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연금술사]를 읽고(독후감, 책 리뷰)/파울로 코엘료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하며 필사할 글귀를 찾을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드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파울로 코엘료의 역작 [연금술사]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한 구절 놓칠 수 없는 은유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빨리 쓸 필요도 없고 글귀의 내용을 곱씹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글귀는 내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처음과 끝,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에 담고자 하는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장에 담긴 내용들은 에메랄드 판에 새겨진 단 한 구절의 '단순'하고 '명쾌'하며 '절대적'진리를 탐구하고 찾아가는 여정에 불과합니다. 동화적인 여러 개의 이야기가 엮여서 마침에 우리는 스스로 그 글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수십, 수백, 수천억 개의 우주의 언어로 이야기되지만, 결국 '자아의 신화'를 쫒고 그것을 살아내다 언젠가는 죽는 것으로 종결됩니다.
떠돌아다니는 것을 꿈꾸던 산티아고는 세상을 마음껏 떠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양치기'를 선택합니다. 그는 양들을 통해서 세상의 만물을 배웁니다. 그 생활에 만족했고, 오직 먹이와 물만 있으면 어디든 함께 하는 양들과 평생을 함께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티아고는 어느 교회 앞에서 이집트 피라이드에 묻힌 보물에 관한 꿈을 두 번 연속 꾸고 꿈해몽을 위해 집시 노파를 찾아갑니다. 그 노파는 복채를 받지 않을 것이니 나중에 보물을 찾게 되거든 그 보물의 1/10을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살렘의 왕 멜키세댁을 만나 그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지표로 우림과 툼밈이라는 두 개의 보석을 주며 산티아고가 가진 양 중 1/10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살렘의 왕은 그것이 보물을 찾아 길을 다 서도록 결심을 도와준 대가라고 말합니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있어야 쉽게 포기하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산티아고는 아직 얻게 될지도 모를 보석의 일부를 저당 잡혔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대가로 지불합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이집트 피라미드 어딘가에 묻혀 있을 보물을 찾기 위해서 말입니다. 세상에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아의 신화'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아의 신화는 어쩌면 꿈이나 희망, 목표, 이상향과 같지만 다른 언어들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이것을 실현하는 것으로 기쁨을 느끼고 또 어떤 이들을 이것을 품고 살아가는 것 만으로 희망에 벅차오르며 삶을 살아냅니다. 누구든 자아의 신화를 좇고 이를 찾으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온 우주는 이를 찾아갈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을 보여주며 응원합니다. 따라서 자아의 신화를 찾는다는 마음만 먹게 되면 이미 우주의 모든 만물은 당신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표들을 알아보고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내 마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우주의 언어로 이 지표를 보여주지만,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놓쳐 후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온 우주가 당신의 자아의 신화를 구하는 일에 도움을 주어도, 그 도움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 이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자아의 신화를 이끌 지표들을 혹여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만일 어디에도 지표 따위는 보이지 않고 암흑 속을 헤매고 있다면 조용히 눈 감고 침묵하고 집중하며 정화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지표는 이미 당신 옆에 존재하며,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마음의 눈뿐임을 잊지 마세요. 우주 만물은 하나이며, 곧 당신이 우주입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신은 '조심자의 행운'을 줍니다. 시작한 일을 포기하지 않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고 탐험이 계속될수록 용기와 끈기를 시험하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찾아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아의 신화를 찾는 일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리고 이 시험을 이겨낸 사람만이 사람만이 만물의 섭리와 우주의 원리로 점철된 보물을 얻게 됩니다.
책 곳곳에 나오는 '마크툽'이라는 단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미 신에 의해 우주의 언어로 천지 만물의 삶과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써지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운명에 몸을 맡겨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요? 연금술사는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해져 있다고, 자포자기하면서 꿈과 희망, 살아갈 의지를 잃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신이 가진 양들을 모두 포기하고, 이집트 피라미드 어딘가에 묻혀있는 보물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집시 노파를 만나고, 살렘의 왕을 만나고, 도둑을 만나고, 과자장수와 크리스털가게 사장을 만나고, 사막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고, 끝없는 사막을 걷고, 전쟁에 휘말리고, 마침내 스스로 바람이 되는 방법을 알아가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세상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단순하고, 평범함이 곧 비범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산티아고는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파티마라는 소녀를 만나, 온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와의 단란한 삶을 위해서는 그는 보물을 향한 '자아의 신화'를 향한 여정을 끝마쳐야만 합니다. 파티마는 말합니다. 사막의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막으로 가게 되면 그가 돌아온다는 소망으로 사막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운명이라고. 그러니 산티아고 당신의 자아의 신화를 살기 위한 여정을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고. 나는 기다리겠노라고. 당신이 자아의 신화를 찾아 다시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이것이 숭고한 사랑의 힘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모든 사물을 금으로 만들 수 있는 연금술이 진짜 가능하다면, 이것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능력을 주지 않는 것일까요? 그리고 왜 연금술에 관한 책은 어려운 상징들을 동원해 그렇게 어렵게 쓰인 것일까요? 그러한 능력을 가질 자격이 있는 자만이 이 능력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 금이 된다면 금은 그 가치를 잃게 될 것이고,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서로 싸우고 헐뜯고 빼앗고 죽이고. 사람들은 늘 교활함과 탐욕의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금은보화를 손에 넣으면 행복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일까요? 가져도 불행하고, 잃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당신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요?
산티아고는 결국 보물을 찾아내고, 마침내 자아의 신화를 살게 됩니다. 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막의 피라미드가 아닌, 자신이 보물에 관한 꿈을 꾸었던 바로 그 교회 바닥에 묻혀 있었습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막에서의 여정은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에 보물이 묻혀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이 자아의 신화를 살게 하는 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이미 자아의 신화는 당신 안에 있고, 이것을 발견하는 것은 오직 당신의 마음입니다. 잊지 마세요. 보물은 당신 바로 곁에 묻혀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당장 찾을 수도, 당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당신 자신, 당신의 마음입니다. 사랑하세요. 당신 곁의 보물과 같은 사람을 발견하고 사랑하세요. 당신의 인생은 이를 위해 시작되었고, 기록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에메랄드 판에 새겨진 단 하나의 문장은 이것이 아닐까요?
'모든 것이 당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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