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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故)정은임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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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故) 정은임 아나운서

거의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보는 마음 자체가 따뜻한 분(박경추 아나운서)
이 사람 자체가 너무나 고유하고 멋있는 사람, (차미연 아나운서)

앞으로는 그가 어떤 빛을 내면서 살아갈까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김세윤 작가)

 

김세윤 작가
김세윤 작가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동료들이 그녀를 기억하며 한 말들입니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은 청춘.

불면의 밤을 보낼 때마다 '그래 지금 이 시간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그래 이런 부조리는 나만이 겪는 게 아니야! '라는 마음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지친 나에게 위안을 주는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는 아직도 내 마음속 최고의 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오늘은 동료들이 극찬하는 동료,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회자되고 있는  (故)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우리의 이야기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FM 영화음악 中>

(故)정은임 아나운서
(故)정은임 아나운서

 

정은임 아나운서는 1968년 10월 13일 출생했으며, 1992년 MBC에 입사를 했습니다.

그녀는 2004년 7월 22일에 자신의 쌍용 렉스턴 차량을 몰고 방송국으로 출근하던 중, 서울 한강대교 남단 흑석동 삼거리의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에서 차량이 전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맞은편 차선에서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려오던 현대 스타렉스 차량에 들이 받히는 2차 사고를 당했습니다.

필자 또한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기 전인 2004년 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날, 뉴스에서 그녀의 죽음 소식을 듣고 '설마 아닐 거야. 뭔가 잘못됐어. 에이 살아날 거야.'라는 말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회복되지 못했고, 뇌부종에 이은 합병증으로 2004년 8월 4일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방송을 여러 개 하는 것보다 하나를 하더라도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방송을 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자신만의 진행을 했던 정은임 아나운서로 지금까지도 기려지고 있습니다.

<FM 영화음악>하면 아직까지도  정은임 아나운서가 떠오르곤 합니다.

사실 그녀는 <FM 영화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을 92년 11월~95년 4월, 2003년 10월~2004년 4월까지 총 3년 간 진행했기 때문에 통상 오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대중에게 계속 회자가 되고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지금보다 훨씬 아나운서가 프로그램 안에서 그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저 당시에 저런 말을 <FM 영화음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했단 말이야?'라고 할만한 말들을 많이 했었던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가 무산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문화예술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의 실업수당 감축에 항의해서 영화제 지원 거부 및 영화제 점거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FM 영화음악 中>

 

정은임 아나운서는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 없이 메시지를 전하곤 했습니다.

아직도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훨씬 더 MBC 아나운서국이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하곤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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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 읽기> 박경추, 정은임

매주 4~5권 정도를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행복한 책 읽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당시, 정은임 아나운서는 다룰 책들을 모두 읽어 오기로도 유명했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 '여자 MC는 준비를 철저히 해오는 것 같은데 남자 MC는 책도 안 읽고 오는 것 같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정은임 아나운서는 '남자 MC는 프로그램 속 질문하는 역할이다'라는 댓글을 손수 달아줬다고도 합니다.

그녀는 무엇을 봐도,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속까지 바짝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있으며, '광고의 카피'같은 정돈된 어휘력으로 한 마디씩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먹는다는 거보다 일상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MBC 아나운서국에서 후배를 칭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정은임 아나운서가 살아계셨다면 너를 굉장히 좋아했을 거야'라는 말을 듣는, 세상을 떠난 지 20여 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후배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 아나운서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우아한 목소리로 전하는 그녀의 시선은 모두 사람에게로 향해있었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휴머니즘에 입각한 정제된 문장으로 전해지는 묵직함,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다른 어떤 사람도 흉내 낼 수 없는 정은임 아나운서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

2024년 7월 7일(일요일) 저녁 8시 부천아트센터에서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녀가 떠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고 시간을 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그녀를 기렸습니다.

<FM 영화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시네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이 자리를 찾아 그녀의 프로그램을 보고 들으면서 얼마나 응원을 받았는지를 말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 특별 굿즈로 제작한 카세트 테이프
정은임 아나운서 20주기 특집방송 '여름날의 재회'  특별 굿즈로 제작한 카세트 테이프

 

자기의 언어로 말하는, 자기의 생각으로, 정은임 씨는 정말 공부하는 사람,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적시에 정확한 반응과 질문을 해줬습니다
<박찬욱 감독>
제 기억 속에 그녀는 글을 써서 갖다 주면 무슨 뜻인지 그것을 다 찾아보고 기록해 놓고 진행할 때 그것을 다 반영하는 진행자였죠
<조영욱 영화(접속, 헤어질 결심)등 음악감독, 1994~1995 <FM 영화음악 정은임입니다> 음악작가>
90년대 초반 중후반 이럴 때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유가 다 그 정영음의 씨앗들입니다. 다 거기서 그 미지의 방송을 듣고 미쳐서 다 프랑스 문화원으로 가고
<김초희 감독>
저는 정은임 씨와 MBC 아나운서국에서 12년을 함께 했던 손석희라고 합니다. 정은임 씨나 저나 그걸 바깥으로 잘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 살갑게 대하는 것을 잘 못했어요. 살갑진 않지만 사실은 무척 인간적인 '그리고 내가 당신을 굉장히 존중합니다'라는 것을 보여줬어요
<손석희 아나운서>

 

정은임 아나운서의 아버지는 그녀의 방송을 매일 녹음을 해두었기에 이 특집기획도 가능한 것이었다고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정은임의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세상을 보는 시선 자체가 따뜻한 사람, 거의 모든 사람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만약 분노할 일이 있으면 그것이 누구든지 간에 위아래 구분하지 않고 바로바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정은임은 계속해서 내일을 이야기했고, 그녀의 어린 자녀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고 그리고 그 아이가 살 세상이 어땠으면 좋겠는지를 말하곤 했습니다.

사람에게 누군가를 끌어당기는 힘 즉 중력이라는 것이 있다면 정은임이라는 은하계가 존재해 그녀 주변을 떠나지 않고 돌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킬 만큼 그녀의 매력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일개 독립영화감독을 스튜디오로 불러서 초대 손님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요즘 같아도 상상하기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라고 물어본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뭐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네'라고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변영주 감독>
<FM 영화음악은)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있는 곳? 사적인 공간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사회적 메시지도 있을 수 있는 공간? 아마 그런 공기들이 제 또래의 사람들을  영화로 조금씩 가까이 가게 했던 것 같기도 해요
<김태용 감독>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고 궁금한 것을 말해주는 방송이 없었던 시절에 그 당시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마이너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메이저 방송국에서 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에 대한 어떤 반가움이나 고마움이 컸다고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반대로 정은임 아나운서도 방송을 하면서 방송 제작진과 게스트로 나오는 평론가를 만나면서 자신이 모르는 너무 좋은 영화들이 많다는 것을 방송을 하면서 알게 된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보통은 새로운 세계를 아는 데에서 끝나지만 그녀는 파고들기로 작정하는 흔치 않은 DJ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2년 반동안 정영음을 진행하는 동안 스스로 엄청난 성장을 일궈내고 그 성장 과정을 청취자도 같이 함께하면서 청취자도 같이 성장을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엄청난 독서량과 끊임없는 글쓰기, 그리고 자기만의 언어와 관점으로 말하는 이 모든 것이 합치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는 고쳐야 할 일이나  잘못되어가고 있는 일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겸비한, 정은이라는 사람 자체가 곧 고유명사가 되는  그런 사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정은임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운 어느 날입니다.

 

<출처: 뉴스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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