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4(그리스 로마 신화/칼리스토, 이오, 에우로페, 니오베 이야기 그리고 신화 속 별자리)
1. 제우스, 칼리스토가 숭배하는 아르테미스로 변신해서 그녀를 범하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전도 살폈지만, 틈틈이 인간 세계를 잘 돌봤습니다.
제우스는 바람둥이 이기는 했지만 성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제우스는 인간세상을 살펴보던 중 '칼리스토'라는 여인을 보게 됩니다.
칼리스토는 원래 공주였습니다.
제우스는 다른 화려한 여신들과는 달리, 흰 띠를 머리를 질끈 묶고 편한 사냥복 차림으로 활을 멘 스포티한 님프 칼리스토에게 반하게 됩니다.
칼리스토는 그리스말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뜻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칼리스토는 제우스와 레토의 딸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을 맹세하기도 했습니다.
제우스는 순결을 맹세한 칼리스토가 자신을 거부할 것이 분명해 꾀를 생각해 냅니다.
어느 날처럼 칼리스토는 사냥을 나갔고, 무리와 떨어져서 옷을 벗고 나무 그늘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자신이 섬기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나타나 같이 쉬자면서 팔을 내밀며 팔베개를 하자고 제안하고, 칼리스토는 순순히 따르는데 갑자기 아르테미스가 칼리스토에게 입을 맞춥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에게 양해구하고 자리를 떠나려 하는 그 순간, 아르테미스가 칼리스토를 꽉 끌어안습니다.
제우스가 아르테미스로 변신을 해 칼리스토에게 접근했던 것이었고,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그대로 제압하고 맙니다.
숲의 님프이기도 했던 칼리스토가 제우스에게 당하는 모습을 숲의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제우스가 강하고 무서우니 아무도 말을 못 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제우스는 그렇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후 하늘로 올라가 버립니다.
칼리스토는 자신이 당하는 모습을 숲의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밀려오는 수치심에 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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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칼리스토, 제우스의 아이를 임신해 아르테미스가 이끄는 순결단에서 쫓겨나다
시간이 흘러 아홉 달 후, 아르테미스와 여신을 따르는 시종 님프들이 사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르테미스가 냇가에서 몸을 씻자고 제안하자, 모두 옷을 벗고 냇가에 들어가 목욕을 시작하는데 칼리스토만 옷은 안 벗고 몸을 웅크린 채 망설이고 있자, 이상하게 여긴 아르테미스가 시녀들을 시켜 강제로 옷을 벗깁니다.
칼리스토가 손으로 그녀의 배를 가렸지만 딱 봐도 만삭의 몸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아홉 달 전 사건으로 칼리스토는 원치 않은 제우스의 아이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영문을 몰랐던 아르테미스는 순결을 잃은 칼리스토를 향해 순결을 맹세한 우리를 배신하고 남자를 몰래 만나 임신을 하고도 이 무리에 계속 어울렸다면서 화를 내며 무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칼리스토는 혼자 쓸쓸히 동굴에 들어가서 건강한 사내아이 '아르카스'를 출산하게 됩니다.
제우스의 부인 헤라가 칼리스토의 출산을 눈치챕니다.
사실 제우스가 바람을 피웠다기보다는 칼리스토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 입장이었지만 헤라는 영문을 알 수 없었기에, 제우스와 칼리스토가 서로 사랑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하며 , 질투의 화신의 모습을 보입니다.
'헤라여, 당신이 보았더라면 더 너그러웠을 텐데!'
<오디비우스 作 '변신이야기'>
헤라는 올림포스에서 내려와서는 칼리스토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니며 칼리스토에게 응징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숲의 님프들에게 말합니다.
'여기 있는 불륜녀가 어떻게 당하는지 보거라'
헤라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트로이전쟁에서 헤라와 아르테미스가 싸우게 되는데 아르테미스는 활로 싸우지만 헤라는 맨손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잡고 꺾으며 아르테미스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고 맨손으로 때렸고,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헤라에게 활도 뺏기고 울면서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펀치가 쏀 헤라가 칼리스토를 두들겨 패니, 그년 변명도 하지 못하고 맞다가 무릎을 꿇습니다.
칼리스토는 무릎을 꿇고 해명하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그녀의 손에서 털이 돋아나기 사직하고 손가락이 구부러지면서 발톱이 돋아나고 발에도 발톱이 돋아나는 것입니다.
헤라가 칼리스토가 아름다운 외모로 제우스를 꼬셨다고 생각하고 그 아름다움을 뺏기 위해 저주를 걸어 짐승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아름다운 칼리스토는 온데간데없고 한순간에 '곰'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는 울면서 아이가 있는 동굴로 가지만, 아이는 사라지고 난 후였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제우스는 헤라가 무서워 직접 가지는 못하고 제우스의 전령이자 심부름꾼이자 아들이었던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러, 헤르메스 어머니 '마이아'에게 칼리스토의 아이를 키우라고 명령합니다.
헤르메스가 제우스의 명령대로 칼리스토의 아들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데려갔고, 마이아는 딱한 사정을 듣고 배다른 제우스의 아들을 키우기로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돼 그리스에서는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유모를 '마이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엄마를 표현하는 단어에는 'ㅁ'이 들어가는데, 아이들이 가장 먼저 낼 수 있는 발음이 두 입술을 떼면서 내는 '므'이기 때문입니다.
3. 별이 된 어머니 칼리스토와 아들 아르카스
칼리스토는 하루아침에 곰이 되고 사랑하는 자식도 잃고 말았습니다.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는 아이를 찾아 헤매었고, 칼리스토가 곰으로 산 그 세월이 무려 15년이었습니다.
아이를 잃고 15년 후에 칼리스토는 아들을 찾게 되는데, 이 모자 상봉의 이야기가 또한 기가 막힙니다.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는 마이아 손에게 늠름하게 장성하였고 하루는 사냥을 나옵니다.
짐승을 잡으려고 덫을 놓고 그 앞에서 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집채만 한 곰이 울어대며 아르카스 앞에 나타납니다.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와 그녀의 아들이 15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인데, 칼리스토는 아들을 바로 알아봤지만 아르카스는 곰으로 변한 어머니를 알아볼 리 없었습니다.
곰이 된 칼리스토가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가면 화살이 심장에 꽂힐 것이고, 등을 보이고 도망을 가면 15년간 찾아 헤맨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버리는 운명이 된 것입니다.
칼리스토는 화살을 심장에 맞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심을 하고 팔을 벌려 아들에게 걸어갔고, 아르카스가 화살을 겨누고는 시위를 당기려는 순간 어디선가 다급히 제우스가 나타나 말합니다.
'나는 너의 아버지 제우스다. 저 곰은 네 엄마 칼리스토란다. 어찌 네 어머니의 심장에 활을 겨눌 수가 있니. 내가 다시는 칼리스토와 아르카스 두 사람이 이별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겠다'
이렇게 말한 제우스는 구름을 뜯어서 구름다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전지전능한 분이 막아내고 그들을 동시에 죄악에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날쌘 바람을 통해 공중으로 잡아채어 하늘에 올려놓고 이웃한 별자리로 만들었다'
<오디비우스 作 '변신이야기'>
아르카스가 어머니 칼리스토의 손을 잡고 구름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고, 두 사람은 절대 떨어지지 않게 이웃한 하늘의 별이 됩니다.
밤하늘에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가 이렇게 탄생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별이 된 칼리스토와 아르카스를 발견한 헤라는 제우스의 권능으로 별자리가 된 그들을 잡아뗄 수 없었고, 헤라는 그 사정을 모르는 상태라 칼리스토 모자가 밤하늘에서 '나를 놀리고 있다'라고 생각하며 분노에 울면서 바다의 신 '오케아노스'를 찾아갑니다.
헤라가 어릴 때 오케아노스의 손에서 자랐고 마치 양아버지와도 같은 그를 찾아가서 이렇게 말합니다.
'남편 제우스가 바람을 피웠던 여자와 아들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밤이 되면 저 별들이 나를 놀리고 희롱하고 있어요. 모든 별은 이동하면서 바닷속에 몸을 담갔다가 자신의 몸을 씻고 영롱한 채로 떠오르는데 저것들은 너무 더러운 것들이라 아버지가 다스리는 바다에 몸을 담그지 못하게 해 주세요'
이렇게 해서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는 맑고 푸른 바다에 들어가 몸을 씻지 못하게 되었고, 북쪽 하늘에 고정돼 북쪽 하늘만을 맴돌고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4. 신화 속 별자리가 갖는 의미가 따로 있는 것일까요?
고대 사람들은 지금처럼 밤이 되면 TV를 볼 수 있는 전기도, 불도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늘뿐이었고, 하늘 위로 별들이 그리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곤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 경우, 밤하늘의 별이 신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별에 대해서 물어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이를 설명해 줘야 했던 것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 별자리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에 맞는 별자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현재 별자리의 표준처럼 인식되는 것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별자리'입니다.
천문학계에서도 별자리 이름을 정할 때, 대체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딴 이름으로 짓고 있습니다.
별자리의 이름을 서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 한 이유는 세계 문명사의 흐름 속에서 서양이 갖는 힘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면 별자리가 된다는 것은 대체로 '영원한 불멸성을 얻는다'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업적을 세운 '영웅'이라든가 아주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불멸의 존재로 영원히 각인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작은 곰자리와 큰 곰자리가 된 칼리스토와 아르카스 모자도 그렇고, 제우스의 사랑이 별자리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헤라클레스'도 영웅으로서 죽게 되는데 제우스가 하늘의 별로 만들어줍니다.
의학의 신이라고 알려진 '아스클레피오스'도 제우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벼락을 내려 죽이지만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하늘의 별자리가 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신화적인 의미로 생각해 보자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있는 '큰 곰자리, 작은 곰자리'가 고대시대에 가진 의미는 굉장히 컸습니다.
뱃사람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방향을 잡을 때 큰 곰자리, 작은 곰자리와 같은 고정된 별자리는 표준이 되어, 일 년 내내 바다 위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제우스가 칼리스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껴서 욕망을 못 참아서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통치자로서의 제우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 특히 배를 타는 사람들은 당시 목숨을 걸고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어떤 지침이 되는 하늘에 고정된 별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한 노력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목성'을 도는 위성들의 이름이 '칼리스토, 이오, 에우로페'입니다.
목성이 영어로는 주피터( jupiter)로 제우스의 영어 이름과 같습니다.
제우스와 같은 이름의 목성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의 이름이 칼리스토, 이오, 에우로페 와 같은 여인들의 이름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면서 행성 중에 제일 큰 목성에 제우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후 위성을 발견했을 때 그 위성들의 이름을 천문학자들이 어렸을 때 배우고 재미있게 익혔던 신화 속에 나오는 여인들의 이름을 갖다 붙인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 삶에 이렇듯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칼리스토 이야기에서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나는 저항할 권리도 없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때 여성들의 위치와 인권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면 신화 자체가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그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칼리스토의 억울한 이야기를 비추어 볼 때, 그 당시 그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여성이 많았다는 것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고 권력자에게 당하는 여자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현재도 제우스와 같은 남자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권력과 돈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얼마든지 취할 수 있고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사람말입니다.
나쁜 이야기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상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고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고발과 비판적 입장에서 동시에 바라봐야 제우스를 통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권력자라고 해서 이렇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잘못된 비리나 불편한 사실은 고발하면서도 이상적인 모델을 그려주는 게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이상을 꿈꿀 수 있는 지혜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얻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5. 이오,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암소로 변해 헤라의 저주로 광기로 미쳐 날뛰고, 쇠파리에 물어뜯기며 세계를 돌아다니게 되다
옷깃만 스쳐도 사랑에 빠지는 제우스는 다음으로 과연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될까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자 헤라를 모시는 신전의 여사제였던 '이오'입니다.
이오는 자신이 모시는 헤라의 남편인 제우스가 다가오자 도망을 갑니다.
무서운 헤라의 눈을 피해 '먹구름'으로 변신한 제우스가 이오를 쫓아와 이오 앞에 나타나자 이오 앞에 어둠이 깔리고 어두운 틈을 타서 이오를 덮칩니다.
한편 하늘에서 감시하던 헤라의 눈에 넓은 들판에 구름 하나만 생뚱맞게 떠 있는 것을 보고는 제우스인 것을 눈치채고 헤라가 바로 지상으로 내려와서 구름을 확 걷었는데 그 안에서 하얀 '암소'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제우스가 그 사이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던 것입니다.
헤라는 시치미를 떼는 제우스에게 저 암소를 달라고 요구하고 제우스는 헤라에게 암소를 줘버리고는 혼자 하늘로 도망을 가버립니다.
제우스는 떠났지만 여전히 하얀 암소를 수상하게 여긴 헤라는 자기 대신 소를 지킬 부하를 소환합니다.
헤라의 충신인 눈이 100개 달린 거인 '아르고스'에게 제우스가 바람피운 여자 같다며 잘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아르고스는 잘 때조차 눈을 2개만 감고 나머지 98개의 눈은 떠서 암소를 감시할 수 있었고 사각지대 없이 철통감시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거인 아르고스는 암소로 변신한 이오를 낮에는 방목을 하고 밤에는 사슬에 묶어서 감시합니다.
'그는 동굴 가장 깊숙한 데 숨어 눈물로 강을 불렸고, 딸 이오를 잃은 데 무척 상심하며 통곡했다'
<오디비우스 作 '변신이야기'>
이오의 아버지 강의 신 이나코스는 사라진 딸 이오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암소로 변한 이오도 낮에 방목을 할 때면 강의 신인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강 근처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기다렸습니다.
'너의 눈망울이 내 딸과 닮았구나'
마침내 이오는 소의 모습을 한 채 가족과 재회하게 되었지만 가족들은 암소로 변신한 딸을 알아보지 못한 채 여물만 준채 그 옆을 지나가게 됩니다.
이오는 다급히 발굽으로 땅바닥에 '이오'라는 이름을 써서 가족들에게 자신임을 알립니다.
이오의 아버지가 이를 통해 딸을 알아보고 울부짖지만 감시하던 아르고스가 와서 이오를 끌고 가 결국 가족과 또 헤어지게 됩니다.
이오는 먹구름이 된 제우스 속에서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이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제우스가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러서 명령합니다.
'양치기로 변신을 해서 피리 연주로 거인을 재워서 죽이고 이오 좀 탈출시키거라'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대로 아르고스를 피리 연주로 재우려고 했지만 백개의 눈을 한꺼번에 감기게 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피리를 놓고 뛰어난 언변술로 일부로 지루한 이야기를 하며 아르고스를 재우려고 시도합니다.
헤르메스의 지루한 이야기에 아르고스의 백개의 눈이 모두 감기게 되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헤르메스는 반달모양의 칼을 꺼내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 죽이는 데 성공합니다.
아르고스의 감시에서 벗어나게 된 이오는 아버지가 있던 강으로 달려갑니다.
이때 하늘에서 헤라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목이 잘린 충신 아르고스를 발견합니다.
헤라는 애도하며 아르고스를 영원히 추모하고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새의 날개에 아르고스의 상징인 백개의 눈을 모두 뽑아서 달아줍니다.
이 새가 바로 헤라의 상징인 '공작'입니다.
'헤라는 즉시 불타올라 분노의 시간을 미루지 않고... 이오의 눈과 마음에 무서운 복수의 여신을 보냈으며, 가슴에는 광기의 몰이 막대기를 심어 온 세상을 도망치게끔 내몰았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이야기'>
헤라는 이오에게 미치광이 광기와 쇠파리를 보냅니다.
쇠파리가 암소가 된 이오의 등을 물어뜯어 피를 빨아먹자, 이오는 너무 고통스러워 몸부림을 치며 강에 뛰어듭니다.
그렇게 쇠파리에 등을 물어뜯기면서, 광기로 날뛰며 세계를 누비게 됩니다.
그리스에서 출발해서 로마와 북극을 거쳐 다시 내려와 아프리카 나일강 근처까지 돌아다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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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스 사람들, 그리스 여인 '이오'가 암소로 변해 이집트로 가서 이집트 여신 '이시스'가 되어 이집트 문명이 발전했다고 믿다
제우스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제우스를 통해 '당시 권력자들의 행태를 고발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헤라는 가정의 여신이자 결혼의 여신입니다.
헤라를 통해서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라는 것을, 헤라라는 여신을 통해 상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헤라가 화를 내는 이유는 남편 제우스가 결혼이라는 신성한 맹세를 어겼기 때문이고 이때에는 '공적인 응징'으로 되갚아줍니다.
헤라의 분노는 그런 의미에서 '공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결혼을 했으면 상대에게 충실하라! 그렇지 않으면 헤라가 노하리라'
그리스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이, 그 당시에 결혼을 얼마나 소중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 아이들은 바람을 피우면 헤라가 얼마나 끝까지 무시무시하게 응징하는지를 이야기를 통해 듣고 자랐기 때문에 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윤리적 메시지는 오래도록 '각인'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렇듯, 그리스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보고 싶은가'라는 욕망이 담겨 있습니다.
제우스가 이오라는 여인을 선택한 데에는, 이오가 자신과 관계를 맺으면 이 세상에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오를 만나 기 전 제우스의 모든 애정행각은 모두 신과 신사이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주 전체를 지배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만들기 위한 협력체를 얻기 위해서 여신들을 찾아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았던 것이라면 이제는 인간 세상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우스가 위대한 인간의 문명의 탄생을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이오'였습니다.
이오가 떠돌면서 이탈리아, 그리스 등 세계를 떠돌면서 결국 이집트에 도착하게 되었고, 이집트 신화에서 '이시스' 여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시스 여신이 암소모양의 뿔을 가지고 있고 이집트 문명에서 중요한 신으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그리스 중심적으로 역사를 왜곡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따져보면, 이집트 문명이 북상해서 그리스 문명에 상당히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그리스의 이오라는 여인이 암소로 변한 후에 이집트에 가서 그로부터 이집트 문명이 시작된 거야'
라고 그리스인들은 주장하며 지극히 그리스적인 해석을 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세상이 모두 그리스에서 시작되고 그리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었으며, 그 모든 것의 뜻을 이룬 자가 바로 '제우스'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건 '제우스가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리스와 그 주변 문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중요한 인물을 낳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인간 세계에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과 사랑을 나눈 것입니다.
7. 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태우고 돌아다닌 지역이 현재의 유럽으로 보는, '에우로페 신화'가 쓰이다
이오의 증손자 '아게노르'가 왕권을 잡기 위한 권력 투쟁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이집트로 떠나 페니키아를 건국하고 페니키아의 왕이 되는데, 아게노르의 딸이 바로 '에우로페(Europe)'입니다.
이오 입장에서는 고손녀인 에우로페에게 제우스가 한눈에 반하게 됩니다.
제우스는 인간에게는 신의 모습 그대로 나타날 경우, 인간이 제우스의 광채와 힘 때문에 녹아서 죽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에게 접근할 때는 항상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서 다가갔고' 에우로페에게는 '황소'로 변신해서 다가갑니다.
에우로페는 덩치 큰 황소의 모습으로 접근한 제우스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굉장히 호기심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다가갑니다.
에우로페가 황소를 쓰다듬자 황소 또한 저항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들이댑니다.
그러더니 황소가 마치 등에 올라타 보라는 듯이 갑자기 자세를 낮추었고, 에우로페가 황소 등에 올라탑니다.
에우로페가 황소의 등에 올라타자 황소가 일어나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에우로페를 등에 태운 황소는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마침내 도착한 곳은 그리스 남부의 '크레타섬'이었습니다.
이때 제우스가 황소로 변해서 에우로페를 태우고 돌아다닌 지역이 지금의 '유럽이다'라고 전해집니다.
유럽은 연합(EU)을 이루고 있는데 연합을 시도할 당시 유럽 각국이 자문을 합니다.
'유럽이 왜 하나의 연합이 되어야 하는가?'
유럽 각국의 자문에 대해서, 연합의 근거 중 하나가 된 것이 바로 '에우로페 신화'입니다.
크레타섬에 도착한 에우로페와 제우스는 3명의 자식을 낳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미노스' 왕입니다.
미노스가 똑똑하게 세상을 잘 다스리고 왕국을 건설하고 문명을 만들었으니, 그 문명의 이름을 '미노아 문명'이라고 합니다.
미노아 문명이 유럽 문명의 원초적인 시발점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그리스인들은 제우스는 헤라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서양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 에우로페라는 여인과 사랑을 나눈 것이고 새로운 문명을 탄생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헤라는 그런 와중에도 결혼의 신성함을 지켜야 했고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막장 이야기는 고대 세계에 있었던 권력지향의 남성적 가치와 사랑과 결혼을 지향하는 여성적 가치의 충돌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8. 인간의 교만과 오만에 대한 무서움을 이야기해 주는 '니오베 바위 이야기'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정숙하고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도 가지고 있지만, 사냥의 여신답게 단호함과 냉정함도 공존하는 여신입니다.
아르테미스의 반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바로 '니오베 바위 이야기'입니다.
한 왕국의 왕비였던 니오베에게는 아들이 7명, 딸이 7명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니오베는 사람들이 아르테미스 어머니인 레토 여신을 찬양하고 경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레토는 제우스가 여섯 번째로 사랑한 여신인대, 니오베가 레토에게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니오베는 '레토 여신이 뭐가 잘났다고 저렇게 사람들이 경배하고 찬양하냐며!' 여신을 모욕합니다.
레토는 자식이라고는 달랑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둘 밖에 없고 니오베 자신은 슬하에 14명의 자식을 가지고 있다며 기세 등등 했습니다.
그러면서 레토에게 경배하는 사람들한테 말합니다.
'나는 레토보다 7배 더 경배받아야 해!'
니오베는 이런 식으로 오만을 부립니다.
니오베의 모욕을 전해 들은 레토는 자존심이 상했고, 자신이 이런 식으로 모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아들과 딸인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어머니 레토의 말을 들은 아르테미스가 분노를 참지 않고 어머니를 모욕한자가 누구인지 물은 후 당사자인 니오베에게 아폴론과 함께 찾아가서 화살을 쏴서 니오베 자녀 14명을 모두 죽여버립니다.
니오베는 자식들이 하나씩 죽어 나갈 때마다 가슴을 아파하면서 자기의 오만을 후회하며 울부짖었습니다.
'레토 여신이여, 아르테미스 여신이여, 저를 용서해 주소서'
니오베의 간절한 읍소에도 아르테미스는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자식 14명을 모두 죽여버리고, 니오베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울다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돌로 변해서도 그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던 니오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서 바위 아래 '샘'을 이룰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니오베 바위는 현재 '튀르키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교만과 오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그래서 항상 겸손해야 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스 로마인들이 세상 곳곳, 보이는 모든 것에 사연을 심어줌으로써 세상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는 그런 태도를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설민설, 신들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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