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사변-아관파천-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 대관식에 보내진 조선사절단-을사늑약으로 이어지는 조선왕국에서 대한제국으로의 근대사(그 안에서의 민영환의 활약상)

을미사변-아관파천-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 대관식에 보내진 조선사절단-을사늑약으로 이어지는 조선왕국에서 대한제국으로의 근대사(그 안에서의 민영환의 활약상)

1. 벼랑 끝 조선, 그들은 왜 러시아로 향했나? 아관파천

조선사절단이 러시아로 떠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1896년 경복궁으로 가봐야 합니다.

1896년 2월 11일 새벽, 경복궁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건이 발단이 됩니다.

두 대의 가마가 조용히 경복궁을 빠져나갑니다.

이 가마를 본 일본 경비병들이 힐끗 보더니 무사 통과시킵니다.

당시 일본 경비병은 경복궁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평소 궁녀들이 타고 다닌 가마였기에 경비병들이 의심을 피한 것입니다.

그렇게 일본 경비병 시선에서 가마가 멀어질 무렵 갑자기 가마꾼들이 전속력으로 질주합니다.

그렇게 빠르게 달리던 가마는 아침 7시 30분쯤 한 곳에 멈추어 섭니다.

그 가마가 멈춰 선 곳은 서울 정동에 있던 러시아 공사관이었습니다.

러시아 공사관 앞에 가마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러시아 공사가 황급히 나옵니다.

그때 가마에서 쓰개치마를 쓰고 누군가 내리는 데 러시아 공사는 화들짝 놀라는데 바로 경복궁의 주인 조선의 26대 왕 고종(재위 1863~1907년)이었습니다.

고종은 조선의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였는데 경복궁을 탈출할 때 일본군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여장을 한 것입니다.

1896년 2월 11일, 조선의 왕 고종과 왕세자가 일본군의 위협을 피해 새벽에 경복궁을 몰래 빠져나와 1년 넘게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겨간 사건을 '아관파천'이라고 합니다.

파천(播遷)이란 왕이 도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일을 말합니다.

2. 조선 점령을 위한 청과 일본 간의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다

아관파천 2년 전인 1894년에 시작해서 1895년까지 조선의 지배를 두고 중국(청)과 일본 간에 청일전쟁이 조선 내에서 벌어집니다.

조선 점령을 위한 청일전쟁의 승자는 일본이었고, 일본은 조선 말기 경복궁을 불법으로 점령한 후 내정까지 간섭하게 됩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이후에는 조선에 더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며 조선의 숨통을 조여옵니다.

3. 일본, 조선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을미사변, 乙未事變)하다

아관파천 4개월 전에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 등이 경복궁에 침입해서 명성황후를 칼로 지르고 불태워 시해한 사건, '을미사변'이 일어난 것입니다.

대체 일본은 왜 명성황후를 살해한 것일까요?

고종과 명성황후는 일본의 심한 압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을 견제할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때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선택한 나라가 바로 러시아였습니다.

조선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주도아래 러시아에 은밀하게 도움을 요청하며 러시아와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일본은 러시아의 조선 개입을 막고자 결국 명성황후를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대체 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일까요?

조선은 먼저 미국을 끌어들여서 청나라와 일본의 간섭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보호는 뒷전이고 경제적 이권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조선은 차선책으로 조선과 인접한 나라 중에 군사력이 가장 강했던 러시아를 선택한 것입니다.

청일전쟁이후 요동반도를 차지했으나 결국 러시아의 방해로 반납한 일본

청일전쟁 이후에 일본이 요동반도를 차지했으나 러시아가 못 가게 방해하는 바람에 결국  일본은 요동반도를 다시 청나라에 반납하게 됩니다.

러시아는 조선이 독립국으로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외교사 용어로 하면 '완충지대'역할을 조선이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선이 사라지고 러시아와 일본 국경이 맞닿으면 러시아로서는 막대한 군사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는 조선이 '완충지대'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고종과 명성황후는 '러시아의 방해에 의해서 일본이 요동반도를 반납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을 압도한 러시아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눈치채고 명성황후를 살해합니다.

을미사변으로 아내인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후 고종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일본은 을미사변 이후 고종을 경복궁에 가둡니다.

그리고는 궁궐 출입마저 통제하고 고종을 24시간 감시합니다. 

실제 고종은 매일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감금된 채 살았던 고종은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결정한 것이 바로 '아관파천'이었던 것입니다.

4. 고종, 니콜라이 2세 황제 대관식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려 '조선사절단' 파견을 결정하다

고종은 그런 상황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일본군이 장악하고 있던 경복궁을 탈출하여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에 성공합니다.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명성황후 시해사건까지 일으키며 공을 들인 과정에서 갑자기 고종의 아관행을 알아차리자 일본은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러시아 공사관에 임시로 피신했던 고종이 당장 궁으로 돌아가기에는 일본군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무리가 따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고종은 어떻게 환궁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일본을 몰아낼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 2세(재위 1894~1971)가 갑작스레 즉위하는 바람에 2년간 미뤘던 황제 대관식을 열기로 했고 고종에게도 참석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고종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선을 구할 수 있는 러시아의 도움을 구하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고종은 러시아에게 환궁한 이후에 궁을 호위해 줄 군사적 도움과 함께 일본이 강제로 지게 한 빚을 갚으려고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조선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협상을 니콜라이 2세 대관식을 활용하기 위해 고종은 외교 특사인 '조선사절단'을 구성하여 황제대관식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5. 조선 외교 사절단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고종이 구성한 외교사절단의 수장이 바로 민영환(1861~1905)입니다.

민영환은 명성황후의 집안이자 고종의 외가 친척이기도 했던 '여흥 민 씨' 가문의 사람이었습니다.

민영환은 '여흥 민 씨'라는 당대 최고 권력 가문의 후손이라는 가문의 후광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17살에 과거에 급제했을 만큼 똑똑하고 영리했습니다. 

민영환은 조정에 진출한 이후에는 초고속 승진까지 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국방부 장관급이었던 병조판서를 2차례, 법무부 장관급이었던 형조판서를 거친  능력 있고 신망받는 신하였습니다.

또한 국제 정세에 밝아서 외국인이 드나들었던 클럽 '정동구락부(貞洞俱樂部)'에 출입하곤 했습니다.

정동구락부는 대한 제국 시기에 서울 정동에 미국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서양인들의 사교 클럽이었습니다.

민영환이 정동구락부에서 외국인들과 교류하면서 발 빠르게 세계뉴스도 듣고 정보도 교환하는 등 국제 정세에 밝아지게 됩니다.

민영환은 고스펙에 국제감각까지 갖춰 고종과 명성황후가 최측근으로 두고 신뢰하며 아꼈습니다. 

6. 민영환, 고종에게 외교 전권을 부여받는 '특명전권공사'의 직함을 받다

민영환의 임명장

고종은 당시 최고로 신임하던 인물인 민영환에게 조선사절단을 이끌 '특명전권공사'의 직함을 내립니다.

특명전권공사란 고종에게 외교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은 관료로서 민영환을 통해 고종의 입장을 대신해서 전하려고 했습니다. 

니콜라이 2세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방문한 조선사절단

위 사진은 조선을 대표로 해서 러시아에 간 사절단의 모습이 담긴 사진입니다. 

공식 사절단은 총 4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중앙에 앉은 사람이 왕실에 전권을 부여받은 특명전권공사 민영환입니다.

그의 왼쪽에 있는 인물은 수석수행원 윤치호이며 관료를 대표하는 인물로 당시 귀했던 미국 유학파 출신이어서 영어 통역관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그 옆에 김득련은 중인신분으로 조선사절단의 여정을 기록하는 기록관 역할을 했습니다.

그 위쪽으로 사절단 중 유일하게 양복을 입고 있는 김도일은 러시아 국적으로 러시아에서 공부를 해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윗줄 오른쪽에 앳된 보이는 인물은 민영환 공사가 개인적으로 데려간 개인 심부름을 했던 비서 손희영입니다.

조선의 운명을 구할 민영환과 조선사절단 소위 조선을 구할 '외교 어벤저스'가 이렇게 탄생됩니다.

민영환은 이때 고종의 절박한 심경이 담겨 있는 러시아에 전달하라고 맡긴 문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민영환 역시 절박했습니다.

나라가 다시 온전한 조선이 되기 위해서는 고종을 안전하게 환궁시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을 지킬 러시아의 군사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민영환에게는 어떻게든 무사히 러시아 황제에게 고종의 문서를 전달하고 조선이 원하는 요구를 잘 협상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던 것입니다.

7. 민영환, 러시아의 힘을 빌리다

1896년 6월 초, 민영환은 부푼 마음으로 조선의 요구를 협상할 수 있는 러시아 협상단을 만나게 됩니다.

민영환 당시 러시아의 외교를 담당하던 외무대신으로 지금으로 보면 외교부 장관 격의 알렉세이 로마노프(1824~1896년)를 만나게 됩니다.

러시아 외교협상 담당자인 만큼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던 러시아 외교의 실세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민영환은 그런 로마노프 장관과 마주 앉아 조선의 운명을 건 실무 협상에 돌입한 것입니다.

다음은 당시 조선이 러시아 외무대신에게 전달한 조선의 5가지 요구 사항입니다.

1. 조선 군대가 신뢰할 만한 병력으로 훈련될 때까지 국왕 보호를 위한 경비병을 제공한다.

2. (러시아) 군사교관을 제공한다.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있던 고종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민영환은 고종의 환궁을 위해 무엇보다도 군사적인 지원을 원했습니다.

독립신문에 실린 당시 러시아군에 대한 평가

당시 독립신문의 기사를 통해 민영환은 러시아군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선군이 러시아 군과 같이 엄격한 체계와 강인함을 가지고 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3. 고문관을 제공한다. 국왕 측근에서 궁내부를 위한 고문 1명, 내각 고문 1명, 광산과 철도 고문 1명 등이다.

4. 조선과 러시아 두 나라에 이익이 되는 전신선(전화선)의 연결 즉, 전신 문제 전문가 1명을 제공한다.

군사적인 지원과 함께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각 분야의 전문가 파견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실한 요청을 합니다.

5. 일본을 청산하기 위해 300만 엔의 차관을 제공한다.

일본의 영향력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도 중요했습니다.

당시 300만 엔은 현재 가치로 약 3천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조선의 당시 1년 예산이 500~600만 엔이었으므로 1년 예산의 절반 가량을 차관으로 요청한 것입니다. 

고종은 일본이 억지로 지게 한 빚을 빨리 갚으려고 러시아에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민영환의 5가지 요구사항을 들은 러시아의 외무대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문제는 황제의 승낙이 떨어져야 합니다'

결국 니콜라이 2세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제시합니다.

이에 민영환은 황제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면 황제를 만나게 해달라고 외무대신에게 요청합니다.

놀랍게도 민영환과 황제의 만남은 그 이튿날 바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민영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듯 또다시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러시아 황제이기에 민영환은 간절함을 담아 이렇게 말합니다.

'조선인이 바라는 것은 안정된 정부입니다. 조선인은 지난 3년 동안 생명과 재산의 안전감을 느껴 본 적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지금 조선이 안정된 정부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러시아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윤치호 일기>

민영환은 황제 앞에서 러시아 외무대신에게 말했던 조선의 5개의 요청사항을 다시 간곡하게 긴장된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 말은 들은 니콜라이 2세 황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귀하는 우리의 도움을 믿어도 될 것입니다'

이런 황제의 말은 민영환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들렸을 것입니다.

민영환은 믿어도 좋다는 황제의 말에서 한 줄기 희망을 봅니다.

8. 조선에는 비밀로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분할 점령 하기 위한 러-일 비밀협정, '모스크바 의정서'를 체결하다

황제의 언약으로 조선의 요구는 받아들여진 걸까요?

조선의 요구가 진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황제의 언약이 아닌 러시아의 공식 문서가 필요했습니다.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니 이제 러시아로부터 답변서가 올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몇 날며칠을 기다려도 러시아가 답변서를 보내주지 않고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 사이 러시아와 일본은 조선에 영향력을 두고 극비리에 비밀 협정을 맺고 있었던 것입니다.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이 열린 그날 일본은 러시아와 외교 교섭을 벌입니다.

이때의 교섭 내용을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이 강대국들에 의해서 맺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의정서란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간 합의로 결정된 사안을 기록한 공식 문서입니다.

모스크바 의정서는 1896년 5월에 한반도에서의 지위와 역할을 협의한 러시아와 일본 간의 공식 협정 문서입니다. 

모스크바 의정서에는 비밀 조항이 있었는데 만약에 조선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본과 러시아는 상호 군사영역을 구분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의 질서가 문란해질 경우 러-일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군대를 각각 파견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나눠 갖겠다는 속내 간 담긴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훗날 6.25 전쟁 때  미국과 소련의 분할 통치를 한다는 발표를 했던 사례와 유사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충격적 이게도 1896년 이미 강대국들은 조선을 분할 점령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9. 민영환, 끝까지 러시아에 지원을 요구하며 최선을 다하다

그렇게 러시아가 일본과 모스크바 의정서를 맺고 입장정리를 하는 사이 민영환은 공식 문서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러시아 체류 25일째인 6월 13일, 민영환은 다시 러시아 외무대신을 찾아가 말합니다.

'국왕을 궁에서 보호할 수 있는 경비병을 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이에 러시아 외무대신은 답합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 외무대신은 첫 만남과는 달리 딱 잘라서 거절합니다.

민영환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간절한 마음을 담아 요청합니다.

'경비병이 안 되면 200여 명의 군사 교관이라도 제공해 주십시오'

이에 러시아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단호하게 또 거절합니다.

'그들은 서울에 주둔한 일본군과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러시아의 거절에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드디어 러시아의 공식 문서가 도착합니다.

'조선 국왕은 원하는 한 러시아 공사관에서 머물 수 있다. 만약 고종이 환궁할 경우 러시아 정부는 안전에 대해 도덕적 보장을 제공한다'

민영환이 계속 강조했던 것은 고종을 지킬 경비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러시아는 두루뭉술한 '도덕적 보장'이라는 표현으로 경비병 파견에 대해서 명확히 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관제공은 조선의 경제적 조사 및 정부의 필요성이 설명될 때 결정한다'

러시아는 차관 제공 또한 당장은 못하고 조사를 해보고 필요할 것 같으면 주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300만 엔의 차관 제공마저 확답을 피합니다.

러시아는 일본과 맺은 비밀 협정인 모스크바 의정서 때문에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민영환은 매우 낙담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것도 보려 하지 않았다. 그는 집이 떠나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윤치호 일기>

민영환은 결국 고종 환궁을 위한 지원을 받아내지 못하자, 이대로는 조선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귀국을 미룹니다.

7월 14일 민영환은 작별인사를 빌미로 니콜라이 2세 황제와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만납니다.

민영환은 러시아 체류 56일째 마지막 승부수를 던집니다.

민영환은 어떻게든 러시아의 군사적 도움을 끌어내기 위해 러시 황제에게 끝까지 어필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황제와의 세 번째 만남은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됩니다.

황제와의 세 번째 만남 이후 민영환의 설득은 이후 외무대신에게도 계속됩니다.

어느새 8월이 되고 민영환은 드디어 러시 외무대신으로부터 마지막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조선 정부에 어려움이 있거나 또는 다른 나라가 자주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다면 러시아는 당연히 공평하게 처리하여 도울 것입니다'

<로마노프가 한러 우호를 약속한 공식 문서>

10. 민영환의 조선사절단이 이끌어 낸 러시아의 군사지원

7개월 간의 조선의 러시아 외교 사절단의 치열하고 길었던 러시아와의 외교협상 후 실제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러시아는 최종적으로 러시아의 대령급 군사교관 단장을 포함해서 장교, 하사관등 총 14명을 조선에 파견합니다.

고종은 러시아 군사교관단을 최대한 활용해서 군대를 육성하고자 했습니다.

고종은 민영환을 국무장관 격 군부대신에 임명하고 러시아 교관을 이용해서 궁궐호위병을 양성할 것을 명합니다.

러시아의 도움으로 조선의 군대는 궁궐을 경비할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 훈련된 조선군은 나중에 독립운동의 선봉에 서기도 합니다.

11. 러일전쟁

1904년 2월 8일, 일본이 러시아의 뤼순항구를 기습하면서 러일전쟁이 발발합니다.

러일전쟁은 일본이 한반도를 독점하기 위해 러시아와 벌인 전쟁입니다.

일본과 러시아는 1년이 넘도록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 전쟁을 벌입니다.

러일전쟁의 승자는 '일본'이었고 일본은 러일전쟁 이후 바로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갑니다.

12. 을사늑약

1905년, 우리 근대사의 뼈아픈 순간인 '을사늑약'이 이때 맺어집니다.

그 결과 한국 정부는 일본의 허락 없이 어떠한 국제적 조약이나 약속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외교관의 박탈로 대한제국은 이미 일본의 간접 통치하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 사회 등 모든 분야를 일본에게 간섭당하고 통제당합니다.

나라가 일본 손에 넘어가는 이 참담한 상황에서 대한제국 백성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일본 손에 넘어간 조국에 울분을 참지 못한 한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바로 조선의 운명을 걸고 러시아로 향했던 '민영환'이었습니다.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민영환은 을사늑약을 끝까지 반대했으나 결국 체결되어 나라가 일본 손아귀에 넘어가게 되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고 맙니다.

삼일(사흘) 천하 '갑신정변'을 일으킨 급진개혁파 김옥균 (tistory.com)

삼일(사흘)천하 '갑신정변'을 일으킨 급진개혁파 김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