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총, 균, 쇠]를 읽고(책 리뷰/독후감)/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는 우리나라에서 [정의는 무엇인가]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힌 비문학책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읽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만 총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심지어 지리, 생태, 역사 등의 어렵고 생소한 어휘로 가득한, 이 책을 완독 해내는 데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중력이 없지 않은 편임에도 다른 책에 비해 완독 하는데 2~3배의 시간이 필요했음이 이 사실을 여실이 보여줍니다. 심지어, 한번 읽어서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부분, 개인적으로 지리와 역사에 약한 편이어서, 나름 타협을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는 사실 또한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완독해 낸 이 책 [총, 균, 쇠]의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함량미달인 역사적, 지리적, 생태환경적, 정치경제적 지식으로 말미암아 꼭 내 수준의 일반 독자들의 눈으로 이 책을 바라보았다는 점을 밝힙니다.
[총, 균, 쇠]의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서적과 역사적 사실, 생태학적 지식을 총동원합니다. 그 질문은 작가가 1972년 7월 열대 뉴기니섬 정치가 얄리와 생태학자로 조류의 진화를 연구하던 중 만나 얄리가 작가에게 던진 것입니다.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하는 겁니까?
그리고 이에 대한 작가의 최종결론은 서유럽을 필두로 한 지배계급이 된 백인들은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유라시아 내의 더 따뜻한 지역에서 개발된 (농업, 바퀴, 문자, 야금술과 같은) 진보적 산물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살고 있었을 뿐이란 것, 역사진행의 차이는 환경적 차이 때문이며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흑인이 백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좋은 환경을 만난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작가의 결론은 역사적 불평등, 지배와 피지배 관계, 정복의 정당화를 주장하는 서구 열강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귀납적인 결론을 책의 서두에 제시를 해놓고,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지난한 탐구, 연구, 투쟁의 과정을 기술합니다.
또한 작가는 솔직히 이 책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분야의 또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의 자문과 그들의 지혜를 필요함을 자인합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결론을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이 모든 지식과 탐구가 온전히 작가 한 사람이 짊어져가야 하는 일임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단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총, 균, 쇠]는 지리적 조건이 지난 13000년간 전 세계인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밝히는 책이다
한국인이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아시아대륙의 동쪽에 크지 않은(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그 작은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반도국가로 주변이 강대국에 둘어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나라에서도 없었던 독특하고 독립적인 한글을 민족 전체가, 남과 북 모두 사투리와 어휘의 차이는 일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사용하며 어떤 나라에도 복속, 정복되지 않고 자립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해답 또한 작가가 도출한 결론과 일종의 동일한 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총, 균, 쇠]는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운명의 갈림돌에서는 전 세계 문명의 발원부터 그 흥망성쇠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고,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에서는 각 문명에서 어떻게 동식물의 작물화와 가축화가 진행되었는가를 다루고 있고, 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1부와 2부의 영향으로 비로소 지배하는 문명과 지배받는 문명이 생겨난 경위를 밝히고 있고, 4부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 과제와 방향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총망라하여 인류사의 발전적 연구방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에서 인류 문명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언어'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그의 또 다른 저서 <제3의 침팬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50000년~10만 년 전 우리 인류의 조상에게 후두가 완성됨에 따라 현대적인 언어를 위한 해부학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언어야말로 인간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를 바라보면서 우선 그곳의 면적이 다른 대륙에 비해 좁다는 것, 더구나 많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지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 대륙의 고립성, 그리고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기가 아프리카나 유라시아보다 늦었다는 것 등을 토대로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의 발전이 더딜 것으로 예측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인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배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배를 그렇게 빨리 만들어냈는데도 결국 전 세계에서 가장 더딘 문명의 발전이 진행되었고, 왜 지배당하고 정복당해만 했던 것인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2부에서는 유럽인들이 신세계(남북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만든 직접적인 요인들은 이 책의 제목인 총, 균, 쇠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즉 총과 병원균 그리고 쇠로 만든 무기들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신세계보다 유럽에서 먼저 발전할 수 있었었데에는 바로 언어와 높은 인구밀도, 식량화, 가축화, 지리환경적 요인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유라시아는 동서로 길게, 즉 거의 같거나 비슷한 위도상에 위치해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식량화되거나 가축화된 동식물이 같은 위도상의 다른 지역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인구밀도가 높아졌고, 많은 인구들 중에서 또 새로운 기술이 탄생했고, 그 기술이 또 같은 위도상에 비슷한 환경에 적합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그 기술은 다른 대륙에 비해 빠르고 신속하고 거부감 없이 효율적으로 전달되어 기하급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문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유라시아와의 달리 신세계나 아프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위도상 다양한 지점에 각 제국과 부족들이 위치하고 있어서 지리적 환경이 매우 상이했으므로 한 제국에서 발전한 기술과 가축, 식물, 언어를 포함한 문명이 다른 제국과 부족, 민족으로 퍼져나가는 데 있어서 산맥, 큰 강이나 바다,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사막과 같은 것들이 일종에 장해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뉴기니에서 그토록 배가 빨리 고안이 되었지만 결국 유라시아대륙의 막강한 해양기술에 비하지 못하게 쇠퇴했던 것과 같이, 그것이 그러한 장해물들에 막혀 발전이 더뎌지고, 심지어 후퇴하거나 사라지는 일까지 발생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신세계나 아프리카 대륙과 같이 각 부족들이 독립적이고 폐쇄적인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면서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도 환경적 요인으로 확보하기 어려웠고 오랜 시간을 거쳐 가축화된 동물을 통한 병원균에 익숙해진 유라시아대륙의 국가들의 사람들을 통해 전달된 병원균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복과 식민지화 초기에는 총칼보다 오히려 이 병원균이 보다 많은 수의 원주민들을 사살하였음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4부에서는 위의 사실들을 토대로 도출된 결론을 인류사회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작가의 의견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일반화에 대한 반격과 오류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모든 사회에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있지만, 다만 어떤 환경은 다른 환경에 비해 더 많은 재료를 구비하고 있으며 발명품을 이용할 수 있는 제반여건도 한결 유리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며, 대륙간의 차이 요인들 역시 어떤 시점에 그 대륙 안에 있는 나라라 할지라도 그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특출한 곳이 분명 존재하기는 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여러 지역을 한꺼번에 비교하다 보면 어느 한 사회의 단기간을 연구하는 것으로는 기대하지 못할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로 이에 답합니다.
그리고 유라시아대륙 내에서도 가장 융숭한 문명을 이룩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이 유럽에 추월당한 불운의 과정을 예로 듭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와 지중해 동부의 인간사회는 자원의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는 생태학적 자살을 저질러 생태학적 불모지에서 탄생하는 불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북유럽과 서유럽이 그러한 운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더 현명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은 더 강인한 환경, 즉 강유량이 더 많아서 식물이 더 빨리 재성장 할 수 있는 곳에 사는 행운을 타고났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 지중해 동부의 사회와 북유럽, 서유럽은 모두 보다 많은 식량, 가죽과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숲을 개간하여 더 많은 목초지를 만들어냈는데, 불행히도 전자는 건조해 개간하는 속도보다 다시 풀이나 나무가 자라나는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해 결국 대륙의 대부분이 사막화하게 되었지만, 후자는 운이 좋게도 강우량이 많아 이를 피할 수 있었던 것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중국은 문자나 과학, 기술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지리환경적 이점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게 그 모든 면에서 추월당한 바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만성적 분열과 중국의 만성적 통일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은 EU를 통해 경제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재까지도 수많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끊임없는 분열이 신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비용을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이 넘는 유럽의 군주가운데 한 명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은 바로 유럽이 분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중국은 1492년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발견한 것에 앞서 1408년~1433년에 일곱 차례의 선단이 중국을 떠나 항해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투쟁에 승리한 환관세력의 반대파들에 의해 선단파견을 중단하고, 결국에는 조선소마저 해체하고 해양항해를 금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 1880년대에 런던시 당국이 공공전기 조명의 발전을 억압했던 일,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 동안 미국이 고립주의를 고집했던 일, 그 밖에도 많은 나라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뒷걸음질 쳤던 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내부의 장애물이 그리 대단치 않았다는 점은 처음에는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북중국과 남중국 해안 내륙이 각각 다른 농작물, 가축, 기술, 문화적 특징을 낳아서 그 모두가 차후 통일된 중국에 보탬이 되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통일로 인해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이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유럽의 지리적 분할상태는 서로 경쟁하는 수십 또는 수백 개의 독립소국과 혁신의 중심지들을 만들어 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국가가 특정 혁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또 다른 국가가 그 일을 했고, 따라서 이웃국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남에게 정복당하거나 경제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개선해야 했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유사하고 통일에 가까운 환경이 유리했던 것과는 다른 결론을 도출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국의 역사는 현대 세계에 유익한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즉, 상황은 변하는 것이며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사를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인적 특이성들이 있습니다. 히틀러의 경우처럼 개인적인 특이성으로 역사에 분명한 영향을 끼친 인물들 말입니다. 토마스 칼라일은 '보편적인 역사, 즉 인간이 이 세상에서 이룩한 업적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여기서 활동했던 '거인들의 역사'이다'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개인적 특이성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제아무리 '거인이론'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라도 역사의 가장 광범위한 경향까지 몇몇 거인의 손에 좌우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인간사회에 대한 역사적 연구도 공룡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과학적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일들이 현대세계를 형성했고 또 어떤 일들이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를 가르쳐줌으로써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도 보탬이 될 것임을 낙관하고 있다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의 대상들은 과학적으로 수치화하여 명징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충분히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통계화, 수치화, 도식화하여 인관관계를 밝히고 미래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문제들을 예측하여 인류 전체의 발전을 이룩해 낼 수 있다고 확신에 가까운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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