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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7] 을 읽고/찬호께이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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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67]을 읽고/찬호께이 (독후감)

13.67
13.67

추리소설은 보통 영미권과 일본 작가들 작품이 유명합니다. 따라서 독자들도 이들의 추리 방식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이와는 결이 묘하게 다른 [13. 67] 은 7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추리소설이지만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에 홀딱 빠지게 하는 마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소설은 총 6개의 완결 지어진 작은 단편소설의 조합입니다. 이들을 잇게 되면 하나의 커다란 장편소설이 되는 구조입니다. 제목인 [13. 67] 은 작품의 시작인 2013년과 마지막인 1967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은 2013년에서 시작해 1967년으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방식을 취하며 흥미를 더욱 돋웁니다. 앞 단편에 나온 이야기를 뒷 이야기의 어딘가에서 풀어내는 방식이라 하나의 이야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얽혀 있어 소위 떡밥을 하나씩 발견하고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을 넘어서 기괴한 나라 홍콩의 사회적인 문제를 곳곳에 담고 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혼란스러운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같은 동양문화권이지만 서구열강인 영국의 식민지였던 탓인지 낯선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과 권력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야비해지고 물불 가리지 않는 수많은 범죄자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을 되돌아보는 오싹한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인 관전둬와 뤄샤오밍은 경찰입니다. 저자는 경찰이 정의의 사도였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등장인물을 통해 곳곳에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경찰은 영국과 중국에 끼여서 이도저도 아닌 오로지 권력과 돈을 탐하며 소위 찻값을 당당히 받아 챙기는 무뢰배와도 같은 집단이 되어 가는 것에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를 표출시키는 타락한 존재가 됩니다. 경찰의 사명감, 정의는 시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시민을 지키는 것인지, 그 시민을 다스리는 권력과 재력을 지키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 되어 갑니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을 보는 내내 씁쓸했습니다. 게 중에는 국가와 국민, 시민을 지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꿋꿋이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그들의 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찰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경찰집단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가 병들었다는 것을 사회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음에 착잡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소설은 앞선 5개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으로 다룬 데 반해 마지막 빌려온 시간이라는 소제목의 이야기에서 1인칭 시점으로 시점을 달리하는 파격을 더합니다. 읽는 내내 도대체 왜? 도대체 왜 독자를 나로 투영시키는 거지? 하는 궁금증으로 마지막까지 내용을 탐닉했습니다. 아무 의심 없이 '나'를 관전둬라고 생각하며 숨쉴틈 없는 폭탄테러의 현장으로 함께 달려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 하는 탄식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관전둬는 범죄자를 잡아들이기 위해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인물입니다. 때로는 명문화된 법을 위배한 불법을 저지르기까지 하며 악당을 잡아들이고, 그들의 죄를 소상히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법정에 세우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아들과도 같은 워샤워밍에 의해 고스란히 승계됩니다. 마치 글 중에 나오는 '먹 옆에 있으면 검은색이 된다'는 '근묵자흑'처럼 말입니다. 그 이유가 시점의 전환을 통해 강렬히 뇌리에 박히게 됩니다. 그 비밀은 독자의 몫으로 돌리기로 합니다.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추리소설은 결말을 말하는 게 곧 테러이기 때문에 자중해 봅니다. 

 

다소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며 투박한 찬호께이의 문체는 홍콩과 닮아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 속에 실제 홍콩의 도시와 지리를 곳곳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섬과 육지의 절묘하고 비릿한 조화를 이룬 홍콩을 한 번쯤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부디 다른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고, 목숨을 헌신짝 취급하며, 나약한 이의 정신을 가지고 놀며, 성실한 이들의 행복을 짓밟는 악당들이 단죄를 받는 정의가 득세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권선징악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불변의 진리임을 다시금 느끼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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