뽑은 후에 그대로 품에 넣었습니다.

아테나는 사건 당일 사건 현장에서 습득한 돌부리를 증거로 제출하며 변론을 이어갑니다.

'재판장님 당시 사건을 재구성해보겠습니다. 피고 아레스는 전쟁터에서 군인들을 독려하다가 위급하게 살려달라는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딸의 목소리에 놀란 아레스가 사건 현장으로 달려왔을 때, 아레스는 한 남성이 자신의 딸을 겁탈하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분노한 아레스는 그 남성을 뜯어말렸고 한 차례 주먹으로 가격을 했는데 그 남자가 바로 원고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아레스에게 가격 당한 원고의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인 포세이돈에게 살려달라고 외쳤고, 그는 두려워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머리를 부딪혔으며 이것이 주된 사망 요인입니다'

이때 포세이돈이 이의 있다고 강력 항의하며 자신의 아들의 죽음이 돌부리 때문이라고 몰아가려 하냐며, 이에 대한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아테네는 대답합니다.

'돌부리에 묻은 혈흔과 사망자의 혈액이 일치하는 점! 사망자의 사망원인이 안면부 타박상이 아닌 후두부 골절 및 과다출혈로 밝혀진 점, 이 전문가의 소견서를 이미 증거물과 함께 제출했습니다. 재판장님 피고 아레스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만약 사망자의 살인 원인을 묻고자 한다면 그것은 아레스의 주먹이 아닌 돌부리에 물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아레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을 한 차례 폭행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내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정당방위입니다. 재판장님 피고 아레스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 그리고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이것은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호소할 곳이 없는 약자와 자신의 힘을 남용하는 강자의 문제입니다. 이 판결은 귀중한 판례가 되어서 우리 후대에 길이길이 회자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현명하고 올바른 판결을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재판장 제우스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피고 아레스는 포세이돈의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본 재판에 회부되었다. 먼저 사망한 포세이돈의 아들이 아레스의 딸을 겁탈하려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아레스 딸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딸의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구태여 아레스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피고인의 아들을 때릴 일이 만무한 점, 또한 아테네 시민들이 진술한  평상시 포세이돈 아들의 행실 등을 고려할 때 사건 발생 당시 원고의 아들이 피고의 딸을 겁탈하려 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딸이 겁탈당하려는 상황에서 아버지로서 딸을 구하려 한 것은 정당한 행위며 이 과정에서 한 차례 폭행이 있었던 것을 두고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당시 피고의 딸이 겁탈당하려던 상황 그리고 피고가 실제 행한 폭행의 방법과 강도 등을 종합하여 고려할 때, 피고가 행한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방위에 해당하기에 본 법정은 피고의 살인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포세이돈이 아레오파고스로 고소하자 아레스는 심판하는 열두 신들에 의해 재판을 받게 되고 풀려났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결국 아레스는 재판에서 이겼고, 기뻐하는 아레스에게 아테네가 한마디를 던집니다.

'저는 당신을 변호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있었고 현재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약자를 변호한 것뿐입니다'

역시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운 명언입니다.

 

실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류 최초의 재판이 있었던 자리에 후대 인간들은 범죄가 있을 때마다 범인들을 이 언덕으로 데리고 올라가서 구형하거나 집행을 했는데 이 언덕의 이름을 최초의 피고인 아레스의 이름을 따서 '아레스의 언덕'으로 불리게 되고 지금도 유명한 관광지로 남아있습니다.

결국 인류 최초로 기록된 심판은 '신들의 재판'이었습니다.

8. 아테나가 등장하는 예술작품

노엘 알레의 &lt;도시 이름을 짓기 위한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경쟁&gt;
노엘 알레의 <도시 이름을 짓기 위한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경쟁>

이 작품은 노엘 알레의 <도시 이름을 짓기 위한 아테나와 포세이돈의 경쟁>이라는 그림입니다.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있는 이름표를 통해서 그림 속 여인은 아테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삼지창을 들고 있는 이름표를 통해서 그림 속 남성은 포세이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 경쟁의 승패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승패를 모르고 그림만 본다고 하더라도 이 그림을 통해서 대결의 승패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아테나가 위쪽에 위치하고 있고 시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아래쪽 포세이돈은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며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보통 그림에서 위아래로 인물이 위치한 경우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위쪽에 있는 인물이 승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 재밌는 것은 '말의 표현'입니다.

아테네가 들고 있는 창의 끝이 올리브 나무에 향해 있고, 이것은 아테네가 '수호신으로 선출될 경우 올리브나무를 심어주겠다'라고 한 약속을 표현합니다.

포세이돈 옆으로 말이 보이고, 이것은 포세이돈이 , 수호신으로 선출된 경우 말을 선물로 주겠다,는 선거공약을 표현한 것입니다. 

땅이 갈라지면서 말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멋있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고, 정말 그 상상한 모습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해 버리면 포세이돈의 모습이 멋있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화가 노엘 알레는 포세이돈의 말을 구덩이에 발이 빠진 듯한 모습으로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림의 주인공이 '아테나'이다 보니 이를 더 돋보이게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 포세이돈이 남긴 삼지창 자국은 어디에 있을까요?

포세이돈은 수호신 경쟁에서 아테나에게 진 후 분노하여, 아테네에 대홍수를 일으키고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세워놓은 파르테논 신전에다가 자신의 삼지창을 내리꽂고는 올림포스로 올라가 버립니다.

이때 포세이돈이 남긴 삼치창 자국이 아직 남아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
에레크테이온 신전

포세이돈의 별명 중에 ' 에레크테우스'포세이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때문에 에레크테이온이 포세이돈 신전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아테나 여신이 궁극적인 승리자가 되었지만 아테네라는 도시는 결코 포세이돈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포세이돈 신전을 세워놨다는 것입니다.

에레크테이온 신전 천장 부분의 포세이돈 삼지창 자국 추정
에레크테이온 신전 천장 부분의 포세이돈 삼지창 자국 추정

에레크테이온 신전에는 정면에서 보이는 천장 부분의 자국들이 남아 있는데, 저것이 삼지창 자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에레크테이온이 기원전 400년대 후반(기원전 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이라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를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은 '포세이돈의 삼지창 자국의 돌을 떼어다가 천장에 붙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레크테이온 신전 앞에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저것이 아테네가 심어준 올리브 나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우주 최초의 올리브 나무인 셈인데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10. 아테네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 파르테논 신전에 남아 있는 아테네와 포세이돈 신화

파르테논 신전(아테나 신전)
파르테논 신전(아테나 신전)

아테네 관람 코스 중에 제일 빠지지 않는 곳이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입니다.

파르테논 신전도 아테나와 포세이돈 신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복원된 파르테논 신전의 박공
복원된 파르테논 신전의 박공

경사진 지붕 한쌍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삼각형의 벽면을 '박공'이라고 하는데, 파르테논신전에는 이 삼각 모양의 박공에 그림을 그려 넣었고 남아 있는 유물들을 모아서 복원하면 위와 같은 모습이 나옵니다.

중앙에 아테나 여신과 뒤에 올리브나무 그리고 포세이돈의 모습이 보입니다.

포세이돈의 포즈가 엉거주춤하고 뒤로 밀리는 모습인데, 아테나는 진격하는 모습입니다.

아테나와 포세이돈 양 옆에 말이 있는데 이것은 포세이돈이 제공하는 선물로 볼 수 있습니다.

11. 아레스의 언덕이 아직도 남아 있나요?

아레오파고스(아레스의 언덕)
아레오파고스(아레스의 언덕)

아레스의 언덕에는 언덕 위에 분명히 법정 건물이 있었을 거라고는 추정이 되기는 하나, 건물은 없어지고 현재는 언덕만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그리스에서는 최고 법정을 일컫는 말로 그리스어로 '아레오파고스(아레스의 언덕)'라고 합니다.

그리스 아테네 사법 제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라 반역의 죄나 살인의 죄 같은 재판은 아레오파고스에서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레오파고스에 회부되는 재판의 경우,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레스의 언덕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데 돈을 내지 않고 무료로 올라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출처:설민석/신들의사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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