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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42.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 42. [내 여자의 열매]를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한강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중 아내와 남편은 [채식주의자]의 영혜와 그의 남편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일곱 번째 소설 흰 꽃에는 제주 4.3 사건의 기억 속에서 괴로워하는 노파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작별하지 않는다] 속에서 악몽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불 아래 실톱을 넣고 자는 경하의 어머니 모습이 겹쳐집니다. 단편 소설에 살을 붙여 주옥같은 장편소설이 탄생하는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꽤나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 단편소설 는 아내가 점점 식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남편(나)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몹시 가난하여 먹고사는 것 자체가 빠듯했고 가족의 사랑도 넉넉히 받지 못한 남자입니다. 나는 남부.. 더보기
33. [검은 사슴]을 읽고(독후감/책리뷰)/한강 작가 33. [검은 사슴]을 읽고(독후감/책리뷰)/한강 작가 한강작가의 첫 장편 소설인 [검은 사슴]은 훗날 [바람이 분다, 가라]나 [채식주의자]와 맥을 같이 하는 듯 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의 제목에서 이미 '검은' 것에 대해 다루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데, 이는 소설 [흰]과 대비되면서도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검은 사슴]의 중후반부에 계속해서 내리는  '눈(雪)'의 이미지 때문일 터였다.  [검은 사슴]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의선이라는 여자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의선은 어디로 갔는가? 왜 사라졌는가?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사라져 가고, 소외되고, 상처받고, 버려진 것들을 목도하며 왜 살아야 하고, 왜 사랑해야 하며, 무엇 때문에 아픈가를 성찰해 가고 마침내 서로 보듬고, 기.. 더보기
32.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 작가 32.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 작가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은 후 한동안 감정조절이 힘들어 연이어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읽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나는 그 사이 여러 권의 다른 종류의 책들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성근 눈이 내리는 겨울의 절정에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읽을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작별하지 않는다]는 장편소설로는 드물게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 경하와 인선이라는 두 여자를 중심으로 제주 4.3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고초를 겪었던 인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가 성근 눈처럼 적요하지만, 한편 거센 바람을 만나 눈보라가휘몰아쳐 얼굴과 몸과 손, 발을 때리고 녹아 흘러내리고 시리게 하는 것과 같은 폭력적인 이야기가 교차.. 더보기
30. [흰]을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 작가 30. [흰]을 읽고(책리뷰/독후감)/한강 작가소설 [흰]은 매우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기에 따라 시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짧고 간결한 시적 언어로 간 단락을 나누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자면 몇 시간이면 읽어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이지만, 생각보다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다. 글자수도 많지 않고 책의 제목과 같이 흰 여백이 많지만, 태어난 지 2시간 만에 영면에 든 언니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성근 눈송이처럼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꼬리 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표면은 흰색보다는 잿빛에 가깝다. 이것이 선과 악, 빛과 어둠, 정의와 부조리의 경계 혹은 그 바탕이 되는 흰색의 중의적 면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이지만 .. 더보기
29. [내 이름은 태양꽃]을 읽고(책 리뷰/독후감)/한강 작가 29. [내 이름은 태양꽃]을 읽고(책 리뷰/독후감)/한강 작가상실과 공허의 시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미궁의 죽음들을 보며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선 울분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태양꽃]은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작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한강 작가의 글에 김세현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있는 이 책은 100여 쪽의 짧은 동화입니다. 짧지만 마음의 울림과 감동은 여간 길지 않습니다. 특히 이 책은 지금 이 시기에 꺼내어 읽어보니 또 다른 감상을 불러오며, 나도 몰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작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틈에 일어난 이 충격적인 사고의 트라우마로 많은 이들.. 더보기
19.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고(책 리뷰, 독후감)/한강 작가 19.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고(책 리뷰, 독후감)/한강 작가 [그대의 차가운 손]은 개인적으로 어렵게 읽어낸 책입니다. 소위 '착한 사람 증후군'을 앓았던 사람이라면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삶인지 뼈저리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인간관계를 피하는 그런. 상냥하고 친절해야만 한다는 강박,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공포, 싫은 소리에 심장이 두 방망이질 쳐내는, 내 치부를 보고 손가락질 치는 것 같은 자위에 가까운 자책, 나를 보고 미간이 찌푸려지면 혹시 내게서 무슨 고약한 냄새라도 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극도의 불안, 멀리서 들려오는 속삭임이 나를 비웃고 헐뜯는 것 같다는 의심, 또 의심 그리고 의심들. 소설 속에서 표현되는 탈, 가면, 껍데기를 쓰고.. 더보기
17. [소년이 온다]를 읽고( 책 리뷰, 독후감)/한강 작가 17. [소년이 온다]를 읽고( 책 리뷰, 독후감)/한강 작가[소년이 온다]는 꼭 읽어야만 하는, 읽어줬으면 하는, 읽어내야 하는 책입니다. 한강 작가의 문체가 역사적 문제를 다룰 때 어떠한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는지를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감히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비극인 1980년 5월 18일에 있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같은 소재를 다룬 어떤 영화에서처럼 시민군이 기관단총을 군인들을 향해 휘갈기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영화의 재미와 흥미를 돋우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겠지만,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게는 당시 최첨단 신식 무기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들의 어깨에는 예비군시설에서 구한 6.25 때나 쓰던 카빈총뿐이었.. 더보기
16. [희랍어시간]을 읽고(책 리뷰/독후감)/한강 작가 16. [희랍어시간]을 읽고(책 리뷰/독후감)/한강 작가[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한강 작가는 '이것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기척이 만나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척'이란 ' 누가 있는 줄을 짐작하여 알 만한 소리나 기색'을 일컫습니다. 언젠가는 말을 할 줄 알았으나 지금은 하지 못하는 여자의 목구멍과 혀에 머물고 있는 소리와 시력이 소멸되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남자의 흐릿한 기색이 만나는 것이겠지요. 여자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상대방의 손바닥 위에 검지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 소리를 대신합니다. 남자 또한 볼 수 없지만 손바닥에 그려진 소리는 온몸과 머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고막을 울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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