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물 구성의 디테일을 살리는 2가지 포인트
오늘 강의는 세상 어딘가에 진짜 살아있을 것 같은 인물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2. 1 첫 번째 포인트. 소설 속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현실사람의 모방체
소설과 현실의 인물은 둘 다 똑같은 '인간'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현실 속 인간처럼 분노하기도 하고 신념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하고 죽도록 미워하던 누군가를 용서하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거나 배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소설 속 인물은 현실의 인물과는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그냥 섭리대로 태어났으니 존재하는 현실의 인간과는 달리 소설 속 인물은 작가가 인위적을 '만들어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포인트인 현실의 인물과 소설 속 인물의 차이점이 생겨납니다.
소설 속 인물은 작가가 창조해 낸 진짜 사람의 모방체입니다.
작가가 인물을 만든다고 할 때 그것은 현실에는 없는 허구의 인생, 즉 가짜를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창작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낸다는 것'으로 현실에는 없는 허구의 인물을 진짜처럼 창조하는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아무리 진짜 같더라도 소설 속 인물이 가짜라는 사실을 독자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의 인물과 다르게 소설 속 인물은 설득력을 갖춰야만 합니다.
진짜 보다 더 진짜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인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하며 이것은 아주 충동적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문제없이 용인됩니다.
예를 들어 사과주스를 해 먹으려고 사과를 사러 갔는데 토마토가 더 당겨서 토마토를 사가지고 들어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일기에는 그냥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적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는 단순한 변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음은 소설 속 인물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런 이유나 의도가 없는 문장은 통으로 삭제해서 빼버려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소모적인 문장이 됩니다.
애초에 쓸 필요가 없는 문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소모적인 문장은 소설의 속도감을 죽이고, 지루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한 행동의 이유를 찾거나 이 행동이 어떤 사건으로 연결될지의 인과관계, 즉 맥락을 찾게 됩니다.
독자는 인물의 이유 없는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인물에게 이유가 있거나 다른 사건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한 인물의 행동에 맥락이 없으면 즉 설득력이 없으면 독자는 '맥락 없다. 뭔가 얼렁뚱땅인데, '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 속 인물과 현실 속 인물의 차이를 모르면 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인물과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을 줘야 한다는 점을 놓친 것입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인물 행동의 이유와 인과관계를 예측합니다.
이 인물이 왜 이럴까? 를 나름대로 예측하며 맞추거나 예상과 다른 전개에 놀라는 것이 독자의 재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니 인물이 단순한 변덕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도, 추측 가능한 어떤 이유나 단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듯 인물을 구성 때 작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인물의 행동이 설득력을 지니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 이유 없는 인물의 행동은 소모적인 문장을 만들기 때문에 인물의 무의식에 대한 단서 혹은 나름대로의 인과관계를 고려하여 스토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맥락이 생기게 됩니다.
인물이 평소와는 다른 돌발행동을 하거나 겪는 것,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이나 대사 등을 하게 되는 장면을 상상하면 사건, 갈등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때 사건 또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과 소설 속 인물의 차이점이자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방법입니다.
2. 2 두 번째 포인트. 소설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의 공통점은 인물의 변화
내적스토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외적 갈등은 내적 갈등을 만들고 내적 갈등은 인물에게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소설작법 3(인물구성론 1. 인물 개론) (tistory.com)
그런데 여기서 더 알아봐야 할 심화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인물의 변화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물이 단지 사건을 마주치거나 단순히 갈등을 겪는 것만으로는 변화하지 않듯이 인물이 해당 사건을 통해 전달받는 의미가 있어야 하며 인물의 변화에는 반드시 저항이 동반됩니다.
다시 말해 인물 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장애물 목록에는 나 자신, 즉 인물 자체의 성향이나 성격이 있고 주변 인물 혹은 적대자, 또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 사회 그리고 사실상 맥락만 맞다면 뭐든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도 알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현상 유지를 바라는 관성이 있습니다.
그런 성향은 관습이나 고정관념, 편견으로 발현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의 인간처럼, 소설 속 인간 또한 마찬가지로 이전과 달라지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고뇌의 순간과 시행착오, 저항을 겪게 됩니다.
특히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인물을 둘러싼 세계나 사회가 될 경우, 인물은 더 큰 노력을 해야 하며 마주하는 갈등의 크기 또한 커지게 됩니다.
그만큼 좌절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던 홍길동은 서자 출신으로 과거시험조차 치르지 못합니다.
난세에서 나라를 구하고 싶었던 즉 세상을 변화하게 하고 싶었던 그는 의적행세를 하게 됩니다.
한편 역사 속 인물인 흥선대원군처럼 인물이 살아가는 세계나 사회가 변화를 요하는 상황에서 정작 인물은 변화를 바라지 않아 그것에 저항하고 현재까지 유지해 왔던 자신의 삶을 고수하고자 발버둥 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못해 변화하거나 혹은 끝끝내 변화하지 않기도 합니다.
인물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인물의 변화가 생겨서 한 행동이 다음 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은 대체 뭐지? 하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변화는 앞으로 이러이러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인물이 마음먹게 되는 '동기부여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익숙하게 자주 가던 길을 가다가 어느 날 사이비 종교인에게 잘못 걸려 수모를 당한다면 그다음부터는 그 길을 꺼려서 다른 길로 지나다니게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받는 것, 이것도 변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물이 자신의 가치관을 확 바꾸거나 개과천선하는 거창한 것만이 변화는 아닙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제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지망생들은 인물의 내면변화에만 매달릴 경우 오히려 아무것도 써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인물의 내면에는 변화하려는 마음과 현상유지를 바라는 마음이 공존합니다.
따라서 인물의 내면 변화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수많은 것들이 인물의 변화를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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