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연탄길 1]을 읽고(책 리뷰, 독후감)/이철환 작가
[연탄길 1]은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입니다. 작가는 학원강사로 일하며 듣고 체험한 일들을 엮은 것이라고 글 서두에 밝힙니다. 최대한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라는 것인데,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수시로 들곤 했습니다. 그만큼 세상사는 매일 어딘가에서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적을 알아차리냐의 여부는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겠지요. 연탄길은 요즘 유행하는 병렬독서(여러 권의 책을 시의 적절하게 번갈아서 읽는 방법)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식사를 준비하며 식탁 구석에 놓고 틈틈이 읽곤 했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신성하기도 하지만 이것만큼 세속적인 일이 없기에, 가끔은 '먹고사는 일이 왜 이렇게 고단하지? 먹고사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지? 나는 누구이지? 나는 왜 사는 것이지?'라는 끊임없는 질문들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말끔히 날려버려 주는 마법과도 같은 책입니다. 세상에 없을 것만 같은 기적적인 일들을 겪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는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가슴울림은 더 명징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잃을 것 없어 보이는 어려움과 고통, 궁핍함, 상실에 허우적 대는 사람들을 연민하고 있자면, 그 연민이 그들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사람은 저 마다 슬프고 아픈 사연을 간직 한 채 살아가니까요. 그 서러운 마음을 때로는 눈으로 때로는 인형으로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나무로 때로는 발을 절뚝이는 강아지로 위로합니다.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줍니다. 책 속의 한 구절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 빛은 더 잘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이철환 작가는 이야기의 말미에 스토리에 걸맞은 멋진 어구들을 수시로 던져 마음의 파문을 잠재우지 않는 마법을 부립니다. 풀리는 일이라고는 당최 없는, 이 세상에 오로지 나만이 불행의 늪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될 때마다 그 구절들을 읽고, 쓰고, 다짐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적어도 나만 힘든 것은 아님을, 내 고통이 어떤 이들의 그것보다 훨씬 사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통과 어려움이 지독히 클수록 그로 인해 열린 열매가 더 달게 느껴지듯, 더 높고 가파른 산을 올라 그 정상에서 맛보는 시원한 오이 한 조각과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 한 줄기로 극락을 느끼듯,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피눈물을 흘린후에도 말없이 내 어깨에 내려앉는 햇살의 포근함을 느끼듯, 우리는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다음은 이 책에서 마음을 울린 구절들입니다. 힘들 때마다 꺼내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절대 혼자가 아님을. 세상 만물이 당신이 살아 있음으로 존재하는 것임을. 당신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고귀한 것임을. 존재의 목적인 자신을 함부로 내던지지 않기를.
세상이 아무리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 간다 해도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작은 것인가.
사랑은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더 오래 남는다.
사랑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시간이...
마음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으로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사람은 떠나가도 사랑의 기억은 그 자리에 남아 끝끝내 그 사랑을 지켜준다.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힘들 수도 있고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찾기가 쉽다.
어둔 밤바다와 같은 인생에서 표류할 때마다 두고두고 바라볼 먼 불빛. 아버지, 아버지...
시간은 모든 것을 데려가 버린다.
엄마의 사랑은 강물 같은 거야. 흐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여전히 흘러가는 강물...
인생의 겨울 길을 걸을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 먼저 치워 놓은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힘겨워도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슬픔도 아름다운 노래가 되거든...
자신을 버릴 때 사랑은 비로소 자신에게 온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하지도 않다.
사랑은 소리 없이 와닿을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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