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생활 2(그리스 로마 신화, 프로메테우스)
1. 제우스, '프로메테우스'를 견제하다
제우스 연합은 아버지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들인 티탄신족을 상태로 10년간의 티타노마키아 전쟁에서 비로소 승리하고 '신들의 산'이라고 불리는 '올림포스산'에서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정부를 출범합니다.
제우스는 그의 형제와 자식으로 구성된 '12 신' 체제를 구축합니다.
이중 제우스는 티타노마키아 전쟁 승리의 1등 공신인 '프로메테우스'를 견제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프로메테우스가 티탄족으로 사촌지간이라 직계 혈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는 프로메테우스의 능력이 너무 출중하여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우스는 티타노마키아 전쟁에서 승리한 공적을 인정해서 프로메테우스에게 책사,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줬지만 실권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에 내심 서운했던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불만을 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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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메테우스,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제우스에게 지상에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라는 임무를 받고 받다
이런 상황에서 제우스가 땅을 내려다봤는데 지상이 티탄족과의 전쟁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합니다.
제우스는 이러한 상황을 재건하는 것은 어렵고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체들이 자연 순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황폐화된 땅이 옥토로 변하지 않겠나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누군가 내려가서 생명체를 만들어야 했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권합니다.
'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인간들과 짐승들을 만들었다'
<아이소포스 作, '우화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를 함께 보냅니다.
에피메테우스는 형과 달리 행동을 먼저 한 후, 나중에 후회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똑똑하고 지적이고 미래를 볼 줄 알았고, 에피메테우스는 눈치도 없이 끝나고 후회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pro'는 '~앞에'라는 뜻으로 훗날, 작품 앞에 나오는 '프롤로그'에 쓰였고,
에피메테우스(Epimetheus)의 'Epi'는 '~나중에'라는 뜻으로 훗날, 작품 끝에 나오는 '에필로그'에 쓰입니다.
에피메테우스가 먼저 생명체를 만들기 시작하고, 프로메테우스는 이것을 감독하기로 합니다.
생명체를 만들러 간 둘에게 나머지 신들이 보따리 속에 '신들의 축복'을 가득 담아 보냅니다.
보따리 안에는 발톱, 이빨, 가죽, 날개, 아가미등과 같이 생명체들에게 부여할 각종 능력들과 재료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에피메테우스 신들의 보따리에서 꺼낸 능력과 재료로 생명체들을 하나하나씩 만들어나가기 시작합니다.
3.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에게 지상에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라는 임무를 받고 인간을 만들다
그 와중에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형상으로 신에 근접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는 흙으로 인간의 형상을 빚고는 인간의 코에 생기를 '후' 하고 불어넣자 최초의 인간이 탄생합니다.
태초에 인간은 모두 '남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주고 싶었습니다.
날개, 사자의 이빨, 호랑이의 발톱, 물고기의 아가미도 달아주는 등 신의 축복을 인간에게 몰아주기로 계획을 합니다.
그리고는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가서 신들의 축복이 담긴 보따리를 열어보라고 하는데, 에피메테우스는 다른 생명체들을 만들기 위해 이미 신들의 축복이 담긴 재료를 모두 다 써버리고 맙니다.
결국 인간은 어떠한 것 '신의 축복'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는 지구상의 생명체 중에 유일하게 자기 피부로 사계절을 나지 못하는 생명체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인간은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지혜와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 거대한 문명을 이룰 수 있게 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계획에 없던 벌거숭이 최약체 생명체인 인간을 만들고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당시 신들만 사용할 수 있었던 불을 사용하게끔 돕고 지혜와 기술을 선물합니다.
4. 프로메테우스, 사랑하는 인간을 위해 제우스를 속이다 도리어 인간의 불을 뺏기다
어느 날, 제우스가 밤에 지상에 내려가 순찰을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무엇인가를 발견합니다.
인간들이 신들만 써왔던 불을 써서 잘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하늘에 제물을 바치라고 요구합니다.
인간들이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가 상의를 하니, 인간을 아끼던 프로메테우스가 한 가지 꾀를 냅니다.
하나의 접시에는 소를 발골해서 인간들이 좋아하는 살코기와 내장을 모아놓고 그 위에 맛이 없어 보이는 까칠한 소의 가죽을 덮어놓게 합니다.
그리고 다른 접시에는 발골했던 소의 뼈를 놓고 그 위에 탐스러운 지방과 비계로 맛있어 보이게 덮어 놓게 합니다.
그리고는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제우스한테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해서 제우스가 고른 접시는 제우스에게 제물로 바치고 다른 접시는 인간이 가지겠다고 하라며 조언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계략을 꾸몄고 인간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숨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뒤에서 이 내용을 엿듣고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제우스'였습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계략을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짐짓 모른 체합니다.
인간들이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치는 날이 왔고, 제우스는 알면서도 일부러 발골한 뼈에 탐스런 지방을 덮은 쪽을 선택합니다.
예상대로 지방을 걷어보니 뼈들만 잔뜩 나왔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꼬투리를 잡아야 하니 더 오버해서 화를 내면서 인간들이 사용하던 불을 빼앗아 가버립니다.
이것은 흡사 오늘날로 따지면 전기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된 것입니다.
5.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의 불을 훔쳐 코카서스 산맥 절벽에 결백해 매달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다
불을 뺏긴 인간들은 다시 프로메테우스를 찾아갔고,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분노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위해서 불을 되찾아오기로 결심하고는 올림포스로 향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이 잘 붙는 회향나무를 챙겨가서는 제우스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그것에 불을 붙여 땅으로 내려와서는 그 불을 인간에게 아예 줘 버립니다.
' 프로메테우스는 물과 흙으로 인간들을 만든 후, 제우스 몰래 거대한 회향 나무에 불을 숨겨 그들에게 주었다'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에게 제우스는 이번에는 진짜 화가 납니다.
반역행위에 화가 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내리게 됩니다.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산맥에 결박을 해서 협곡의 꼭대기에 매달아 놓았고는 제우스를 상징하는 독수리를 보내 '간'을 쪼아 먹게 합니다.
재생력이 있는 장기인 '간'은 쪼아 먹혀도 다시 재생돼서 또 쪼아 먹힐 수 있었기 때문으로 간의 재생력을 이용한 제우스의 잔혹한 형벌이었던 것입니다.
살을 찢는 고통이 계속되는 와중에 다른 신들이 찾아와 제우스에게 잘못을 빌고 형벌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잘못했다면 잘못해다 하겠소. 하지만 인간들에게 부당한 권력이 부당한 요구를 했을 때, 내가 맞선 것뿐이오. 그리고 내가 불을 훔쳤다고 말하는데 인간들이 불이 없으면 겨울에 얼어 죽고 절망에 눈물 흘리게 될 텐데 그 모습을 차마 가만 두고 볼 수 없어서 인간을 만든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한 것뿐이오.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인간을 위해서 똑같이 행동을 할 것이오. 나를 지옥 구덩이에 처박아도 난 절대 죽지 않고 절대로 무릎 꿇지 않을 것이오'
6. 제우스, 무릎 꿇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 위해 인간을 절멸시킬 계획을 세우고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만들다
제우스는 이런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더 분노하여, 프로메테우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기로 합니다.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가 뺏어주마'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가장 소중한 인간을 절멸시켜 응징할 계획을 세웁니다.
사실 제우스의 번개 한 방으로 인간 절멸이 가능하지만, 제우스에게도 티타노마키아 전쟁 1등 공신인 프로메테우스를 칠 명분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즉 제우스는 자신의 손을 직접적으로 더럽히지 않고, 인간들끼리 싸워서 자멸하도록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제우스는 인간을 절멸시킬 또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여자'입니다.
제우스의 지시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흙으로 최초로 인간 여자를 만듭니다.
인간 여자를 처음 본 신들은 이를 신기해했고 인간 여자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선물해 줍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아름다움, 아폴론은 연주실력을, 헤르메스는 거짓말과 알랑대는 말솜씨를 선물해 줬고 그렇게 인간 최초의 모든 신들의 선물을 받은 완벽한 여성이 완성되게 됩니다.
모든 신들의 축복을 받으며 탄생한 최초의 여성 인간의 이름은 바로 '모든(pan) 선물(dora)'을 뜻하는 '판도라'입니다.
7. 에피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제우스가 보낸 선물 판도라를 거부하지 못하고 결혼하다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불러 에피메테우스에게 판도라를 선물하라고 지시합니다.
마침 이런 일이 있기 전에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을 찾아온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미래를 내다 보고는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에피메테우스, 제우스가 너에게 선물을 보낼 거야. 하지만 이것을 절대 받으면 안 돼'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절대 받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고 찾아온 헤르메스에게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합니다.
헤르메스가 거부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한 번 은 보고 결정하라고 설득하고, 프로메테우스는 아름다운 판도라를 보고는 형의 예언도 잊은 채 사랑에 빠져 버리고 결혼을 해버립니다.
8. 판도라, 제우스가 절대 열지 말라고 준 '항아리'를 열어버리다
그리고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결혼 선물로 '항아리'를 하나 주면서 말합니다.
'판도라야, 절대 이 항아리를 열어보면 안 된다'
판도라는 이유도 모른 채 열어보지 말라는 항아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서 어느 날, 결국 항아리를 열어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질병, 분노, 전쟁, 파멸 등 인간을 타락하게 할 온갖 것들이 항아리 안에서 튀어나오고 맙니다.
놀란 판도라는 항아리 뚜껑을 급히 닫았습니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마지막 단 하나, '희망'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희망 고문'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괴테'는 '희망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희망은 인간의 적, '악'인 것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제우스는 이제 계획대로 혼수로 보낸 항아리를 판도라가 알아보았고, 인간에게 온갖 해가 되는 것들이 세상에 가득해졌으니 이제 인간들끼리 서로 싸우다 자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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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우스, 예상보다 더 사악해진 인간들 모습에 분노하다
인간들이 '악'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서 제우스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사악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인간들에 만행들이 제우스에게 보고 되었습니다.
'인간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이웃집을 약탈하다 보니, 농경의 여신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결혼은 하지 않고 옆집 여자를 범하다 보니 순결의 여신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간들끼리 싸우다 인간들만 죽어야 하는데 이들이 불을 지르다 보니 숲의 님프들이 힘들어합니다'
제우스가 예상하지도 못한 일들이 보고되자, 제우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는 지상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보러 갑니다.
'소문은 젊잖은 편이었다. 내 눈 뜨고 볼 수 없었고, 입이 있어도 담을 수 없는 온갖 추악함을 보았다'
제우스가 이렇게 말했을 만큼 생각했던 것보다 인간세상을 훨씬 더 추악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제우스는 아르카디아(Arcadia) 왕국에 도달합니다.
아르카디아는 그리스 로마 시대, 르네상스 시대 문학에서 유토피아 또는 지상낙원으로 여겨진 곳입니다.
제우스는 이번에는 신의 모습을 하고 아르카디아에게 갑니다.
제우스의 모습을 본 아르카디아 사람들은 무릎 꿇고 경배를 하고는 이내 제우스에게 소원을 말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재산이 많은데, 왜 이렇게 오래 살까요? 빨리 유산받고 싶은데요'
제우스는 타락할 대로 타락한 인간들의 소원을 듣자 분노합니다.
이때, 아르카디아 왕 '릐카온'이 등장합니다.
릐카온은 제우스의 존재를 의심하고 경비병을 보내 제우스를 잡으라고 명했는데, 분노한 제우스는 번개를 내리쳐 경비병들을 쓰러뜨립니다.
놀란 릐카온은 제우스 앞에 조아리며, 조공을 바치기로 합니다.
'리카온은 잘 드는 칼을 골라 백성 중 하나를 끌어내더니 목을 자르고 그의 몸이 채 식기도 전에 팔과 다리는 잘라 삶고 일부는 구워 잔치상을 마련했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일부 발췌>
'제우스를 환대한답시고 주민들 가운데 한 사내아이를 죽여 내장을 꺼내고 제물과 섞더라'
<아폴로도로스 作 '비블리오테케' 일부 발췌>
릐카온은 한 사내아이를 골라 그 인육을 반은 굽고 반은 삶아서 제우스에게 바친 것입니다.
분노에 떨고 있는 제우스에게 리카온의 첫째 아들이 오더니 조공으로 바친 소년을 먹으라고 제우스를 재촉하자 제우스는 번개를 내리쳐 아르카디아를 불태워버립니다.
이때, 릐카온이 본색을 드러내며 반항하자 제우스는 릐카온에게 저주를 겁니다.
릐카온이 입고 있던 옷이 하나하나 일어서더니 털로 박혀 버려 순식간에 털북숭이가 됩니다.
그런 와중에도 릐카온의 욕이 멈추지 않자 제우스는 그의 입을 잡아서 쭈욱 잡아당겨 버립니다.
릐카온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늑대인간'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10. 제우스,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절멸시키려고 하다
제우스는 이런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에 이성을 잃고 폭주하려 했지만 힘겹게 억누릅니다.
'인간 세상의 일은 올림포스 12 신들과 함께 의논하기로 했지'
제우스는 올림포스로 올라가서 12 신들과 의논해 내린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인간들을 절멸시킵시다. 하지만 불로 태울 경우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와 신들도 고통을 겪으니 불이 아닌 물로 사람들을 절멸시키도록 합시다'
이렇게 올림포스 12 신들이 물로 인간을 절멸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인간세상에서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며느리 '퓌라'가 형벌을 받고 있는 프로메테우스를 찾아옵니다.
퓌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딸'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데우칼리온과 퓌라에게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올 필요가 없다고 하며 이렇게 조언합니다.
'배를 만들어라. 대홍수가 일어날 거야.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을 들은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코카서스 산맥에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묵묵히 배를 만들고 때를 기다립니다.
마침내 제우스가 신들을 동원해서 대홍수를 일으켰고 온 세상이 물에 잠기게 되는데 배를 만들고 기다렸던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배를 타고, 오직 두 사람만이 대홍수에서 살아남습니다.
이렇게 살아난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산 중턱에 있는 테미스 여신의 신전을 발견합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신전에 올라 제사를 드리려 하는데 모두 물에 잠겨 바칠 것이 없었습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결국 물 한 그릇을 길어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신들이시여. 신실한 자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면, 부디 알려 주소서. 어찌하면 이 땅의 재난을 수습할 수 있겠는지요. 자비로운 불들이시여. 저희를 도우소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데우칼리온과 퓌라의 귓가에 신탁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너의 어머니의 뼈를 등 뒤로 던지라'
데우칼리온과 퓌라는 태초의 어머니 '대지의 여신 가이아'를 떠올리고는 신전 밖으로 뛰쳐나가서 '땅'에서 가이아의 '뼈'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돌'을 집어 들고 등 뒤로 던지기 시작합니다.
데우칼리온과 퓌라가 등 뒤로 던진 돌이 모이면서 데우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되고 퓌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돼서 또 하나의 인류가 탄생하니, 흙으로 만들어진 두 부부가 아닌 그들이 만든 돌로 만들어진 인간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돌로 만들어져서 돌처럼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고, 우리의 판도라는 아직도 항아리 안에 희망 하나를 가지고 있으니, 그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 이것이 오늘 그리스 로마 신화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용기이자, 메시지인 것입니다.
11.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라는 작품 속에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싸움은 기득권세력과 민주주의 세력의 대립을 상징하는 것이다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권력을 가진 자와 권력에서 제외된 자'라고 일반화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가장 유명한 버전을 찾는다면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에 첫 번째 사람으로 꼽히는 '아이스킬로스'라는 사람의 작품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쓰일 당시에 정치적 상황과 비추여 보면 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 세력'과 '기득권을 가졌던 귀족 또는 왕족'의 묘한 갈등이 있었던 시기이고 이들이 각각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로 상징되어 작품에 서사되고 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평소 보수적이던 태도라면 기득권 세력의 상징인 제우스의 편에 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스킬로스는 힘없는 인간을 옹호하는 프로메테우스 편에 서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와 싸울 때, 프로메테우스의 근본적인 힘의 원천은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아이스킬로스는 이것을 '민중에 대한 사랑'으로 해석하고, 프로메테우스는 '민중들을 위해 싸우는 민주 투사'로 그리고 있습니다.
모든 문학작품은 현실에 대한 믿음의 실사, 즉 현실을 재현하고 모방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인 아이스킬로스가 수많은 아테네 시민들을 관객으로 놓고 저 작품을 올렸을 때는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당시의 정치적 갈등이나 상황이 '저 작품에 녹아 있을 것이다'라고 본다면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권력을 가진 자와 권력에서 제외된 자와의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이것을 당시 현실에 반영해서 제우스를 기득권 세력이라면 프로메테우스는 새롭게 권력을 형성해 가고 번성해 가는 민주정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2. 인간을 창조한 프로메테우스, 자식과 같은 인간을 위해서 고통을 감수하고 인간을 구했다고 생각하게 되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이렇듯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시대적 배경까지 공부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신화 속에서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기원전 4~3세기까지만 해도 '인간을 만든 창조주가 프로메테우스이다'라는 해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그의 저서 <프로타고라스>에서는 올림포스 산 12 신들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1세기에서 서기 1~2세기 사이에 '인간을 만든 것이 프로메테우스이다'라는 말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해석대로 인간을 제우스나 올림포스 신들이 만들었다면, 프로메테우스가 저렇게 까지 고통을 견디며 인간들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싸우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가 만든 자식 같은 인간들을 위해 그런 고통도 감수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https://donbuller.tistory.com/entry/프로메테우스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 이야기>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흙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인간인데 이는 인간을 천상에서 내려온 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본 것입니다.
13. 제우스의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분노는 결국, 인간에 대한 분노로 연결되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 중 누구 때문에 프로메테우스에게 이러한 고통스러운 벌을 내린 것일까요?
답은 둘 다 일 것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제거하고 제압하고 싶은 1호 대상이었지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직접적으로 제압하기는 어려우니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을 괴롭혀서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훔치게 하고, 제물을 속을 속이게 하여 제우스의 분노를 유발하게 유도합니다.
제우스는 사랑하는 인간을 위해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일을 하도록 유도해서 프로메테우스를 벌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에게 코카서스 산맥의 절벽에 매달리는 형벌을 내리는 것을 통해, 결국 인간들을 벌한다는 이야기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우스의 분노는 인간들의 잘못 때문이기도 하고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제우스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느 날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자꾸 불어나는 인간들 때문에 너무 무거워하며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이 무거워진 인간들이 심지어 사악하게 행동하니, 가이아는 인간을 만든 제우스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이 인간들을 좀 쓸어줘'
가이아의 부탁을 들은 제우스는 자신이 만든 인간이 자신의 할머니를 괴롭게 한 것이니 화가 났던 것도 있고, 할머니 가이아의 고충을 외면할 수 없었기도 해서 자신이 만든 인간을 절멸시킬 계획을 세웠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제우스는 처음에는 번개를 내리쳐 불로 인간들을 태우려고 했으나, 산이나 샘과 같은 곳에 님프들도 살았는데 열기에 애꿎은 님프들까지 고통을 당할 수 있었고, 인간을 태울 때 열기가 하늘로 올라와서 신들에게도 위협적이기도 해 불이 아닌 물로 인간들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트로이아 전쟁이나 테베 전쟁 등 큰 전쟁을 일으켜서 인간들끼리 서로 싸워서 죽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인간을 제우스든 프로메테우스든 누가 창조했던지 간에, 현재도 인간은 탐욕과 타락, 사악함으로 스스로 절멸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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