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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활 2-7(그리스 로마 신화/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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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생활 2-7(그리스 로마 신화/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사랑 이야기)

1. 아르테미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레토의 출산을 돕는 산파역할을 하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따로 태어납니다.

아르테미스의 어머니는 모성의 여신인 '레토'입니다.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가졌을 때, 본처인 헤라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세상의 어떤 곳도 레토가 아이를 낳을 자리를 내어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쌍둥이를 임신한 레토는 헤라의 저주를 피해서 여기저기 도망치듯 몸을 숨기며, 레토의 동생 아스테리아가 제우스와 포세이돈을 피해 바다에 빠져 변한 델로스 섬에서 겨우 출산을 하게 됩니다.

델로스 섬의 님프들이 산파 역할을 했고, 그렇게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가 '아르테미스'입니다.

태어난 순간 아르테미스가 제일 먼저 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주변은 온통 피범벅에 절규하는 어머니 레토와 사색이 된 님프들의 모습이었고 어머니 레토의 진통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레토의 배 속에서 자신의 남동생을 꺼내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르테미스는 태어나자마자 산파 역할을 하며 '출산'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레토는 델로스에 와서 먼저 아르테미스를 낳았고, 아르테미스가 분만을 도와 그다음으로 아폴론을 낳았다'

<아폴로도로스 作 '신화집'>

아르테미스가 도와 출산한 그녀의 남동생은 훗날 태양의 신이 되는 '아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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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르테미스, 생존을 위해 사냥을 시작하다

출산 직후 고통스러워하던 엄마 레토에게 님프들이 말합니다.

'빨리 이 섬을 빠져나가야 해!'

님프들은 헤라가 보낸 괴물 뱀 '피톤'을 피해야 한다고 재촉했고, 막 출산한 레토와 아르테미스, 아폴론 쌍둥이남매는 숲 속에 숨어듭니다.

레토는 산후 후유증 때문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고, 아르테미스는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지켜내야만 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숲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야만 했고 난생처음으로 야생동물을 만나게 됩니다.

아르테미스는 야생동물과 소통하는 일종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능력을 가졌고, 사냥을 시작합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취미로서의 사냥이 아닌, 먹고살아야만 했기 때문에 했던 생존 사냥이었습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함으로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날쌔지고 민첩해져야만 했기 때문에 사냥에 편한 복장을 합니다.

어깨에는 활통을 꼽고 손에는 활을 들고 사냥에 매진하던 차에, 아폴론이 말합니다.

'누나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 다녀야 해?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내가 활로 괴물 뱀 피톤을 쏴서 죽여버릴 거야. 누나가 나 없는 동안 어머니 좀 잘 책임져줘'

그렇게 동생 아폴론은 떠났고, 피톤을 만난 아폴론은 천여발이 넘는 화살을  난사하여 결국 피톤을 죽이는 데 성공합니다.

3. 아르테미스, 순결의 여신이 되다

제우스는 그 장면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남매가 어머니도 잘 모시고 피톤을 물리치는 등 남매의 용기에 감탄하며 쌍둥이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일 명분을 얻게 됩니다.

남매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인 제우스는 아폴론을 '태양의 신'으로 삼습니다.

그리고 제우스는  아르테미스에게 무슨 신이 되고 싶은지 물었지만 그녀가 주저하며 망설이자, 제우스는 아르테미스를 달의 신으로 삼았고 이에 더해 출산의 여신, 숲의 여신, 동물의 여신, 사냥의 여신의 자리를 줍니다.

이때 아르테미스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순결의 여신'을 자처했고, 그녀가 순결을 관장하고 싶었던 이유를 말합니다.

'그리스 여러 지역을 다녀봤는데,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결혼과 출산과 육아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중도에 그만둬야 하는 일이 발생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그것을 원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다른 선택을 원하는 여성들도 있을 것이니  그 여성들에게도 수호신이 필요할 텐데 그 역할을 제가 하면 어떨까요?'

' 아르테미스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영원히 간직할 처녀성을 줘요... 내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에만 도시의 인간들과 어울릴 거예요'

<칼리마코스 作 ' 아르테미스 찬가'>

자신이 관장했던 분야 중에 아르테미스가 집착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바로 '순결'입니다.

그래서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추종하는 '순결 동맹'이라는 추종자들까지 있었고, 그녀들은 남자를 만나지 않고 낮에는 아르테미스와 함께 사냥을 하러 다니곤 했습니다.

4. 아르테미스, 우연히 자신의 목욕하는 모습을 본 사냥꾼을 수사슴으로 만들어 그가 기르던 사냥개에게 물려 죽게 만들다

어느 날 사냥꾼 악타이온이 사냥개 50마리를 데리고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걷던 중 아름다운 동굴을 발견합니다.

동굴 안에서 여자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리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사냥꾼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르테미스와 추종자들이 낮에 사냥을 하고 난 후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해 동굴 안 샘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있었고 이때 남자 사냥꾼이 난입했던 것입니다.

모두가 깜짝 놀란 상황에서 아르테미스는 급한 김에 화살 대신 물을 한 움큼 움켜쥐고 주문을 외웁니다.

'이제 너는 내가 옷을 벗은 걸 보았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정녕 얘기할 수 있겠다면 그래도 좋다'

<오비디우스 作 '변신 이야기'>

아르테미스는 사냥꾼을 향해 자신이 옷을 벗고 목욕하는 것을 보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테면 말해보라며 움켜쥔 물을 뿌렸고, 물벼락을 맞은 사냥꾼은 그 자리에서 '수사슴'으로 변하게 되어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됩니다.

사냥꾼은 그야말로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것뿐인데 봉변을 당한 것입니다.

수사슴으로 변한 사냥꾼은 자신이 기르던 충직한 사냥개들이 보이자 자신을 도와달라고 손짓을 했는데 사냥개의 눈빛이 이상한 것을 감지합니다.

첫 번째 사냥개가 달려들더니 수사슴으로 변한 사냥개의 등에 이빨을 박았고, 두 번째 사냥개는 엉덩이에 이빨을 박습니다.

'그를 따르던 50마리의 개들을 미치게 만들고...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개들한테 잡아먹혔다고 전해진다'

<아폴로도로스 作 '신화집'>

그렇게 그가 기르던 50마리의 사냥개가 제 주인인 줄 모르고 수사슴으로 변한 사냥꾼을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 죽입니다.

아르테미스는 남자가 몸에 손을 대는 일은 아르테미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쳐다보는 것도 눈빛으로 자신을 범하려 한다며 용서치 않았던 무시무시한 순결의 여신으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5. 아르테미스, 오리온과 사랑에 빠지다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어느 날 순결을 버리고 결혼발표를 합니다.

아르테미스의 순결 맹세를 무너뜨리고 그녀의 마음을 훔쳐 간 치명적인 남자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여느 때처럼 숲에서 사냥을 하던 아르테미스는 도망가는 사냥감을 쫓아가다 바닷가까지 오게 됩니다.

아르테미스는 저 멀리 수평선에서 물 위를 걷다 이윽고 뛰기까지 하는 어떤 사람을 발견합니다.

놀란 아르테미스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지켜보았고, 자세히 보니 물 위를 뛰는 것이 아니고 뭔가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돛단배를 타고 있었고, '배'를 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숲에 익숙한 아르테미스에게는 낯설고 생소했던 것입니다.

남자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앵두빛 입술에 오뚝한 콧날을 가졌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키까지 큰 훈남이었습니다.

뭍에 내린 그 남자는 망태기에 담긴 것을 아르테미스 앞에 놓으며 말합니다.

'사냥한 거예요. 바다에서'

사냥이 바다에서도 가능한지 아르테미스는 남자에게 물었고, 당연히 사냥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다음에 사냥을 같이 할 것인지 그녀에게 물었고 홀린 듯 아르테미스는 이를 수락합니다.

&#39;루이 미셀 반 루&#39;&lt;풍경 속의 아르테미스&gt;
'루이 미셀 반 루'<풍경 속의 아르테미스>

평소 사냥을 위해 스포티한 의상을 즐기던 아르테미스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인 바로 그 시기입니다.

사냥을 하기 위해 해 질 녘 바닷가로 온 아르테미스는 난생처음으로 남자의 배에 올라탑니다.

남자가 돛을 올리자 배가 바람을 타고 쭉 앞으로 나가자 살짝 무서움을 느낀 아르테미스를 보고는 남자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그녀를 리드해 줍니다.

어느덧 밤하늘에 달과 별이 수놓아졌고, 달의 여신이면서도 숲에 있어 보지 못했던 바다 위에 부서지는 별빛을 난생처음으로 보게 된 아르테미스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황홀함을 느낍니다.

아르테미스는 지중해 한가운데 남자와 둘이 배에 타 떠 있는데 사냥감이 아무리 보아도 없어 남자에게 사냥감이 어딨 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갑자기 배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팔을 뻗어 파도에 손을 대는데, 플랑크톤이 여신의 마음을 흔들며 반짝거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에는 별이 떠있고 바다에는 플랑크톤이 빛나고 너무나도 환상적인 풍경에 정신이 혼미해지기까지 합니다.

아르테미스는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에게 참 재미있게 산다고 말하자 남자는 대답합니다.

'적어도 나는 속박받지 않으니까!' 내 영혼은 저 하늘의 구름처럼 자유로우니까. 바람처럼 나는 어디든 떠날 수 있으니까'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별빛 부서지는 밤바다에서 아르테미스를 위해 세레나데를 부르기 시작했고, 마치 노래하듯 별이 음표로 변합니다.

아르테미스는 이제야 남자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저는 알아요. 당신이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라는 것을. 저는 포세이돈의 아들이고 제 이름은 '오리온'이라고 해요.  

6. 아르테미스, 오리온의 자유로움에 매료되어 그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모든 권능 내려놓기로 하다

바다에서 그야말로 융숭한 대접을 받은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숲으로 초대합니다.

바다에서는 날아다니던 오리온은 숲에 오니 허당미 넘치는 모습을 보였고, 아르테미스는 미소 지으며 그와의 사냥을 만끽합니다.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사랑의 크기는 부풀어 올랐고, 아르테미스는 비로소 '사랑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아르테미스는 만약 사랑을 택하면 순결뿐 아니라 그녀가 가진 모든 권능을 다 내려놔야 했기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의 여러 매력 중에 '자유로움'이었습니다.

아르테미스는 태어나자마자 산파가 되었고, 숲을 뛰어다니면서 사냥을 하고 경주마처럼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았기 때문에 '내가 누구이며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조차 없이 그냥 달려만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리온이 나타나서 자유를 노래해 주고, 새로운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아르테미스는 지금까지는 자신의 권능을 지키기 위해 의무를 짊어지며 살았으니, 이제 남은 생은 사랑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올림포스로 향합니다.

아르테미스는 수많은 신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합니다.

'저 아르테미스 결혼합니다'

순결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느닷없는 결혼소식에 올림포스는 그야말로 난리가 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혼을 하겠다는 아르테미스의 말에 그중 가장 놀란 것은 동생 '아폴론'이고 강하게 반대하지만 아르테미스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스트루스는 오리온이 아르테미스한테서 사랑받고 있으며 그가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거의 사실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히기누스 作 '천문학'>

7. 아르테미스, 오리온의 여성들과의 풍문을 반박하고 나서다

'아르테미스! 나는 밤하늘에 별이 되고 싶어. 그러면 영원히 너의 곁에서 함께 빛날 수 있잖아'

오리온은 자신의 소원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아르테미스 곁에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감동하며 사랑을 알고 난 뒤 평범한 여성들과 같은 행복한 나날을 경험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폴론이 흥분해서 아르테미스를 찾아와, 오리온이 유부남인 데다 여자를 좋아해 여성편력이 엄청나며 범죄까지 저질렀다고 폭로합니다.

오리온이 어떤 섬의 공주를 겁탈하려다가 공주의 아버지인 왕에게 들켰고, 분노한 왕이 오리온의 두 눈을 파고 바다에 버렸는데 헤파이스토스의 도움으로 오리온이 다시 시력을 회복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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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는 아폴론의 말을 듣고는 그녀의 추종자들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을 알아봤던 터라 오리온의 과거를 이미 알고 있으며, 그것은 모두 풍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오리온이 유부남인 것은 맞는데 전 아내가 헤라 여신과 미모를 겨루다가 저주를 받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리온은 죄 없이 사별을 당한 거라며 두둔합니다.

그리고 오리온이 실제로 섬의 공주와 사랑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섬의 왕 또한 오리온이 유부남이었던 사실을 알게 되어 결혼을 반대했고, 오리온이 잠든 사이에 눈을 멀게 해 바다에 버리고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서 거짓 소문을 낸 것이라고 하며 아폴론에게 오리온에 대한 모든 것이 풍문이며 오해라고 말합니다.

아폴론은 오리온이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도 바람피운 사실이 있다고 맞받아칩니다.

밤과 낮이 만나는 교차점을 담당하고 있는 새벽의 여신은 해가 뜰 때 일출이 붉게 물드는 것을 관장했는데, 아침에 잠시 일이 있을 뿐 나머지 시간은 한가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시간이 넉넉했던 탓인지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아프로디테의 남자친구였던 아레스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에오스에게 저주를 겁니다.

아프로디테가 걸 수 있는 저주는 단 하나, 바로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이었고 에오스는 저주에 걸려 잠시라도 남자와 사랑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그런 새벽의 여신과 오리온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이에 아르테미스는 또다시 아폴론에게 반박합니다.

'에오스(새벽의 여신)는 오리온에게 빠져 그를 델로스 섬으로 데려갔다. 아프로디테가 그녀를 영원히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는데 이는 에오스가 아레스와 잠자리를 했기 때문이다'

<아폴로도로스 作 '신화집'>

새벽의 여신이 오리온을 납치했다며 오리온은 오히려 새벽의 여신에게 당한 거라고 두둔하며 아폴론에게 이런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면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며 그를 쫓아내 버립니다.

8. 아르테미스, 사랑하는 연인 오리온에 대한 오해가 풀렸지만 부표로 오해하고 그를 쏴 죽여버린 후였다

아폴론도 어쩌지 못한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사랑에 복병이 나타납니다.

바로 새벽의 여신 에오스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오리온은 자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며 찾아온 새벽의 여신을 거부하지 않았고, 아르테미스에게 순결의 여신인 너의 순결을 빼앗고 싶어서 접근했다고 말하며 새벽의 여신 손을 잡고 떠나버립니다.

아르테미스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며칠을 기절해 있었습니다.

며칠 후 눈을 뜬 아르테미스의 눈앞에 남동생 아폴론이 있었고, 그녀를 위로하며 기분전환으로 사냥을 권합니다.

자존심이 상했던 아르테미스도 아무렇지 않은 척 따라나섭니다.

궁술의 신, 사냥의 신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와 궁술의 신 아폴론은 쌍둥이이지만 둘 다 주 무기가 활이라 라이벌 의식이 있었습니다.

아폴론은 백발백중 사냥에 성공하는데, 아르테미스는 사랑에 빠져 그동안 활쏘기를 중단했던 터라 솜씨가 녹슬어 활을 제대로 쏠 수 조차 없게 됩니다.

아폴론은 아르테미스의 그 모습을 보고 놀렸고, 이에 자극울 받은 아르테미스는 새로운 목표물을 찾습니다.

그러던 중 아폴론이 수평선에 떠있는 부표가 너무 사정거리가 멀어 맞추지 못하고 있자, 그것을 새로운 목표물로 삼습니다.

계속되는 아폴론의 도발에 약이 올라있는 아르테미스는 자신 있게 나서서 부표를 향해 화살을 쐈는데, 너무 멀어서 맞췄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이때 이른 새벽이라 때마침 새벽의 여신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아르테미스와 눈이 마주쳤고, 내려와 아르테미스에게 오리온이 너를 무척 좋아해서 자신이 몸에 손대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에오스는 아폴론이 오리온을 찾아와 아르테미스를 진짜 사랑한다면 떨어지라고 협박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뒤늦게 사실을 안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찾아 나서려 돌어섭니다.

그때 조류에 밀려서 떠내려온 검은 무언가가 보이는데 다름 아닌 왼쪽 심장에 아르테미스가 조금 전 쏜 화살이 박혀 바다에 둥둥 떠내려오는 오리온의 시체였습니다.

'아폴론이... 아르테미스가 바다에 있는 검은 것을 활을 쏴서 맞히지 못할 것이라며 그녀와 내기를 걸었다. 여신은... 활을 쏘아 오리온의 머리를 관통시켰다'

<히기누스 作 '천문학'>

오리온이 아르테미스를 잊지 못하고, 멀리서나마 바다에 둥둥 떠서 그녀의 곁을 맴돌며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데 아르테미스가 그것을 부표로 착각하고 화살을 쏴 사랑하는 연인 오리온을 죽인 것입니다.

아르테미스는 죽은 오리온을 보며 그가 한 말을 떠올립니다.

'나는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되고 싶어'

오리온 별자리
오리온 별자리

아르테미스는 연인의 시신을 품에 안고, 제우스를 찾아가서 자신의 과업을 충실히 수행할 테니 오리온을 하늘의 별로 만들어달라고 간청했고 제우스는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는데 이것이 우리가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오리온 별자리'입니다.

'여신은 많은 눈물로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를 별들 사이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히기누스 作 '천문학'>

아르테미스는 사랑하는 연인을 바닷속 무덤에 묻었지만 죽음도 둘 사이를 가르지 못했고 항상 그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오리온자리 옆에 그녀가 사냥하면서 늘 같이 뛰어다녔던 '토끼자리'도 함께 만들어주었습니다.

이것이 밤하늘에 빛나는 오리온자리에 얽힌 푸른 달빛의 여신 아르테미스 이야기였습니다.

9. 예술 작품으로 남은 아르테미스 이야기

&#39;주세페 체사리&#39;의 &lt;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gt;
'주세페 체사리'의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첫 번째 작품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 중인 '주세페 체사리'의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아르테미스와 사냥꾼 악타이온의 이야기를 그대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사냥꾼 악타이온은 우연히 동굴에서 목욕하는 있는 아르테미스와 그 추종자들을 마주치고 당황한 표정이 역력해 보이며, 반면 아르테미스는 당황해했지만 동요하지 않고 몰래 본 악타이온에게 응징하기 위해 물을 뿌린 직후의 손동작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르테미스에게 물을 맞은 악타이온이 사슴으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악타이온은 사슴으로 변하는 중임을 나타내 듯 머리에 사슴뿔이 솟아나고 있는 모습이고, 아래쪽으로는 악타이온과 함께 사냥을 나온 사냥개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주인이 사슴으로 변해가기 시작하자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빨을 드러내고 악타이온에게 달려들고 있는 듯합니다.

'레오카레스'의 <베르사유의&nbsp; 아르테미스>

두 번째 작품은 '레오카레스'의 <베르사유의 아르테미스>라는 작품입니다.

아르테미스는 워낙 인기 있는 여신이다 보니 남아 있는 작품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그 작품들 중에 <베르사유의 아르테미스>라는 작품은 가장 아름다운 아르테미스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가 작품 속에 등장할 때 가장 흔한 이름표로 쓰이는 것이 바로 '초승달'입니다.

그림에서는 머리에 초승달을 그려 넣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조각에서는 쉽게 부러져버리기 때문에 달장식이 잘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달 대신 아르테미스를 확인하는 방법이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복장'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주요 여신들의 복장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요 여신으로는 보통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 아르테미스 넷을 꼽아볼 수 있는데 네 여신의 옷이 모두 다르게 표현됩니다.

아테나&#44; 헤라&#44; 아프로디테&#44; 아르테미스 복장 비교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복장 비교

작품 속에서 여신인데 갑옷을 입고 있으면 '아테나'이고, '헤라'는 기품 있고 위엄이 있고 집안의 가장 어른스러운 느낌이라 발끝까지 길게 내려오는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아프로디테테는 미의 여신이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품 속에서 대부분 옷을 벗고 있거나 살짝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반면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으로 옷이 불편하면 사냥에 힘들기 때문에 활동성이 강조된 복장을 하고 있고, 옷의 기장도 무릎길이로 짧고 허리춤도 단단히 고정하고 편한 샌들을 신어 뛰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복장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각 여신들의 특징을 살린 복장으로 작품 속에서 표현되기 때문에 복장만으로도 여신들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39;다니엘 세이터&#39;의 &lt;아르테미스와 오리온&gt;
'다니엘 세이터'의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세 번째 작품은 '다니엘 세이터'의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이라는 작품입니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표현되어 있는데, 등장인물들의 표정만 봐도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감정이 전해지는 듯합니다.

아래쪽에 쓰러져 있는 남성은 해변에 쓰러져있는 것으로 보아 정황상 오리온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하이라이트는 아래쪽 뒤편 저 멀리 수평선에 새벽을 알리는 붉은 여명입니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고 '해가 떠오르면 그녀의 시간이 끝난다'라는 의미이므로, 아르테미스는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던 사랑하는 연인 오리온을 영영 잃게 된다는 암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을 주제로 한 그림 가운데 가장 감정을 잘 살림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0. 어떻게 아르테미스는 '순결의 여신'이면서 '출산의 여신'일 수 있는 것일까요?

순결과 출산은 어쩌면 전혀 어울리는 단어로 보이는데 아르테미스는 순결의 여신이면서 출산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아르테미스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레토의 출산을 도왔는데 출산을 돕는 여신으로서의 아르테미스의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철학자 플라톤이 쓴 <크라틸로스>에서 '아르테미스'의 어원은 '아르테메스'라고 하고 있고 이것은 '안전한, 또는 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주는'이라는 뜻입니다.

' 아르테미스 여신이여, 아폴론을 무사히 받아주었던 것처럼 산모와 아이를 지켜주십시오'

따라서 그리스 사람들은 특히 산통이 심한 여성들이 있을 때,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이런 식으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11. NASA의 달 착륙 프로젝트의 이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달착륙선의 이름 '오리온'

NASA에서 달 착륙 프로젝트를 하는데 그 프로젝트 이름이 '아르테미스'이고, 달 착륙선의 이름은 '오리온'입니다.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의 사랑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이 프로젝트와 착륙선의 이름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마침내 달에서 오리온이 사랑하는 연인 아르테미스와 만나게 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12.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이야기의 숨은 메시지

'악타이온은 고의성도 전혀 없었고, 정말 우연히 찾은 장소에서 우연히 아르테미스가 목욕하고 있었던 것뿐인데 이 정도까지 벌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신화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인생은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혹은 재수가 없으면 인생이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악타이온은 아무 잘못이 없고, 우연히 길을 지나가자 소리에 이끌려  아르테미스와 그녀의 추종자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입장에서 보면 아르테미스는 사실 그 남자가 우연히 본 건지 의도적으로 본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가 저 정도까지 화를 낸 것을 보면 그녀가 악타이온의 행동이 의도적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악타이온이 아닌 아르테미스입장에서 이야기가 주는 교훈과 메시지를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어떤 권력이나 큰 힘을 가지고 있을 때, 누군가를 자의적인 판단하에 단정 짓고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 적은 없는가를 살펴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3.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아르테미스 신전(디아나 신전)은 그리스 전역과 로마가 지배하던 곳에 곳곳에 남아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입니다.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터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터

틔르키예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은 신전 건설 기간만 120년이 소요된 거대한 건물이었고, 현재는 대리석 일부와 기둥 잔해만 남은 상태입니다.

틔르키예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크로폴리스의 아테나 여신을 위한 '파르테논 신전'보다도 약 2배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건물을 그 당시에 어떻게 지었는지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고대 7대 불가사의'가 된 것입니다.

고대 7대 불가사의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라미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고대 7대 불가사의의 목록을 처음으로 작성한 기원전 2세기 사람 안티파트로스는 당대의 아르테미스 신전을 자신이 본 건축물 중 최고라 평가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신전을 세우는 데는 막대한 돈이 들었는데 그 당시 최고의 부를 가진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이웃 나라 리디아에 '크로이소스'라는 왕이 찾아와서 아르테미스 신전을 지으라고 돈을 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에페소스 사람들은 신전을 지어줄 돈을 댄다는 것을 고마워했고, 크로이소스 왕은  돈을 대는 대신 신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달라고 조건을 하나 겁니다.

위대한 건축물인 아르테미스 신전과 함께 역사에 영원히 이름을 남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크로이소스가 돈을 대서 아르테미스 신전을 지었고, 약속대로 크로이소스 왕의 이름을 새겨져 역사에 영원히 왕의 이름이 기억되게 됩니다.

그런데 기원전 356년에 '헤로스트라토스'라는 사람이 신전에 불을 질러 불타버렸고, 그 범인이 불을 지른 원인을 알아내보니 그 또한 신전을 불을 질러 그 위대한 건축물을 없애면 영원히 자신의 이름도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떻게든 같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을 만큼 큰 위용을 자아낸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이었습니다.

 

<출처: 설민석/신들의사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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