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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

49. [내 생애의 아이들]을 읽고(책리뷰/독후감)/가브리엘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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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내 생애의 아이들]을 읽고(책리뷰/독후감)/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은 캐나다 문학의 큰 부인으로 불리는 가브리엘 루아가 원숙함과 필력이 최고봉에 다 달았을 무렵인 60세가 넘은 나이에 쓴 소설로 18세에 첫발을 디뎌 20대의 청춘을 바쳐했던 교사 생활의 경험을 토대의 에세이 형식의 중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총 6편의 작품 속에서는  한 명의 아이를 중심으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학교내외의 상황과 '나'로 지칭되는 화자의 심리상태를 학교와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움, 찬란함, 소소한 즐거움을 더해 마치 동화를 읽은 듯 독자들의 입꼬리에 슬그머니 미소를 띠게 하고 순수한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게 하고 때론 아파하고 때론 응원하며 읽게 됩니다.

 

1900년대 초중반 시기-특히 극 중 배경인 시골 마을은 언뜻 봐서는 고즈넉하고 광활한 자연에 둘러싸여 평화로워 보이지만 영어권이 아닌 이민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그들의 자녀들은 언어적 문화적 차별과 직면해 있으며 노동집약적이고 대체로 궁핍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어 교육권은 의무도 권리도 아니었던 시기였다- 아이와 부모 모두 배움만이 이 고단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는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환경들로 인해 학교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마치 기적과도 같았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용솟음치게 합니다. 특히 잔인하리만치 가혹한 자연의 횡포는 갸녀리고 연약하기만 한 아이들에게는 매서운 채찍일 수 밖에는 없으며, 내가 낳은 아이는 내가 마음대로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해 서슴없이 가해지는 언어와 육체적 폭력은 아이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그들의 미래와 희망을 갉아먹는 장애물이 됩니다.

 

다섯 살 반 인생 첫 학교 생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광란의 하루를 지낸 빈센트, 수줍게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낡고 색이 바랜 손수건을 건넨 성탄절의 아이 클레르, 종달새와 같이 노래하며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닐, 가부장적인 부모의 거친 양육 환경 속에서도 한 글자 한 글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정성스럽게 글자를 써 올라가는 디미트리오프가의 막내, 임신중독증으로 몸져누워 있는 어머니와 돈을 벌기 위해 먼 곳에서 벌채 노동을 하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느라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지만 배움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비끄러매며 사랑하는 선생님의 가정 방문에 진심을 다해 공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집 보는 아이' 앙드레 파스키, 14살 사춘기 문턱에서 선생님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몸은 성인 못지않게 크지만 마음은 아직 성글고 여물지 않아 조그만 자극에도 갈라져 버릴 것 같은 무른 과육과 같은, 찬물 속에 손을 짚어 넣어 송어의 감촉을 느낄 수 있도록 선생님이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끔 해주고 자신이 겪었던 첫사랑 실패의 감정을 되새기게끔 하고 무료하고 경직된 시골 교사생활을 계속할 것에 대해 절망하고 있을 때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준 메데릭 에마르, 소설 속 아이들, 그리고 소설 밖 아이들은 지치고 할퀴어진 마음과 혼곤하고 제어되지 못하는 정신과 나이 들어가며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 불량식품들에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육체에 빨간약이고 붕대이고 치유제이며 사랑의 전도사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는 시의 구절처럼, 세상의 아이들은 거친 눈발과 쏟아붓는 비와 광풍을 동반한 태풍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배움에 있어서 제약이 없어야 하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의 책무일 것입니다.

인간이 스스로를 위하여 만들어 놓았거나 혹은 그 속에 들어가 견디어야 하는 모든 종류의 감옥들 중에서 지금까지 그 어느 것도 노년을 가두어 놓는 이 감옥만큼 참혹한 것은 없어 보였다.(P67)
사실, 한 사람이 모든 불운을 도맡아 가지는 건 아니거든요.(P163)

평온이 마음에 사무치는 것은 가장 희귀한 그 겉모습들 중의 어떤 한 가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와 반대로 겉모습들이 결국은 모두 다 평원 속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 정경의 이러저라 한 모습, 특히 울 안에 갇힌 봄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머지않아서 우리는 오직 요지부동한 것만을 의식하게 되니까 말이다. 물결들은 바다로, 나무들은 숲으로 돌아가고,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인간적 삶의 지표와 모든 디테일들은 결국 평온의 무한한 넓이 속으로 돌아간다. 이렇다 할 그 무엇 하나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평원을 이렇게 하여 그토록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 평원은 그토록 자주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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